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한 코인, 달러로 '세탁'…북한의 '어둠의 은행가'

 북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돕고 자금 세탁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 이른바 '어둠의 은행가'에게 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의 자금 세탁을 도와온 혐의로 심현섭을 지명수배하고, 그에 대한 현상금을 기존 5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약 100억 원)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그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수법 또한 정교해지면서 그 위험성과 중요도가 커졌다는 미국 당국의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망에 구멍을 뚫어온 핵심 인물을 반드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심현섭은 '알리 심(Ali Sim)' 또는 '심 하짐(Sim Hajim)' 등 여러 가명을 사용하며 활동해 온 인물로,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중국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그가 수년간 국제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복잡한 송금 구조, 다수의 위장 회사, 그리고 해외 브로커 네트워크를 동원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불법 자금 세탁과 제재 회피를 주도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사이버 해킹 공격이나 해외 IT 인력 파견 등을 통해 확보한 불법 자금이 국제 금융망으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에서 심현섭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탁된 자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정권 유지를 위한 물자 조달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의 구체적인 자금 세탁 수법은 과거 그와 함께 일했던 탈북 외교관의 증언을 통해 일부 드러났다.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쿠웨이트에서 북한 대외무역은행 계열사 대표로 활동하던 심현섭을 만났으며, 그가 직접 자금 세탁 과정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 방식은 북한의 IT 노동자들이 해킹 등으로 암호화폐를 탈취하면 이를 심현섭에게 보내고, 심현섭은 여러 개의 디지털 지갑을 거치게 하여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후 사전에 매수해 둔 해외 브로커에게 이 암호화폐를 넘겨 달러 등 현금으로 바꾸게 하고, 브로커는 이 돈을 심현섭이 관리하는 위장 회사 계좌로 이체하는 다단계 구조를 띤다. 최종적으로 이 자금은 북한 정권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FBI는 공식 홈페이지에 그의 지명수배 사실을 공유하며 "심현섭은 북한과 거래하는 이들을 도왔고,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자금을 전송한 의혹이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심현섭은 약 10년 동안 북한을 대신해 사기 행위를 벌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이며 그의 오랜 범죄 경력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100억 원의 현상금이 걸린 '어둠의 은행가' 심현섭에 대한 추적은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문화포털

연말 국회 폭발 직전! 특검 추천권 두고 여야 정면충돌

 연말연시 휴가 분위기는커녕 대한민국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특검 정국'에 휩싸여 있다. 여야가 통일교 의혹과 12·3 계엄 사태 등을 포함한 2차 종합특검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거센 충돌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의혹의 공소시효가 올해 말로 끝날 수 있다는 긴박한 관측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히 수사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섰다. 수사 대상을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 그리고 가장 예민한 부분인 특검 후보를 누가 추천할 것인지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첫 법안으로 2차 종합특검법 처리를 공언하며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고, 국민의힘은 이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내란몰이용 정치 특검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민주당의 전략은 이른바 정교유착의 실체를 완전히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뿐만 아니라 신천지의 정치 개입 의혹까지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특정 정당에 가입해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신천지 관련 의혹이 협상용 카드가 아니라 실제 수사가 필요한 중대 사안임을 강조하며 국민의힘을 거세게 몰아붙였다.또한 민주당은 특검 후보 추천 방식에서도 제3자 추천안을 제시하며 국민의힘의 자가당착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나 법학교수회 등 외부 단체가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그간 요구해온 조건을 일부 수용했으니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압박이기도 하다.하지만 국민의힘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민주당이 추천 주체로 거론한 단체들이 사실상 친야 성향을 띠고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대신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이 합의해 추천하는 방안을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특히 신천지 수사를 포함하려는 민주당의 의도에 대해, 합의가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시간을 끌고 결국 여권 인사들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를 노리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실제로 2018년경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일부 인사들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올해 말로 공소시효가 끝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골든타임을 두고 벌어지는 여야의 수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나아가 민주당 관련 인사가 연루된 정교유착 은폐 의혹이 특검 법안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며 편향된 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여기에 2차 종합특검이라는 더 큰 폭탄이 대기 중이다. 내란, 김건희 여사, 채해병 사건 등 3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한데 모아 다시 수사하겠다는 민주당의 계획에 국민의힘은 결사반대와 함께 필리버스터까지 예고했다. 새해 벽두부터 국회는 민생 대신 끝없는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변수도 적지 않다.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 만료와 첫 번째 내란 재판 1심 결과가 정치권 지형을 흔들 수 있다. 또한 각종 비위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상황도 협상의 변수로 꼽힌다. 원내사령탑의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특검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결국 이번 특검 전쟁은 단순한 진실 규명을 넘어 내년 지방선거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가름하는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연말연시 들뜬 마음 대신 정치권의 날 선 공방을 지켜보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의 극적인 타협이 이뤄질지, 아니면 새해부터 전면전이 시작될지 온 국민의 이목이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