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원회장 출신 적십자 회장, "새까만 얼굴" 발언 파문...사과로 끝날까?

 대한적십자사의 김철수 회장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부적절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2023년 11월, 서울의 한 고급 호텔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연례 갈라 행사 직후였다. 이 행사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자리로, 당시 앙골라, 인도, 체코 등 7개국 대사 및 대사 부인들이 자리를 빛냈다. 그러나 며칠 뒤 김철수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들 외교사절단을 향해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다 모였다", "그냥 얼굴 새까만 사람들만 다 모였더만"이라며 참석자들의 피부색과 출신 국가를 기준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이는 국제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도주의를 실천해야 할 적십자사의 수장으로서 내뱉은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김 회장의 문제적 발언은 단순한 실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지시로 이어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갈라고 뭐고 할 때 얼굴 새까만 사람만 모으지 말고 하얀 사람 좀 데려오라"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인종에 기반한 차별적 초청을 지시했다. 또한 "저 변두리 국가에서만 와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만 다 온다"며 특정 국가들을 비하하고, 기부금 등 실질적 이익을 위해 "소위 빅5에서 한두 명은 꼭 오게끔 만들라"고 압박했다. 이러한 지시에 따라 대한적십자사는 이듬해 행사 초청장을 보내면서 미국, 영국, 독일 등 23개국에만 한정적으로 발송하는 등 김 회장의 차별적 인식을 실제 업무에 반영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행태는 국경과 인종, 종교를 초월하여 고통받는 모든 인간을 돕는다는 적십자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적 연대와 공조를 기치로 하는 봉사 조직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김 회장의 자진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김 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 출신이라는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윤영호 전 통일교 본부장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는 등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어 이번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김철수 회장은 결국 내부 게시판을 통해 공식 사과에 나섰다. 그는 "어떤 이유로든 저의 발언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파문이 불거진 뒤에야 이루어진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그의 차별적 발언이 단순한 개인의 생각을 넘어 조직의 공식적인 외교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과만으로 리더십의 신뢰를 회복하고 적십자사의 훼손된 명예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문화포털

유행 기준 7.5배 폭증… 지금 병원 소아과는 '독감 대란'

 예년보다 두 달가량 빨리 찾아온 독감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본격적인 겨울의 문턱에서 독감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방역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주(10월 26일~11월 1일) 독감 의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외래환자 1천 명당 2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13.6명)보다 67.6%나 급증한 수치이며, 이번 절기 독감 유행 기준인 9.1명을 무려 2.5배나 뛰어넘는 기록이다. 작년 같은 기간 환자 수가 3.9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8배나 많은 수치로, 이례적으로 빠른 확산 속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번 독감 유행의 가장 큰 특징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연령대별 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7세에서 12세 사이 초등학생 그룹에서는 외래환자 1천 명당 68.4명의 환자가 발생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유행 기준의 7.5배에 달하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1세에서 6세 사이 영유아 그룹 역시 40.6명, 13세에서 18세 청소년 그룹은 34.4명으로 뒤를 이어, 사실상 모든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이 독감 바이러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 입원 환자 수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지난주 독감으로 입원한 환자는 175명으로, 4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의료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전문가들은 올겨울 독감 유행이 지난 10년간 가장 심각했던 작년 겨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행이 일찍 시작된 만큼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유행 기간 또한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예측은 비단 국내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홍콩, 태국 등 우리나라와 교류가 잦은 주변 아시아 국가들 역시 예년보다 이른 독감 유행과 가파른 환자 증가세를 공통적으로 겪고 있어, 올겨울 동아시아 전체가 독감 대유행의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금이 독감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독감 백신은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충분한 면역력이 형성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인 지금 서둘러 예방접종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감염을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하더라도, 감염 시 증상을 완화하고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될 위험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현재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임산부, 생후 6개월부터 13세까지의 어린이는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으며, 특히 어르신은 코로나19 백신과 동시 접종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