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일본인 3선발 시대' 열리자 국내 투수들 설 자리 잃었다

 KBO리그의 아시아쿼터제 도입이 현실화되면서, ‘양신’ 양준혁이 약 1년 전 “완전히 반대한다”고 외쳤던 소신 발언이 야구 팬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시아쿼터 도입이 국내 선수들의 입지를 좁히고 한국 야구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팬들의 80% 이상이 찬성한다는 여론을 알면서도, 이는 결국 1, 2선발에 이어 3선발까지 외국인 선수로 채우는, 즉 4명의 외국인 선수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으로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마추어 야구 육성을 외면한 프로 구단들의 핑계일 뿐이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손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양준혁의 우려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25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이 약속이나 한 듯 일본인 투수를 영입했거나 영입을 앞두고 있다. 즉시 전력감을 찾아야 하는 구단들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야구 인프라가 탄탄한 일본으로, 그중에서도 마운드를 강화할 수 있는 투수로 눈을 돌린 결과다. LG와 한화만이 각각 호주와 대만 국적의 선수를 택했을 뿐, 삼성, SSG, NC, KT, 롯데, 두산, 그리고 계약 발표만 남은 키움까지 무려 7개 구단이 일본인 투수로 아시아쿼터 자리를 채웠다. KIA가 유일하게 호주 국적의 유격수 영입을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투수로 선회할 가능성이 남아있어 사실상 리그 전체가 투수, 특히 일본인 투수 일색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양준혁의 주장은 분명 설득력 있는 부분이 많다. 그의 말대로 아시아쿼터 선수로 영입된 투수 대부분은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자원이며, 일부 구단은 아예 3~5선발급으로 분류해 영입했다. 이는 내년부터 KBO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외국인 투수가 3명이나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로, 가뜩이나 국제 경쟁력을 갖춘 토종 선발 투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야구의 현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좋은 신인 선수가 나오지 않아 기존 선수들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FA 시장의 거품 문제 역시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투자와 육성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그의 지적은 현재 KBO리그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쿼터 도입이 불가피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선발 투수 육성의 어려움은 외국인 선수 숫자와 관계없이 해결해야 할 KBO의 고질적인 문제이며, 이를 아시아쿼터 제도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라는 것이다. 프로 구단이 아마추어의 알맹이만 빼먹는다는 비판은 타당하지만, 프로 구단에 아마추어 육성을 무조건 책임지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성적과 수익 창출이 최우선 목표인 프로 구단은 각자의 살림살이도 넉넉지 않은 현실 속에서 연고지 아마 야구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경우가 많다. 결국 아시아쿼터 도입은 리그의 현실적인 필요에 따른 결정이며, 이제는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이 새로운 현실 속에서 각자의 생존법과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문화포털

"OECD 꼴찌"…잘 사는데 더 불행하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기이한 비명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이 위태롭다는 경고등이 국가 공식 통계로 처음 확인됐다. 국가통계연구원이 16일 처음으로 발간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31위에 머물렀다. 이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으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정신적, 육체적 소진 상태인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치열한 구직 경쟁에 내몰리는 25~29세 청년들의 번아웃 경험률이 34.8%로 가장 높아, 이들이 겪는 압박감이 극심한 수준임을 시사했다.이러한 정신적 고통은 극단적인 선택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청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24.4명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특히 지난 10년간 자살률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연령대는 번아웃 비율이 가장 높았던 25~29세였다. 삶의 고단함은 청년들의 인생 설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비혼·만혼' 현상이 심화하면서 30~34세 남성의 미혼율은 74.7%, 여성은 58.0%까지 치솟았다.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배에서 5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자연스럽게 '나 혼자 사는' 청년 1인 가구의 비율도 전체 청년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이 당연한 생애 과정으로 여겨지지 않는, 청년 세대의 고독하고 불안한 자화상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역설적이게도 청년들의 주관적 삶의 질이 추락하는 동안, 일부 경제 지표는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꾸준히 감소해 OECD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고등교육 이수율은 76%를 넘어서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청년들이 과거보다 가난하지 않고, 더 많이 배웠으며, 통계상 일자리를 구하기도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의 삶은 더 불행해졌다는 의미다.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극심한 경쟁, 자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내 집 마련의 꿈 좌절,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개선된 경제 지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심리적 빈곤'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성별에 따른 고용 격차의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15~29세 연령층에서는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30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역전돼 남성 고용률이 여성을 13%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이는 수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 등을 기점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결국 이번 보고서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처한 총체적 난국을 수치로 증명한 첫 공식 문서라 할 수 있다. 줄어드는 청년 인구 속에서 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담보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