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손님 되는 공연"…안동서 터진 '더 레시피', 티켓 전쟁난 이유

 안동시립공연단이 창단 후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 '더 레시피'가 전 회차 매진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지난 2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9월 20일부터 약 6주간 안동 도산면에 위치한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안동의 맛과 이야기를 무대 위로 올린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이라는 참신한 콘셉트를 내세워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고,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이 빠르게 팔려나가며 그 기대를 입증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새로운 시도는 지역 공연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새로운 공연 예술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레시피'는 관객을 극장 좌석의 관찰자가 아닌, 잔치에 초대받은 '손님'으로 맞이하는 독특한 구조로 진행되었다. 이야기는 절기상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한로(寒露)'를 맞아 '김선비'가 성대한 잔치를 여는 것으로 시작되며,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잔치에 참여하는 손님이 되어 극의 흐름에 동참하게 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공간에서는 전통 연희와 국악 라이브 연주가 어우러져 흥을 돋우고, 배우들은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건네고 음식을 나누는 등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는 관객이 단순히 보고 듣는 것을 넘어, 공연의 일부가 되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 패러다임을 제시한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공 요인은 단연 관객의 미각과 후각까지 사로잡은 '음식'이었다. 공연 중에는 안동의 전통 고 조리서인 '수운잡방'에 기록된 조리법을 그대로 재현한 전통 음식 '전계아'가 따뜻하게 조리되어 관객들에게 제공되었다. 여기에 안동의 대표 특산주인 '안동소주'가 곁들여지면서, 관객들은 눈과 귀뿐만 아니라 입과 코로도 안동의 풍류와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됐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연희를 감상하며 300여 년 전의 음식을 맛보는 공감각적인 체험은 '더 레시피'를 단순한 공연이 아닌, 안동의 문화와 역사를 오감으로 느끼는 하나의 완성된 콘텐츠로 격상시켰다.

 

'더 레시피'의 성공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의 지원과 진영섭 총감독, 김철무 연출가를 비롯한 제작진의 역량, 그리고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9명 배우의 열정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번 공연이 안동의 음식, 예술, 전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성공적으로 융합해 지역 공연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안동만의 고유한 색깔을 담은 창작 공연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 회차 매진이라는 기록적인 성과는 지역의 이야기가 가장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앞으로 안동시립공연단이 걸어갈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문화포털

노동계 "당장 입법" vs 경영계 "채용 축소"… 정년연장 둘러싼 '치킨게임' 시작됐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양대 노총까지 가세하며 급물살을 타는 정년 65세 연장 법제화 논의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숙련된 고령 근로자의 활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년 연장은 당장 일손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메워 고령층의 생활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명분을 얻고 있다. 노동계 역시 더 이상 사용자 측과의 합의를 기다릴 수 없다며 연내 입법 처리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하지만 속도전으로 치닫는 법제화 추진 이면에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 세대의 일자리 감소 가능성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영·경제·법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0% 이상이 정년 연장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청년 신규 채용 감소'를 지목했다. 경직된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세대 간의 갈등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으며, 청년층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정년 연장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뼈아프다. 현재 법제화 논의는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혜택이 돌아갈 것을 전제로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극히 저조하며, 그나마도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법제화의 혜택이 강력한 노조를 등에 업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정규직에게만 집중되고, 정작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소외되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자율에 맡길 경우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에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동반되어야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결국 정년 연장 논의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가장 중요한 단계를 건너뛴 채 표류하고 있다.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 등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입법만을 외치고 있고, 재계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고용과 투자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특위가 연말까지 최종안을 도출해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충분한 숙의와 합의 없이 밀어붙이는 정년 연장은 세대 갈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우리 사회의 오랜 상처를 더욱 깊게 후벼 파는 결과만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