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역사 끊길 뻔…LG가 살려낸 현대의 마지막 유산

 사라질 뻔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불씨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되며 은퇴 기로에 섰던 '라스트 유니콘' 장시환이 LG 트윈스와 계약하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이로써 2007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마지막 현역 선수의 명맥이 2026시즌에도 이어지게 되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오재일, 황재균, 정훈 등 현대 출신 야수들이 줄줄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장시환의 거취는 야구 팬들의 큰 관심사였다. 그마저도 소속팀에서 방출되며 현대의 역사가 KBO리그에서 완전히 끊기는 듯했으나, LG가 손을 내밀며 극적으로 선수 생활을 연장하게 된 것이다.

 

장시환은 현대 유니콘스가 마지막으로 지명한 최상위 유망주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선수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권이 없던 현대는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당시 '장효훈'이라는 이름의 그를 지명했다. 이는 사실상의 1차 지명으로, 그는 현대의 마지막 '실질적 1순위' 선수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하지만 입단 1년 만에 팀이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고, 새로 창단된 히어로즈에서는 좀처럼 주축 선수로 발돋움하지 못하며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예고했다. 결국 2015시즌을 앞두고 신생팀 KT 위즈에 특별 지명되며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그의 야구 인생은 그야말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KT 이적 첫해인 2015시즌, 만능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했지만 이듬해 부진에 빠졌고, 2017시즌 도중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롯데에서는 선발 투수로 변신을 꾀했고, 2020시즌을 앞두고는 또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이글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한화에서도 선발로 뛰며 KBO리그 역대 최다인 개인 19연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떠안기도 했다. 그러나 2022시즌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뒤 구위가 반등하며 마운드에 힘을 보태는 등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2024시즌 평균자책점 5.13으로 부진했고, 올해는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채 2군에 머물다 결국 방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대로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지만, 베테랑의 경험을 높이 산 LG가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LG 구단은 "장시환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으로, 투수진 뎁스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영입 배경을 밝혔다. 숱한 시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선 '라스트 유니콘'의 마지막 도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문화포털

BTS 부럽지 않은 매진 신화, K-공연이 세계를 홀렸다

 K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확산된 K컬처의 열풍이 이제는 연극과 무용 등 순수 공연예술 분야로 본격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대형 제작사의 작품부터 국공립 예술단체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공연예술 작품들이 잇따라 해외 유수의 무대에 오르며 K컬처의 외연을 성공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초청을 넘어, 현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지속적인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LG아트센터 제작 연극 '벚꽃동산'이다. 한국 초연 이후 첫 해외 투어에 나선 이 작품은 지난 9월 홍콩 아트 페스티벌과 11월 싱가포르 공연을 연이어 성공적으로 마치며 K연극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벚꽃동산'은 2026년 3월 호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에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아시아를 넘어 영미권까지 그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국립극단 역시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적인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공연예술계의 장기 불황 속에서 '대안의 대륙'으로 떠오른 아시아를 전초기지로 삼아 '아시아 연극 게이트'를 구축하고, 이를 발판 삼아 유럽과 북미 시장까지 단계적으로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선보인 '십이야'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이 기세를 몰아 2026년에는 '헤다 가블러'와 '십이야' 두 작품의 본격적인 해외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헤다 가블러'는 싱가포르 국제예술축제 예술감독이 한국 공연을 직접 관람한 뒤 현장에서 초청을 결정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십이야'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셰익스피어의 보편적 서사에 한국적 미학을 결합해 언어의 장벽을 넘을 준비를 마쳤다.무용 분야의 약진도 눈부시다. 서울시무용단은 종묘제례악의 철학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일무'로 2023년 뉴욕 링컨센터 전석 매진이라는 신화를 쓴 데 이어, 내년에는 또 다른 창작 무용 '미메시스'로 다시 한번 뉴욕 무대에 오른다. '미메시스'는 교방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 한국 전통춤 8가지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개막 2주 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올해 선보인 모든 공연이 전 회차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며 창단 이래 최고의 성과를 거둔 서울시무용단이 '일무'에 이어 '미메시스'로 K-무용의 저력을 세계 무대에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