국가가 인정한 '목공예 장인', 그가 서울 한복판에 펼쳐놓은 '나무의 우주'

 나무의 나이테에는 수십, 수백 년의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고, 장인의 손길은 그 위에 다시 자신만의 강줄기를 새겨 넣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평생을 오직 나무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국가무형유산 '소목장' 박명배 장인. 그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깃든 작품들이 오는 11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나무결에 길상을 새긴 예술, 한국의 반닫이’를 통해 대중 앞에 그 깊이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가구 전시를 넘어, 한 인간이 나무와 함께 걸어온 숭고한 시간과 장인 정신의 결정체를 마주하는 귀한 자리가 될 것이다.

 

'소목장'은 한옥과 같은 거대한 건축물을 짓는 '대목장'과 달리,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쓰이는 창호나 문, 그리고 각종 실내 가구를 제작하는 전통 목공예 장인을 일컫는다. 그중에서도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반닫이'는 조선 시대 신분과 계층을 막론하고 전국 모든 가정에서 의복을 보관하는 용도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기본 가구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처럼 지역 간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각 지역의 장인들이 그 땅에서 나는 고유한 나무를 사용해 반닫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반닫이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생활 문화, 그리고 미감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가장 정직하고 다채로운 특색을 보여주는 가구로 평가받는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박명배 장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재현하고 창조해낸 전통 미학의 정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의 손끝에서 되살아난 전국 팔도의 특색을 담은 반닫이 34점을 비롯하여,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작품 40여 점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다른 나무결과 장석, 비례를 뽐내는 반닫이들을 통해 각 지역의 개성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넘어, 박명배 장인의 오롯한 삶이 녹아든 작품들이 뿜어내는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나무와 쇠, 그리고 옻칠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엄한 예술의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이는 박명배 장인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전통의 가치이자, 우리 시대가 이어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의 현주소다. 나무에 깃든 시간과 장인의 삶이 교차하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우리 전통 가구가 지닌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화포털

10년 만의 단독 수상부터 지역 언론 연대까지, 한국기자상 현장

 한국 언론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제57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2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번 시상식은 지난해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78편과 신규 출품작 17편 등 총 95편의 쟁쟁한 후보작 중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7편의 본상 수상작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자의 본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검증'에 있음을 강조하며, 최근의 국가적 위기 상황을 언론인들이 시민과 함께 치열하게 극복해온 과정을 높이 평가했다. 비록 올해 대상 수상작은 나오지 않았으나, 현장을 지키며 진실을 추구해온 기자들의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기획보도 부문의 이례적인 기록들이다. JTBC 이윤석 기자는 군 복무 중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20살 일병의 사연을 다룬 보도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기획보도 부문 '단독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반면 지역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경기일보, 광주일보, 영남일보, 충청투데이 등 4개 지역 언론사 소속 기자 15명이 공동 수상하며 '최다 인원 수상'이라는 상반된 풍경을 연출했다. 이들은 지역 의원들의 공약을 끈질기게 추적해 지방 자치의 변화를 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으며, 이는 지역 언론 간의 연대가 사회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로 꼽혔다.취재와 경제 보도 부문에서도 권력 감시와 사회적 부조리를 파헤친 수작들이 이름을 올렸다. MBC는 정치권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폭로해 취재보도 부문 상을 받았고, 경인일보와 제주CBS는 각각 납치 살인 사건의 이면과 법조계 비위 의혹을 파헤쳐 지역 취재보도 부문의 영예를 안았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한국 원전 수출의 구조적 한계를 짚어낸 서울경제신문이 수상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이민규 심사위원장은 플랫폼 구조가 급변하는 시대에도 사실 검증과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의 핵심 책무는 결코 퇴색될 수 없는 가치임을 거듭 확인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특별한 의미를 지닌 '조계창 국제보도상' 시상식에서는 현장의 긴박함과 동료애가 교차하며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를 직접 인터뷰하며 전쟁의 실상을 알린 조선일보 정철환 기자가 제16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4년 넘게 유럽 특파원으로 사지를 누볐던 정 기자는 수상 소감 도중 순직한 선배 기자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위험한 전장에서 무사히 돌아와 상을 받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동시에, 고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창립 이후 민주 언론 창달에 기여한 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1967년부터 이 상을 제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수상작들은 팬덤 정치의 명암을 다룬 경향신문의 기획보도부터 지역 사회의 고질적인 비리를 들춰낸 보도까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갈등과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특히 기술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발로 뛰는 취재와 치밀한 자료 분석을 통해 권력을 견제하고 공익을 실현하려는 기자 정신이 여전히 한국 언론의 중심을 잡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시상식은 수상자들과 동료 언론인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박종현 회장은 계엄 등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언론인들이 보여준 헌신이 역사적 기록으로 위대하게 남을 것이라며 현장의 기자들을 다시 한번 독려했다. 제57회 한국기자상은 대상을 배출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문 수상작들이 보여준 집요한 추적과 진실 보도의 가치를 통해 한국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수상자들은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각자의 취재 현장으로 돌아가 기록자이자 검증자로서의 소명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며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