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죽어서도 신기록…현대미술 최고가 3,460억 원에 낙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가 말년에 그린 초상화 한 점이 미술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현지시간 18일 저녁,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수수료를 포함해 무려 2억 3,6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46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낙찰되며 현대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는 2023년에 세워진 클림트 자신의 기존 최고가(1억 800만 달러)를 2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20분간 이어진 팽팽한 응찰 경쟁은 현장의 모든 이들을 숨죽이게 했으며, 최종 낙찰이 결정되는 순간 장내에서는 탄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새 주인을 찾은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은 클림트가 1914년에서 1916년 사이에 그의 후원자였던 인물의 스무 살 딸을 모델로 그린 작품이다. 특히 이 그림은 클림트의 전체 작품을 통틀어 단 두 점밖에 존재하지 않는 전신 초상화 중 하나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매우 높다. 이 걸작은 지난 40년간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의 창립자 에스티 로더의 아들, 레너드 로더의 뉴욕 자택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레너드 로더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방대한 예술품들이 이번 경매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한 개인의 서재에 머물던 작품이 경매장에 등장하자마자 세계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셈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클림트의 작품만큼이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다른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설치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황금 변기 '아메리카'다. 이 작품은 2019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에서 도난당해 더욱 유명해진 바로 그 황금 변기의 자매품으로, 무려 18캐럿 순금 약 91kg이 사용되어 제작되었다. 경매 시작가는 순수하게 금 시세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며, 작품의 특이성 때문에 사방이 유리로 된 작은 화장실 공간에 별도로 설치되어 관람객들을 맞았다. 작품을 보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섰고, 그 앞에는 '보기만 하고 만지지 마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진풍경을 연출했다.

 

클림트 작품의 기록적인 낙찰은 단순히 개별 작품의 가치를 넘어, 지난 2년간 침체일로를 걷던 미술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폭제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미술품 및 골동품 판매가 2년 연속 감소하고 여러 갤러리가 문을 닫는 등 위축되었던 시장 상황 속에서 이번 경매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소더비 측은 이번 주에 앙리 마티스, 제프 쿤스 등 거장들의 작품을 연이어 경매에 부치며 총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점의 그림이 쏘아 올린 신기록이 얼어붙었던 미술 시장에 따뜻한 봄을 불러올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포털

사장 승진은 단 1명, 대신 하버드 석학 수혈…이재용의 '기술 삼성' 승부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후 처음으로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기술 혁신'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전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승진 인사를 최소화하며 조직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한편, 외부 기술 인재를 파격적으로 영입해 '기술 초격차'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선명하게 읽힌다. 이번 인사는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의 서막으로,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전략적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양대 축인 반도체(DS)와 스마트폰·가전(DX) 부문 수장들의 유임과 역할 강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과 DX 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에게 각각 핵심 사업부장인 메모리사업부장과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계속 겸직하도록 했다. 이는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검증된 리더십을 중심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부진을 씻고 실적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신임을 얻었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리더십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셈이다.안정 기조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변화의 의지는 외부 인재 영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하버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박홍근 사장을 삼성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67년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 수석 입학 및 전체 수석 졸업, 스탠퍼드대 박사 학위 취득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을 외치며 기술 확보를 생존의 문제로 여겨 온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파격적인 인사다. 선행 기술 연구의 심장부에 외부의 수재를 앉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윤장현 사장 역시 기술 전문가로서,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랜 기간 무선사업부에서 경력을 쌓은 윤 사장의 발탁은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모바일, TV, 가전 등에 AI와 로봇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사장단 인사가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마무리됐지만,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사업지원실이 신설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삼성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