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A급 선발'이었는데…어깨 부상에 발목 잡힌 반즈, KBO 구단들은 왜 그를 망설이나

 2025-2026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수많은 선수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거물급 선수들의 계약 소식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 하나가 조용히 새 소속팀을 찾고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좌완 투수 찰리 반즈다. 지난 시즌 중반 롯데에서 방출된 뒤 미국으로 돌아가 신시내티 레즈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시즌을 마감한 그는, 이제 FA 자격을 얻어 소속팀의 제약 없이 전 세계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반즈의 2025시즌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롯데와 4년째 동행하며 당당히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될 만큼 굳건한 신뢰를 자랑했지만, 시즌 단 8경기 만에 예기치 못한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5월 초, 왼쪽 어깨 뒤쪽에 불편함을 호소한 그는 검진 결과 견갑하근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으며 최소 8주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150만 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였기에 롯데의 고민은 깊었지만, 구단의 선택은 기다림이 아닌 과감한 결별이었다. 당시 반즈의 구위가 예년만 못하다는 내부 평가와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이라는 위험 부담, 그리고 마침 영입 가능한 새로운 좌완 파이어볼러가 시장에 나왔다는 점이 맞물리면서 롯데는 시즌의 명운을 건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롯데와의 씁쓸한 이별 후, 반즈는 재활에 매달려 8월 초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재기를 노렸다. 일단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것 자체는 그의 어깨가 회복되었음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신호였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는 트리플A에서 6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했으나, 1승 3패 평균자책점 7.13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피안타율은 무려 0.366에 달했으며, 이는 KBO리그에 오기 전 트리플A에서 기록했던 3점대 평균자책점과는 비교조차 민망한 수준이었다. 결국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하며, 그의 미국 복귀 도전은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이제 반즈는 선수 생활의 중대한 기로에 섰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2021년 9경기에 불과하고, 최근 부상 이력과 마이너리그에서의 극심한 부진까지 겹치면서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따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에 남는다면 또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KBO리그 복귀는 그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비록 한 번 퇴출당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지만, 그는 KBO리그에서 통산 35승을 거두며 꾸준함을 증명한 'A급' 선발 투수다. 100만 달러 안팎의 연봉으로 KBO리그에 복귀해 건재함을 과시한다면, 이를 발판 삼아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의 마지막 경기 구속이 KBO리그 평균을 상회했다는 점은 부상에서 회복했다는 긍정적 신호지만, 잦아진 부상 이력과 어깨 부상 전력은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는 양날의 검이다.

 

문화포털

AI 시대, 결국 '사람' 이야기…이상윤의 '튜링머신'

 무대 위 배우 이상윤이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고 도발적이다.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되고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음을 증명한 시대, 불가능이라 여겼던 상상이 현실이 되면서 기계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이상윤은 "AI가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다"며, 대사가 품은 무게를 실감한다고 고백한다.이상윤이 출연 중인 연극 '튜링머신'은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한다. 극의 주인공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앨런 튜링이다. 그는 이미 당시 AI의 개념을 제시했고, 2차 세계대전 중 기계를 이용해 독일 나치의 암호를 해독하며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기소되고 사회적 탄압을 받은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컴퓨터 과학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그가 사망 현장에 남긴 반쯤 먹던 사과가 애플 로고의 영감이 되었다는 설은 유명하다.이상윤은 복잡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결국 사람에 대한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수학과 과학은 겉을 감싸는 이야기일 뿐, 그 안에는 한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이상윤은 튜링을 '시대를 너무 앞서가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해석한다. "역사를 보면 앞서간 선구자들은 돌을 맞기 마련이다. 지능적으로도 보통 사람들과 달랐고, 자신의 성 정체성마저 범죄로 취급되던 시대를 살았다"며, "누구보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그래서 매우 고독한 인물이었을 것 같다"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튜링이 기계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사람과의 소통에 대한 열망에서 찾는다. 튜링은 어린 시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천재라 불렸던 크리스토퍼 모컴과 깊은 우정을 나눴으나, 모컴의 요절은 튜링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상윤은 "유일하게 진정으로 소통했던 존재가 모컴이었고,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이 결국 기계에 대한 사유로까지 뻗어갔다고 생각한다"며, "기계를 통해서라도 누군가와 교류하고, 계속 연결되고 싶었던 마음이 튜링에게 투영돼 있다"고 해석한다.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은 이상윤은 2020년 '라스트 세션'을 시작으로 '클로저', '세일즈맨의 죽음',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며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TV와 영화 등 매체 연기와는 다른 연극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제 민낯을 더 보게 된다"고 말한다.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을 하면서 배우로서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고 있다. 이렇게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방송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놀랍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연극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며, 무대가 그에게 주는 성장과 깨달음을 솔직하게 전했다. '튜링머신'은 AI 시대에 인간의 본질과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한 천재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