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저물었다…'하이킥' 아들·며느리·손녀들, 故이순재 마지막 길에 전한 '진심'

 '국민 배우' 원로 배우 이순재가 향년 91세로 영면에 들자, 그와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에서 한 가족으로 호흡을 맞췄던 후배 배우들의 애도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운관 속에서 때로는 티격태격하고 때로는 서로를 보듬으며 진짜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 전체가 슬픔에 잠긴 가운데, '하이킥'이라는 이름 아래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의 진심 어린 추모는 대중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가장 먼저 애도의 뜻을 전한 것은 '손녀'들이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손녀 정해리 역을 맡아 '빵꾸똥꾸'라는 유행어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던 배우 진지희는 자신의 SNS에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녀는 "연기에 대한 진지함과 무대 위 책임감, 삶의 태도까지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며 "선생님과 함께한 모든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겠다"고 적으며 고인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같은 작품에서 또 다른 손녀로 출연했던 황정음 역시 "아무것도 몰랐던 제겐 따뜻했던 아버지셨다"며 "영원히 선생님을 기억하겠다"는 글과 함께 촬영 당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고인을 추억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아들 이준하 역을 연기했던 정준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후배들을 진심으로 아껴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생하다"며 "평생을 헌신하신 큰 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사위와 며느리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 역시 고인을 '시대의 스승'으로 기억하며 애도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사위 역을 맡았던 정보석은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 방송 연기의 시작이자 역사였다"며 "오늘날 대한민국 방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신 분"이라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며느리였던 박해미와 아내였던 나문희는 빈소에 조화를 보내 마음을 전했는데, 특히 박해미가 보낸 근조화환에는 '영원한 며느리 배우 박해미'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작품 속 인연이 현실에서도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게 하며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최다니엘은 별다른 글 없이 시트콤 출연진의 단체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침묵으로 깊은 슬픔을 표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진 뒤 27일 발인이 엄수된다. 유족 측은 조용히 고인을 보내고 싶다는 뜻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조문은 정중히 사양했다. 대신, 국민 배우였던 고인을 추모하고 싶은 시민들을 위해 방송사 KBS가 나섰다. KBS는 여의도 본관과 별관에 일반인들이 고인을 조문할 수 있는 특별 분향소를 마련해,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하고 싶은 팬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한평생을 연기에 바친 위대한 배우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따뜻한 인품은 '하이킥 가족'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문화포털

15년간 500점씩 팔려나갔다…'아는 사람만 안다'는 대구의 비밀스러운 미술 축제 정체

 대구의 늦가을을 예술의 향연으로 물들일 '2025 대구아트페스티벌'이 오는 12월 3일, 대구문화예술회관의 문을 활짝 연다.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는 지역 작가들에게는 소중한 작품 발표와 판매의 장을, 시민들에게는 미술의 높은 문턱을 넘어 예술과 가까워질 기회를 제공하며 대구를 대표하는 미술 축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해왔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소통하고, 작품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생생한 '미술 시장'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번 축제 역시 1부(3~7일)와 2부(9~13일)로 나뉘어 진행되며, 특별전을 포함해 총 400여 명에 달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은 작가와 시민이 직접 만나는 '부스 전시'에 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80개씩, 총 160개의 부스가 마련되는데, 각 부스는 작가 개개인의 독립된 작은 갤러리가 된다. 관람객들은 정형화된 갤러리의 하얀 벽에 걸린 작품을 멀리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스에 상주하는 작가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작품의 탄생 배경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직접적인 소통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작가에게는 창작의 동력을 불어넣고 관람객에게는 예술에 대한 친밀감을 형성하게 하는 축제의 가장 중요한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다채로운 특별전은 축제에 풍성함을 더하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먼저, 3일부터 7일까지 9~11전시실에서는 전통의 미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민화 특별전'이 열린다. 궁중회화, 풍속화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창작 민화, 나전과 옻칠을 이용한 작품까지 민화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과거의 화풍을 답습하는 것을 넘어, 전통을 현시대의 맥락에 맞게 확장하며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와 함께 전체 전시 기간 동안 12, 13전시실에서는 '현대미술 조망전-공존과 포용'이 펼쳐져, 김결수, 노창환 등 17명의 중진 작가들이 선보이는 깊이 있는 현대미술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미술 애호가뿐만 아니라 이제 막 미술에 입문하려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1층 로비 부스에서 열리는 '405060전(展)'은 1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작은 작품들을 40만 원에서 60만 원 사이의 파격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미술품 소장에 대한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춰 미술 시장의 대중화를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인식 대구미술협회 회장이 "매년 500점 이상의 작품이 판매되고 1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축제"라고 자부심을 드러낸 만큼, 이번 대구아트페스티벌이 늦가을의 정취 속에서 예술과 함께 숨 쉬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