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종전 대비? 정부, 러시아 지렛대로 북핵 돌파구 모색

 정부가 러시아와의 외교적 교착 상태를 깨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외교부의 북핵 담당 고위 당국자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극비리에 방문해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외무부 북핵담당특임대사를 포함한 러시아 측 인사들과 만나 한반도 현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이후 약 1년여 만에 이루어진 첫 북핵 당국자 간의 공식적인 대면 협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지난 9월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조성된 대화 재개의 분위기를 구체적인 실무 협의로 이어가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방러에 외교부 내 유라시아 담당이 아닌 북핵 담당자가 나섰다는 점은 현 정부의 대러시아 외교 전략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는 양국 간에 복잡하게 얽힌 현안들 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우선적으로 내세워 경색된 관계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러시아 역시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어, 북핵 문제를 고리로 양국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 채널을 정상화하려는 다각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양국 모두에게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접촉은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묘한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쟁이 끝나면 국제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며, 이에 따른 외교 지형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한반도 문제에 있어 러시아의 영향력을 재평가하고, 향후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며 선제적인 외교 공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향후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러시아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외교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방러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다목적 카드다. 현재 정부가 추진을 예고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END 구상'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북한과 전례 없이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는 현재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러시아의 협조나 최소한의 묵인 없이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이번 비밀 접촉의 가장 핵심적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러시아와의 소통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문화포털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선언…울산, 기업 투자 빨아들인다

 울산시가 한 차례 보류의 아픔을 딛고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으로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위원회의 재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울산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대한민국 에너지 거점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핵심 동력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히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같은 미래 첨단 산업 유치를 가속화하고 지역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지정 보류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이번 최종 선정은 지난달 지정 보류 결정 이후, 울산시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권과 실무진이 총력 대응에 나선 결과물이다. 이들은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보완 계획을 신속하게 마련해 제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또한, 특화지역 운영계획 수립, 관련 조례 제정,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단 구성 및 전국 최초의 분산에너지 지원센터 발족 등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 준비 과정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필요성을 건의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분산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울산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특례를 적용받는다. 이는 지역 발전사가 전력 시장에 직접 참여해 기업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기업들은 수도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받게 된다. 울산의 '전력수요 유치형' 특구 모델에 따라, 지역 발전사인 SK MU는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SK-아마존 데이터센터와 주요 석유화학 기업 등에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전력을 직접 공급할 계획이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의 무탄소 전력 공급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이번 특구 지정은 울산이 가진 기존의 에너지 인프라와 시너지를 창출하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총 575만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저장시설을 갖춘 '동북아 에너지 거점'인 울산은 안정적인 연료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전력이 필수적인 산업단지와 대기업 활동에 최적의 여건을 제공한다. 지난 6월 국내 최대 규모의 SK-아마존 AI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향후 1GW급 데이터센터 추가 투자를 위한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어 이번 특구 지정은 이러한 흐름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전력 다소비 산업의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는 물론, 관련 기업들의 울산 이전과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