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 또 ‘차 봉지 마약’…두 달 새 13건

 제주 해안에서 한자로 ‘차(茶)’라고 적힌 은색 포장지 형태의 마약이 또 발견되면서 지역 사회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처음 발견된 이후 두 달여 동안 같은 형태의 마약이 계속 떠밀려 오고 있으며, 이번까지 총 13건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16일 오후 4시 30분경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서 제주해안경비단 소속 경찰관이 발견한 의심 물체는 간이 시약 검사 결과 케타민 1㎏으로 확인됐다. 잇따른 발견으로 인해 제주도 일대는 해안가 경계를 한층 강화한 상태다.

 

이번에 발견된 마약은 지난 두 달 동안 제주항,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 용담포구, 우도, 성산 광치기해변 등 도내 각 해안에서 발견된 동일 포장 형태의 마약들과 동일한 유형으로 보인다. 모두 케타민으로 확정된다면 총량은 32㎏에 이르며, 이는 1회 투약량 기준 약 107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단순 밀반입을 넘어 대규모 유통망과 연결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사당국도 이번 사안을 단순 표류물이 아닌 심각한 마약 조직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포장 외관이 일반 차 봉지를 연상시키는 점도 유통 과정에서의 위장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케타민은 의료용 마취제로 승인된 약물이지만, 대량 흡입 시 환각·기억 손상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신종 마약으로 분류된다. 최근 포항에서 동일한 형태의 마약이 세 차례 발견됐고, 일본 대마도에서도 두 차례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특정 조직이 같은 포장 방식을 사용해 동아시아 해역에 흘려보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과 해경은 이 마약이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시작해 한국 남해안으로 흐르는 ‘구로시오 난류’를 따라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경은 포장지의 한자 표기 방식 등을 근거로 한자 문화권 유통망을 거친 흔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직적 투기 또는 운송 중 유실 가능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해경, 경찰, 해병대 제9여단, 관세청, 제주도자치경찰단 등 7개 기관에서 420여 명을 투입해 제주 북부 해안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다. 지금까지 마약이 발견된 지점들이 제주 북부와 동부에 집중된 만큼, 동일 지점을 중심으로 추가 유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관계기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탐색과 수거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며, 해외 유입 경로와 국내 유통망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해안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차 봉지 마약’이 단순 해류 표류를 넘어 국제적 마약 밀매 조직과 연관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지역 사회와 수사당국 모두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문화포털

드디어 베일 벗은 '라이프 오브 파이', 무대 위 마법의 순간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가 한국 초연 개막을 앞두고 그 신비로운 무대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연습 현장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모습은 작품에 대한 오랜 궁금증, 특히 망망대해 위 작은 보트에서 파이와 함께 생존을 다투는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를 과연 어떻게 무대 위에서 구현해낼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단숨에 확신으로 바꾸었다. 단순한 인형극을 넘어, 살아있는 생명체 그 자체를 옮겨온 듯한 퍼펫(puppet)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움직임은 원작 소설과 영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무대적 경험을 예고하며 예비 관객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이번 공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퍼펫의 생생함은 치밀한 설계와 상상력의 결합에서 비롯된다. 리차드 파커를 포함한 모든 동물 퍼펫은 실제 동물의 골격 구조와 근육의 움직임을 철저히 연구하여 제작되었다. 단순히 외형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동물의 무게감과 야생의 날 것 그대로의 위압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욱 놀라운 점은 퍼펫을 조종하는 퍼펫티어들이 자신의 몸을 숨기지 않고 무대 위에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한 조종자를 넘어, 퍼펫이라는 캐릭터의 내면과 의도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또 다른 배우다. 가슴을 들썩이며 내쉬는 거친 호흡, 긴장감에 곤두선 털끝을 표현하는 정교한 마임, 나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오랑우탄의 유연한 몸짓 하나하나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그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3인의 퍼펫티어가 한 팀을 이뤄 조종하는 리차드 파커다. 각각 머리(head), 심장(heart), 그리고 다리(hind)를 맡은 3명의 배우는 마치 한 몸처럼 연결되어 함께 숨 쉬고,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비로소 하나의 완벽한 호랑이를 탄생시킬 수 있다. 이들은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의 리듬과 신호를 맞춰가며 하나의 유기체로 거듭나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땀 흘리며 호흡을 맞춰왔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를 쏟아내는 이들의 경이로운 연기는 퍼펫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감동적인 예술이 된다.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와 호흡이 더해져 비로소 완성되는 무대 위의 마법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이처럼 경이로운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팀과 국내 최고의 배우들이 뭉쳤다. ‘워 호스’의 퍼펫 디렉터 핀 콜드웰과 런던 올림픽 개막식 퍼펫 연출을 맡은 닉 반스가 퍼펫 디자인을 완성했으며,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연출가 리 토니가 직접 한국 프로덕션을 이끈다. 여기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박재춘, 김시영, 강은나 등 9명의 실력파 퍼펫티어들이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파이 역의 박정민, 박강현을 필두로 서현철, 황만익, 주아 등 27명의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갈 ‘라이프 오브 파이’ 한국 초연은 오는 12월 2일 GS아트센터에서 그 위대한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