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놓쳤지만…정부가 '82세 거장' 황석영에게 최고 훈장 수여한 진짜 이유

 한국 문학의 살아있는 역사, 소설가 황석영이 마침내 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품에 안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명단을 발표하며,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한국 사회의 그늘진 곳을 비추고 시대의 아픔을 보듬어온 그의 문학적 공로를 최고 수준으로 인정했다. 그의 이번 수훈은 단순히 한 원로 작가에 대한 예우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치열하게 써 내려간 그의 작품 세계가 한국 문학사에 차지하는 압도적인 위상을 국가가 공인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닌다.

 

1962년 단편 '입석부근'으로 등단한 이래 황석영의 문학은 언제나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었다. 대하소설 '장길산'을 통해 민중의 저항 정신을 생생하게 복원해냈고, '삼포 가는 길'과 같은 작품에서는 산업화 과정에서 뿌리 뽑힌 채 떠도는 하층민의 고단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대중과 평단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문학적 여정은 현재진행형으로, 최근작 '철도원 삼대'가 2024년 세계적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그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동시대적이며 세계적으로도 유효함을 증명해 보였다. 사회적 성찰과 치유에 기여한 그의 묵직한 공로가 이번 금관문화훈장으로 결실을 본 것이다.

 


황석영 작가의 뒤를 이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 역시 영예로운 훈장의 주인이 되었다. 은관문화훈장은 프랑스 대표 문학들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해온 번역의 대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독창적인 연극 세계를 구축한 한태숙 연출가, 유희영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조성룡 건축사사무소 대표 등 4명에게 돌아갔다. 또한 보관문화훈장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 이강소 작가 등 5명이 수훈하는 등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연극 등 각계에서 한국 문화예술의 지평을 넓혀온 거장들의 공로를 기렸다.

 

이번 포상은 원로와 중견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 예술계를 이끌어갈 젊은 피들을 조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에는 소설가 성해나, 작곡가 이하느리,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 등 8명의 신진 예술가들이 이름을 올리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이와 함께 소설가 은희경, 작고한 사진작가 박영숙 등이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받는 등 총 33명의 유공자가 선정되어 한국 문화예술의 풍성한 현재와 밝은 미래를 동시에 확인시켰다. 시상식은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려 한 해 동안 한국 문화예술계를 빛낸 이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문화포털

"월급에서 떼인 국민연금 4888억, 사장님이 꿀꺽"... 충격 실태

 매달 꼬박꼬박 월급에서 사라진 내 돈, 하지만 정작 나의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 기록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업주가 근로자 몫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떼어가고도 정작 납부는 하지 않는 '얌체' 체납 행태가 기승을 부리면서 애꿎은 근로자들의 노후 안전망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4대 사회보험 징수를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은 장기 체납액은 2024년 말 기준으로 무려 1조 1,21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국민연금 체납액이 4,888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무려 3만 1천여 곳의 사업장이 근로자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체납 규모가 최근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연금 체납액은 2025년 들어 불과 6개월 만에 5,031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작년 전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얼어붙은 경기의 한파가 성실한 근로자들의 노후 준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문제의 핵심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유독 국민연금에만 존재하는 불합리한 제도적 허점이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경우 사업주가 보험료를 체납하더라도 근로자가 월급명세서 등으로 자신의 근무 사실만 증명하면 모든 혜택을 정상적으로 누릴 수 있다. 국가가 일단 근로자를 보호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체납액을 받아내는 '선 구제, 후 구상'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정반대다. 현행법은 사업주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그 기간은 근로자의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무려 17년 넘게 1억 6천만 원을 체납한 사업장의 사례를 보면, 그곳에서 일한 근로자는 매달 월급의 4.5%를 꼬박꼬박 떼였음에도 불구하고 17년이라는 소중한 노후 준비 기간을 통째로 도둑맞게 되는 황당한 상황에 놓인다. 이는 명백히 책임 소재가 잘못된 구조로, 성실한 근로자에게 모든 피해를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물론 '개별 납부'라는 구제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사업주의 잘못으로 발생한 체납에 대해 근로자가 이미 월급에서 떼인 자신의 보험료(4.5%)를 또다시 납부하면, 가입 기간의 절반만 인정해 준다. 만약 100%를 모두 인정받고 싶다면, 내 몫은 물론이고 체납한 사업주가 내야 할 몫(4.5%)까지 더해 총 9%의 보험료를 근로자 혼자서 전부 부담해야 한다.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돈을 두 번 내야 하는지, 심지어 왜 법을 어긴 사업주의 책임까지 내가 짊어져야 하는지 묻는 근로자의 절규는 당연한 것이다. 이는 구제책이 아니라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 식의 2차 가해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이처럼 제도가 근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동안, 체납 사업주에 대한 징수 시스템은 사실상 방관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 체납으로 형사 고발까지 이어진 경우는 고작 855건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실제 징수율은 19%라는 처참한 수준에 머물렀다. 심지어 같은 기간 사업장 폐업 등을 이유로 징수를 아예 포기해버린 금액도 1,157억 원에 달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사이, 악덕 사업주들은 재산을 빼돌리거나 시간을 끌며 손쉽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결국 "사장이 떼먹고, 책임은 근로자가 져라"는 식의 비정한 시스템 속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들의 노후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체납된 보험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다. 돈을 떼먹은 사업주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징수 시스템과 함께, 어떤 경우에도 성실한 근로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