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조 편성' 홍명보호, 32강 탈락은 상상 불가


한국 축구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역대급으로 수월한 조 편성을 받으며 32강 진출에 대한 낙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FIFA 랭킹 61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 D팀(덴마크, 체코 등)과 A조에 속하면서 전 세계 유력 매체들이 한국의 토너먼트 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최상의 조 편성이 오히려 방심을 낳아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48개국이 참가하는 최초의 대회로, 12개 조 중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8팀에게도 32강 토너먼트 진출권이 주어진다. 이는 한국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세계적인 축구 통계업체 ‘옵타’는 A조를 전체 12개 조 중 9번째로 경쟁력이 낮은 조로 평가하며 사실상 '꿀조'임을 인정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 역시 A조 순위를 멕시코, 한국, 유럽 플레이오프 팀, 남아프리카공화국 순으로 예측하며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를 유력하게 봤다. 심지어 '디 애슬레틱'은 "한국이 조 3위에 머물러도 좋은 성적을 내 32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전 국가대표 이천수마저 "월드컵 역사상 최상의 조 편성"이라고 환호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지나친 낙관론이 홍명보 감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매체가 한국의 진출을 점치면서 기대치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월드컵은 언제나 예상 밖의 결과를 낳는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 벌어질 경우 A조 역시 순식간에 '죽음의 조'로 전락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벨기에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1강이 없었던 상황은 지금의 A조와 유사하다. 특히 '1승 제물'로 평가받던 알제리에게 2-4로 대패하며 굴욕을 맛본 기억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이다.

 

이번 A조의 남아공이나 유럽 플레이오프 팀 역시 외형적으로는 약체로 보일 수 있으나, 방심하는 순간 2014년의 알제리가 될 수 있다. 홍명보호는 최상의 조 편성이라는 달콤한 평가에 취하기보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시점이다.

 

문화포털

카톡 대신 꾹꾹 눌러쓴 '조선시대 편지'…요즘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이 감성'

 한문이 공식 문자였던 시대, 평범한 사람들이 꾹꾹 눌러쓴 한글 편지 60여 통이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대중에게 공개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여러 시민과 종가에서 기증받은 귀중한 고문서들을 모아 기증유물특별전 '한글편지, 문안 아뢰옵고'를 이달 10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무료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공식적인 역사 기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옛사람들의 진솔한 감정과 일상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한문 서신이 격식과 예법에 얽매여 있었다면, 다양한 계층이 널리 사용했던 한글 편지에는 구어적 표현이 자유롭게 쓰여 사랑과 그리움, 걱정과 안부 등 인간적인 감정들이 더욱 생생하게 녹아있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순히 옛 문서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순천부사로 멀리 떠난 아들 오준영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연출한 '어머니의 방'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공간은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시각적으로 구현하여 편지에 담긴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옛 한글은 띄어쓰기가 없고 흘림체로 쓰여 현대인이 해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모든 편지에 판독문과 현대어 번역문을 함께 제공한다. 박물관 측은 패널과 키오스크, 이야기 영상과 내레이션 등 다채로운 방식을 활용해 관람객들이 옛사람들의 이야기에 쉽고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한글 편지의 다각적인 면모를 조명한다. 1부 '편지를 쓰다'에서는 부모와 자식, 부부 등 가족 간에 오고 간 편지들을 통해 조선 시대의 중요한 가치였던 효(孝)와 예(禮)가 일상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2부 '편지를 읽다'에서는 안부 인사를 넘어 정보와 내용을 전달하는 실용적인 소통 수단으로서 한글 편지의 역할을 탐구한다. 마지막 3부 '편지를 보관하다'에서는 기증된 유물들이 박물관 수장고에서 어떻게 연구되고 보존되는지를 보여주며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단순한 관람을 넘어,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옛사람들의 소통 방식을 체험하며 그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소중한 사람에게 직접 손편지를 쓸 수 있다. 정성껏 쓴 편지를 전시장 내에 설치된 옛날 우체통에 넣으면, 박물관이 실제로 우편 배달까지 해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옛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쓴 글에는 사랑과 그리움, 배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번 전시가 디지털 시대에 잊혀 가는 따뜻한 안부와 소통의 정서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