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총리가 한글로 사과했는데…한국인들 "더 화났다", 왜?

 미스 핀란드 출신 인사의 아시아인 비하 발언에서 시작된 논란이 핀란드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며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하자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 직접 SNS에 한글 사과문을 게재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말뿐인 사과가 아닌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르포 총리는 17일, 주한 핀란드대사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직접 작성한 한글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최근 일부 국회의원의 SNS 게시글로 인해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해당 게시글은 평등과 포용이라는 핀란드의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핀란드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모든 형태의 차별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핀란드 정부가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매우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뿌리 뽑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오르포 총리는 정치인이 사회 발전에 모범을 보여야 할 책무가 있음을 지적하며, 정부 내 각 국회 교섭단체 대표들이 해당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공동으로 강력히 규탄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하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의 이례적인 한글 사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누리꾼들의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은 "말로만 사과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수 정당도 아니고 연립내각에 속한 정당이 버젓이 저런 짓을 한다는 게 기가 찬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보인 유아적인 행동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사과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 누리꾼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오르포 총리의 '이중적인 태도'다. 한 누리꾼은 "오르포 총리는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로 사과 포스팅을 올렸지만, 정작 자국인 핀란드 현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실질적인 액션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는 결국 대외적으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단순한 사과문을 넘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자국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나 처벌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화포털

11년 만에 돌아온 '보니 앤 클라이드', 대체 왜 '범죄자 미화' 논란을 자초했나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가 1930년대 악명 높은 범죄자 커플을 현 시대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재해석하는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김태형은 "인기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인플루언서를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다"고 밝히며, 인스타그램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플랫폼을 통해 명성을 얻고 부를 축적하는 현상을 1930년대의 보니와 클라이드에 투영했음을 시사했다. 대공황이라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세련된 패션과 파격적인 행보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오늘날 SNS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때로는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인물들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실화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이 욕망하는 것을 자신의 진짜 꿈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그러나 13명 이상을 살해한 잔혹한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범죄 미화'라는 본질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태형 연출은 보니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의 SNS에 한 해외 팬이 "살인자를 연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댓글을 남겼던 일화를 직접 언급하며, '이 공연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이번 프로덕션이 출발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전 공연들과의 차별점을 명확히 했다. 단순히 그들의 사랑과 자유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수백 발의 총알을 맞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는 잔혹한 결말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결국 자신들의 죄값을 치렀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을 괴물로 내몬 1930년대 미국의 극심한 경제적 고통과 시대적 배경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해 인물의 입체성을 더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이러한 연출적 장치들을 통해 작품은 "시대가 악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의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묵직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진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범죄 행각을 통해 마치 SNS 스타처럼 유명해지며 느끼는 짜릿한 쾌감과 우월감은 한순간의 신기루일 뿐, 결국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씁쓸하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화려한 명성 뒤에 가려진 무거운 책임의 무게를 조명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생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시대의 잘못을 핑계 삼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잔혹한 범죄를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서늘하게 보여주는 셈이다.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는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각적인 음악과 만나 더욱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1930년대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재즈, 블루스, 컨트리 등 다채로운 장르를 녹여낸 음악은 때로는 낭만적이고 달콤하게, 때로는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따라간다. 보니 역의 옥주현은 "와일드혼의 소울이 가장 깊이 담긴 재즈와 블루스를 흠뻑 즐겨달라"고 전하며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옥주현, 이봄소리, 조형균, 윤현민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