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장동 토론' 링 위에 오르나…박범계 "태도부터 바꿔라" 기선제압

 검찰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둘러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의 공개 토론 성사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 전 대표가 연일 공세적으로 제기해 온 토론 제안에 박 의원이 특정 조건을 내걸며 사실상 응수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이로써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책임 소재와 법리적 타당성을 두고, 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전직 법무부 장관들이 직접 맞붙는 장면이 현실화될지에 대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인물 간의 토론이 확정될 경우, 이는 단순한 여야 간의 정쟁을 넘어 사법 정의와 검찰의 독립성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검찰이 굴복하여 대장동 일당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항소를 포기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관련 인물들에게 릴레이 토론을 제안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높여왔다. 그는 정성호 장관을 비롯해 추미애 의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이전 정부의 법무부 장관들을 차례로 지목했으나 실질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범계 의원이 조건부로나마 토론의 문을 열면서, 한 전 대표로서는 자신의 주장을 공론화하고 정치적 존재감을 다시 한번 부각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전 대표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무엇이든 공손하게 답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는 등 토론 성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한 전 대표의 토론 제안을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정치적 행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토론에 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판을 키웠다. 박 의원의 핵심 조건은 토론이 '정치 쇼'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한 전 대표가 논란이 된 사건의 판결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구체적인 질문에 조목조목 답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깐족거리는 태도를 바꾸라"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통해 토론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한 전 대표의 공세가 법리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수사에 기반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토론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양측의 기 싸움은 이미 팽팽하게 시작된 양상이다. 한 전 대표는 이번 토론을 통해 '대장동 항소 포기' 이슈를 정국의 중심으로 끌어올려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려는 전략이며, 박 의원은 역으로 한 전 대표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어 정치적 의도를 폭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벌일 법리적, 정치적 논쟁의 결과는 향후 대장동 사건에 대한 여론의 향방은 물론, 각자의 정치적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중의 관심은 이제 두 사람이 과연 조건 조율을 마치고 토론의 장에서 실제로 마주 앉을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문화포털

클림트, 죽어서도 신기록…현대미술 최고가 3,460억 원에 낙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가 말년에 그린 초상화 한 점이 미술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현지시간 18일 저녁,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수수료를 포함해 무려 2억 3,6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46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낙찰되며 현대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는 2023년에 세워진 클림트 자신의 기존 최고가(1억 800만 달러)를 2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20분간 이어진 팽팽한 응찰 경쟁은 현장의 모든 이들을 숨죽이게 했으며, 최종 낙찰이 결정되는 순간 장내에서는 탄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이번에 새 주인을 찾은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은 클림트가 1914년에서 1916년 사이에 그의 후원자였던 인물의 스무 살 딸을 모델로 그린 작품이다. 특히 이 그림은 클림트의 전체 작품을 통틀어 단 두 점밖에 존재하지 않는 전신 초상화 중 하나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매우 높다. 이 걸작은 지난 40년간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의 창립자 에스티 로더의 아들, 레너드 로더의 뉴욕 자택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레너드 로더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방대한 예술품들이 이번 경매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한 개인의 서재에 머물던 작품이 경매장에 등장하자마자 세계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셈이다.이번 경매에서는 클림트의 작품만큼이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다른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황금 변기 '아메리카'다. 이 작품은 2019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에서 도난당해 더욱 유명해진 바로 그 황금 변기의 자매품으로, 무려 18캐럿 순금 약 91kg이 사용되어 제작되었다. 경매 시작가는 순수하게 금 시세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며, 작품의 특이성 때문에 사방이 유리로 된 작은 화장실 공간에 별도로 설치되어 관람객들을 맞았다. 작품을 보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섰고, 그 앞에는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진풍경을 연출했다.클림트 작품의 기록적인 낙찰은 단순히 개별 작품의 가치를 넘어, 지난 2년간 침체일로를 걷던 미술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폭제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미술품 및 골동품 판매가 2년 연속 감소하고 여러 갤러리가 문을 닫는 등 위축되었던 시장 상황 속에서 이번 경매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소더비 측은 이번 주에 앙리 마티스, 제프 쿤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연이어 경매에 부치며 총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점의 그림이 쏘아 올린 신기록이 얼어붙었던 미술 시장에 따뜻한 봄을 불러올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