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 손실 발표했는데 주가는 '급등'?…월가가 포드의 '전기차 포기'에 환호한 이유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가 전기차 사업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 부진과 전략 수정에 따라 약 28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실을 공식화했다. 이는 한때 미래 먹거리로 여겨졌던 대형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다. 전기차 올인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나선 것이다.

 

포드의 이러한 극적인 선회는 '비싼 전기차는 팔리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5만 달러, 7만 달러, 8만 달러짜리 최고급 전기차는 전혀 팔리지 않았다"고 토로하며 실패를 자인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고 내연기관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 환경이 급변한 것도 결정타가 됐다. 예상보다 낮은 수요, 높은 원가, 비우호적인 규제라는 삼중고 속에서 더 이상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가 먼저 전기차 생산 축소를 발표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 전반에 깔린 위기감을 보여준다.

 


돈 안 되는 전기차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포드는 이제 '돈 되는'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높은 기존의 내연기관 트럭, 밴, SUV 생산을 확대하고, 순수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과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 개발에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순수 전기 픽업트럭의 상징이었던 F-150 라이트닝마저 장거리 전기차(EREV)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이번 전략 변화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또한, SK온과 함께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사업을 종료하며 발생한 30억 달러의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배터리 공장을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라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28조 원이 넘는 손실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뜨거웠다. 포드의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상승했으며, 회사는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이는 이번 손실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털어내는 일회성 비용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월가는 포드가 전기차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주행거리 안정성을 원한다"는 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포드는 막대한 수업료를 내고서야 비로소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문화포털

11년 만에 돌아온 '보니 앤 클라이드', 대체 왜 '범죄자 미화' 논란을 자초했나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가 1930년대 악명 높은 범죄자 커플을 현 시대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재해석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태형은 "인기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인플루언서를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다"고 밝히며, 인스타그램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플랫폼을 통해 명성을 얻고 부를 축적하는 현상을 1930년대의 보니와 클라이드에 투영했음을 시사했다. 대공황이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세련된 패션과 파격적인 행보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오늘날 SNS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때로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인물들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실화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을 자신의 진짜 꿈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그러나 13명 이상을 살해한 잔혹한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범죄 미화'라는 본질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태형 연출은 보니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의 SNS에 한 해외 팬이 "살인자를 연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댓글을 남겼던 일화를 직접 언급하며, '이 공연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이번 프로덕션이 출발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전 공연들과의 차별점을 명확히 했다. 단순히 그들의 사랑과 자유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백 발의 총알을 맞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 잔혹한 결말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결국 자신들의 죄값을 치렀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을 괴물로 내몬 1930년대 미국의 극심한 경제적 고통과 시대적 배경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해 인물의 입체성을 더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이러한 연출적 장치들을 통해 작품은 "시대가 악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묵직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범죄 행각을 통해 마치 SNS 스타처럼 유명해지며 느끼는 짜릿한 쾌감과 우월감은 한순간의 신기루일 뿐, 결국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씁쓸하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무거운 책임의 무게를 조명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생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시대의 잘못을 핑계 삼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잔혹한 범죄를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서늘하게 보여주는 셈이다.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는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각적인 음악과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1930년대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재즈, 블루스, 컨트리 등 다채로운 장르를 녹여낸 음악은 때로는 낭만적이고 달콤하게, 때로는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간다. 보니 역의 옥주현은 "와일드혼의 소울이 가장 깊이 담긴 재즈와 블루스를 흠뻑 즐겨달라"고 전하며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옥주현, 이봄소리, 조형균, 윤현민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