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말 한마디에…54년 만에 日서 판다 사라진다, 진짜 이유는?

 최근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타이완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양국 우호의 상징이었던 판다가 54년 만에 일본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했다. 도쿄도는 15일, 우에노동물원에서 생활해 온 마지막 자이언트판다인 쌍둥이 '샤오샤오'와 '레이레이'를 내년 1월 하순 중국에 반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동물 반환을 넘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되며 일본 열도 전체가 깊은 아쉬움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에 반환되는 샤오샤오와 레이레이는 2021년 6월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쌍둥이 남매로, 일본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들의 부모인 '리리'와 '싱싱'은 이미 작년 9월 중국으로 돌아갔고, 지난 6월에는 와카야마현 테마파크에 있던 판다 4마리마저 한꺼번에 반환되면서 이들 쌍둥이는 일본에 남은 마지막 판다가 되었다.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를 기념해 판다가 처음 일본에 온 이후 54년간 이어져 온 '판다의 시대'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일본 측은 새로운 판다의 대여를 중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현재의 경색된 외교 국면 속에서 협상은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열도는 벌써부터 마지막 판다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도쿄도는 이달 23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약 한 달간을 최종 관람 기간으로 정했다. 판다의 인기가 워낙 높은 탓에 이 기간 동안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사전에 신청해야만 한다. 다음 달 12일까지는 선착순으로 기회가 주어지지만, 마지막 이별이 임박한 14일부터는 추첨을 통해 관람객을 선정할 정도로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온라인상에서는 "너무 섭섭하다", "정치 문제 때문에 판다까지 못 보게 되다니"와 같은 반응이 쏟아지며 이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자국에만 서식하는 자이언트판다를 우호 관계를 맺은 국가에 선물하거나 공동 연구 형식으로 대여하는 '판다 외교'를 펼쳐왔다. 계약에 따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성체가 되는 만 4세 전후에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따라서 이번 쌍둥이 판다의 반환 자체는 정해진 절차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과거에는 한 판다가 돌아가면 새로운 판다가 오는 선순환이 이어졌지만, 타이완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날 선 대립이 이어지면서 판다 외교의 끈마저 끊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이번 반환은 정치적 갈등이 국민들의 정서와 문화 교류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 되고 있다.

 

문화포털

"OECD 꼴찌"…잘 사는데 더 불행하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기이한 비명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이 위태롭다는 경고등이 국가 공식 통계로 처음 확인됐다. 국가통계연구원이 16일 처음으로 발간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31위에 머물렀다. 이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정신적, 육체적 소진 상태인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치열한 구직 경쟁에 내몰리는 25~29세 청년들의 번아웃 경험률이 34.8%로 가장 높아, 이들이 겪는 압박감이 극심한 수준임을 시사했다.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극단적인 선택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청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24.4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 10년간 자살률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연령대는 번아웃 비율이 가장 높았던 25~29세였다. 삶의 고단함은 청년들의 인생 설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비혼·만혼' 현상이 심화하면서 30~34세 남성의 미혼율은 74.7%, 여성은 58.0%까지 치솟았다.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에서 5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자연스럽게 '나 혼자 사는' 청년 1인 가구의 비율도 전체 청년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이 당연한 생애 과정으로 여겨지지 않는, 청년 세대의 고독하고 불안한 자화상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역설적이게도 청년들의 주관적 삶의 질이 추락하는 동안, 일부 경제 지표는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꾸준히 감소해 OECD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고등교육 이수율은 76%를 넘어서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청년들이 과거보다 가난하지 않고, 더 많이 배웠으며, 통계상 일자리를 구하기도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의 삶은 더 불행해졌다는 의미다.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극심한 경쟁, 자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내 집 마련의 꿈 좌절,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개선된 경제 지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리적 빈곤'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성별에 따른 고용 격차의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15~29세 연령층에서는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30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역전돼 남성 고용률이 여성을 13%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이는 수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 등을 기점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처한 총체적 난국을 수치로 증명한 첫 공식 문서라 할 수 있다. 줄어드는 청년 인구 속에서 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담보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