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상 받고 KIA 선수로 소감…이태양이 웃으며 던진 뼈있는 한마디

 FA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둔 베테랑 투수 이태양(36)이 스스로 한화를 떠나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2025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자신을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1군에서 뛸 기회를 잡지 못한 채 한 시즌을 더 허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4년 총액 25억 원의 계약보다 우선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의 지명을 받았고, 공교롭게도 이적이 확정된 지 불과 닷새 만에 열린 KBO 시상식에서 한화 소속으로 이뤄낸 퓨처스리그 승리상을 수상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제는 KIA 타이거즈 선수가 된 이태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트로피에 새겨진 ‘한화 이글스’라는 문구를 보며 아쉬움 섞인 농담을 던지면서도 새로운 팀에서의 활약을 다짐하며 복잡했던 심경과 이적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태양이 한화를 떠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로서의 경쟁력’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 때문이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음에도, 1군에서는 14경기 등판에 그치며 승리 없이 1패만을 기록했다. 그는 “다른 분들이 봤을 때 모를 수 있지만, 난 그래도 내가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1년을 올해처럼 보내기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야구선수로서 마운드에 계속 서고 싶다는 열망이 ‘안정’보다 컸던 셈이다. 그는 “한화를 떠난다는 게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가족과 아기를 생각하면 야구를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구단에 먼저 면담을 신청했다”며 자신의 선택이 선수 생명 연장을 위한 절실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경문 감독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임을 인정하며 “선수 입장이면 (섭섭함은) 당연한 거다. 그런데 그런 걸 먼저 생각하기보다 프로야구는 감독님들마다 선호하는 선수, 스타일이 있다. 내가 그 부분을 못 맞췄다고 생각한다”고 성숙하게 답했다. 특정인에 대한 원망보다는 스스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퓨처스리그에서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한화 손혁 단장에게 “저랑 (안)치홍이를 보내더니 바로 강백호를 잡아오셔서 그런지 얼굴이 너무 좋으신데요”라며 농담을 건넬 만큼, 구단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마무리했음을 보여줬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는 팀을 떠나는 아쉬움과 더불어 자신을 증명하고픈 강한 동기부여가 동시에 느껴졌다.

 

이제 이태양의 시선은 새로운 둥지인 광주를 향한다. 그는 “야구를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디펜딩 챔피언인 KIA의 탄탄한 전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으며 “KIA에 하루빨리 합류해서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 잘 어우러진 뒤 내년 KIA가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범호 KIA 감독 역시 “아프지 말라. 우리가 필요해서 지명한 것이니 잘 준비해 달라”는 말로 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광주로 내려가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선수로서 다시 한번 뜨겁게 타오를 기회를 잡은 그의 얼굴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비장함이 가득했다.

 

문화포털

한국서 8년 징역 살고 또…'스미싱 총책' 중국인의 대담한 범죄 행각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위장한 문자메시지 하나로 12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가로챈 대규모 스미싱 조직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와해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범행을 총괄한 중국 국적의 총책 A씨를 포함한 일당 13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4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오직 스미싱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한국으로 파견된 인물로, 입국 직후 중국에서 알던 지인들을 규합해 무려 1년 7개월 동안 범죄 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내 조직원 전원을 검거하는 한편, 중국 현지에서 범행을 지시한 해외 총책 2명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이들 조직의 범행 수법은 매우 교묘하고 치밀했다. 먼저 청첩장, 부고장, 교통법규 위반 고지서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위장한 문자메시지에 악성 앱 설치 링크를 포함시켜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포했다. 만약 피해자가 해당 링크를 클릭해 악성 앱을 설치하면, 그 즉시 휴대전화의 모든 권한이 범죄 조직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들은 탈취한 권한을 이용해 피해자 명의로 새로운 유심을 무단 개통하여 기존 휴대전화를 '먹통'으로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후 휴대전화 본인인증, 위조된 신분증 등을 활용해 금융기관의 보안 체계를 차례로 뚫고, 피해자의 은행 계좌나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에 침투해 모든 자금을 빼돌렸다. 심지어 카카오톡 계정까지 탈취해 지인들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범죄도 서슴지 않았다.이번 범죄로 확인된 피해자만 1천 명이 넘으며, 전체 피해 금액은 12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50대 이상 장년층이 전체 피해자의 80~90%를 차지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단 한 명의 피해자가 4억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한순간에 탈취당하는 등 피해의 심각성 또한 매우 컸다. 경찰은 이번 검거를 통해 전국 각 경찰서에서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약 900여 건의 스미싱 사건이 모두 이들 조직의 소행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아울렛 주차장 차량에서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대포폰 15대와 위조 신분증, 그리고 범죄수익금 현금 4천500만 원을 압수했다.경찰 수사 과정에서 국내 금융 및 통신 시스템의 허점도 일부 드러났다. 범죄 조직이 사용한 위조 신분증은 글꼴이 조잡하게 다르거나 실존하지 않는 기관명이 적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통신사와 금융기관의 본인인증 시스템을 그대로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러한 취약점을 해당 통신사 2곳과 금융기관 2곳에 즉시 공유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대부분의 범죄수익금이 자금 세탁을 거쳐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해외 총책들을 검거해야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해외에 있는 주범들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