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이길래?…'푸른 꽃다발' 하나가 한국 경매 최고가 기록 갈아치운 순간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걸작 '꽃다발'(Bouquet de Fleurs)이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24일 서울옥션이 주최한 '이브닝 세일'에서 해당 작품이 경매 시작가이자 뜨거운 관심 속에서 단번에 응찰된 가격인 94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푸른색의 신비로운 화면을 화려한 꽃으로 가득 채운 이 작품은 샤갈의 독창적인 색채 감각과 몽환적인 화풍이 집약된 수작으로 평가받아왔으며, 이번 낙찰을 통해 그 예술적 가치를 시장에서 다시 한번 공인받게 되었다. 미술계는 이번 기록적인 거래가 침체되었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번 94억 원이라는 낙찰가는 기존의 모든 기록을 압도하는 금액이다. 종전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은 2023년 마이아트옥션에서 70억 원에 거래된 국보급 문화재 '백자청화오조룡문호'가 보유하고 있었다. 샤갈의 '꽃다발'은 이 기록을 무려 24억 원이나 뛰어넘으며,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통틀어 한국 경매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근현대 미술품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2017년 케이옥션에서 65억 5천만 원에 낙찰되며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김환기 화백의 '고요 5-IV-73 #310'의 기록을 7년 만에 가뿐히 넘어서는 기념비적인 성과다.

 


이날 경매의 열기는 샤갈의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함께 출품된 샤갈의 또 다른 작품 '파리의 풍경'(Paysage de Paris) 역시 59억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낙찰되며 거장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도 뜨거운 경합 속에 새 주인을 찾았다. 김환기 화백의 뉴욕 시기 작품 '15-VI-69 #71 I'은 7억 원에, 이우환 화백의 '바람과 함께'(With Winds)는 9억 1천만 원에 거래되며 견고한 인기를 증명했다. 이날 서울옥션은 단일 경매에서 총 17점의 작품을 판매하며 낙찰 총액 233억 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8월 이후 약 4년 만에 단일 경매 낙찰 총액이 200억 원을 돌파한 이례적인 결과다.

 

이러한 성공적인 경매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미술시장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태희 서울옥션 미술품경매팀장은 이번 결과가 한국 시장이 글로벌 아트 마켓의 주요 거점으로서 충분한 기초 체력과 높은 안목을 갖추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이 이제 아시아 미술 시장의 전통적인 허브인 홍콩이나 서구 시장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하이엔드 마켓' 소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기록 경신이 단순한 1회성 이벤트를 넘어 한국 미술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문화포털

1년 전 그날의 비극, 광주 전일빌딩에 다시 울리는 추모곡

 비극적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의 물결이 광주를 중심으로 다시 일고 있다. 광주시는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시민분향소를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남겨두지 않고, 지역 공동체 전체가 함께 기억하고 연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참사의 기억이 흐려지지 않도록 사회적 추모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추모의 중심 공간이 될 시민분향소는 광주의 상징적인 장소인 전일빌딩245 1층 로비에 마련된다. 분향소는 오는 22일부터 참사 당일인 29일까지 8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을 통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광주시는 분향소 운영 기간 동안 안내 인력을 상시 배치하여 추모객들의 편의를 돕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장소 제공을 넘어, 시 차원에서 추모에 대한 공식적인 예우를 갖추고 공동체적 애도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시민분향소 운영과 더불어, 참사 1주기를 기리는 공식적인 추모 행사도 별도로 진행된다. 국토교통부와 유가족협의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공식 1주기 추모식은 참사 당일인 29일 오전 10시, 사고의 현장과 가까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에 앞서 27일 오후 2시에는 유가족협의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 시도민추모대회'를 개최한다. 이는 관 주도의 공식 행사와는 별개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가족과 연대하는 의미 깊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이처럼 참사 1주기를 맞아 광주시의 분향소 설치부터 정부의 공식 추모식, 그리고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추모대회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추모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12·29 참사'가 단순히 지나간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성찰해야 할 중대한 사건임을 보여준다. 비극적인 사건을 잊지 않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공동체의 노력은 유가족에게 큰 위로가 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을 되돌아보고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