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폐에 얼굴 박힌 '국민 화가', 그의 그림 86점이 한국에?

 영국을 대표하는 '빛의 화가'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한국을 찾는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우양미술관은 오는 17일부터 터너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휘트워스 미술관과 공동으로 '터너: 인 라이트 앤 셰이드'(Turner: In Light and Shade)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9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에게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온 거장의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터너는 단순한 풍경화가를 넘어 영국 미술사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의 예술적 위상은 영국 20파운드 지폐에 그의 자화상과 대표작 '전함 테메레르 호의 마지막 항해'가 함께 새겨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국가의 화폐에 등장할 만큼 국민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는 예술가라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으로 꼽히는 '터너상(Turner Prize)' 역시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터너는 시대를 초월하여 영국 미술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터너가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린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작한 풍경 판화 연작 '리베르 스투디오룸(Liber Studiorum)'이다. 놀라운 점은 출판된 71점의 판화 전체가 단 한 점의 빠짐없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협력 기관인 휘트워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리베르 스투디오룸' 전체 컬렉션을 일반 관객에게 온전히 내보이는 것이 무려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이 역사적인 판화 연작과 더불어, 휘트워스 미술관이 자랑하는 터너의 수채화 명작들을 포함하여 총 86점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터너가 '빛의 화가'로서 보여준 고유의 색채와 변화무쌍한 대기의 표현이, 판화라는 흑백의 매체를 통해 어떻게 새롭게 변주되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화려한 색채 대신 오직 선과 명암, 그리고 여백의 삼중주만으로 풍경의 본질을 꿰뚫는 터너의 또 다른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회화와 판화를 나란히 비교하며 거장의 예술적 깊이를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5월 25일까지 계속된다.

 

문화포털

상인들 반발에도…청계천 '차 없는 거리', 새해부터 다시 부활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보행 공간인 청계천로 '차 없는 거리'가 다시 돌아온다. 서울시는 주변 상인들의 민원을 이유로 지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던 청계천 북측 청계2가 교차로부터 광교 교차로에 이르는 450m 구간의 차량 통행 제한을 2026년 1월 1일부터 재개한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은 내년 첫날부터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 그리고 모든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보행자 전용 도로로 운영되며 일반 차량의 진입이 전면 통제된다. 이번 결정은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 기간이 종료됨에 따른 조치로, 최종 정책 방향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운영 방식을 유지해 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청계천로 차 없는 거리'는 2005년 청계천 복원과 함께 시작된 이래, 도심 속에서 시민들이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쾌적한 보행 환경을 제공하며 서울의 상징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도로가 통제되면서 차량 접근성이 떨어지자, 인근 상인들을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한다'는 불만과 함께 지속적인 해제 요구가 제기되어 왔다. 보행권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와 상권 활성화라는 지역 경제 문제가 충돌하는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상인들의 주장이 타당한지, 차 없는 거리 해제가 실제로 상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전체 구간 중 민원이 집중된 일부 구간의 운영을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정책 실험'에 돌입했다.서울시는 차량 운행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지난 6개월 동안, 정책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에 집중했다. 특히 상권이 밀집한 관철동 인근을 중심으로 차량 통행 재개 전후의 상권 매출 변화와 보행량 데이터를 면밀히 비교 분석할 계획이다. 단순히 경제적 지표뿐만 아니라, 보행 환경의 변화가 시민들에게 미친 영향까지 다각도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렇게 수집된 정량적 데이터에 더해, 교통 및 도시계획 전문가, 관할 자치구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해당 구간의 차 없는 거리 운영에 대한 최종적인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일단 차 없는 거리 운영을 유지하며 정책의 안정성을 꾀하기로 했다.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청계천로 차 없는 거리는 단순히 차량을 막는 것을 넘어, 도심 교통의 패러다임을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 상징적인 정책"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앞으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상인들의 민원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행정을 통해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향후 분석 결과에 따라 청계천로의 풍경이 또 한 번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