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제명, 김병기 징계…'선당후사' 압박 속 민주당의 선택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의 중심에 선 강선우 의원을 전격 제명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 지도부는 이와 함께 관련 의혹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는 김병기 의원에 대해서는 당 윤리심판원에 징계 심판을 요청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려던 당의 기조가 뿌리부터 흔들리자, 의혹의 핵심 인물들을 신속하게 정리함으로써 추가적인 파장을 막고 공천 신뢰도 추락을 막으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조치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강 의원의 제명을 넘어 김 의원 역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 공천 헌금 스캔들은 2022년 4월,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과 강선우 의원 간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녹취록에는 강 의원이 김경 현 서울시의원이 공천에서 탈락(컷오프)될 것을 미리 알고 자신에게 1억 원을 건넨 사실을 언급하며 김 의원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놀라운 점은 김 의원이 해당 시의원을 컷오프해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김 시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민주당은 '1가구 1주택'을 공천 조건으로 내걸었으나, 주택 2채와 상가 5채를 보유했던 김 시의원은 이 기준을 명백히 위반하고도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강선우 의원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병기 의원에게 보고했으며, 수차례에 걸쳐 금품 반환을 지시하고 최종적으로 반환 사실까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반환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고,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김 시의원은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윤리감찰단이 공관위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정황상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강 의원 제명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당 차원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추가 비위 의혹까지 터져 나오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의 배우자가 전직 동작구 의원 두 명에게 각각 2천만 원과 1천만 원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공개된 것이다. 해당 탄원서에는 김 의원 배우자가 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김 의원 측은 모든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부부는 동일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포털

김준수, 이런 거 안 하고 어떻게 참았나…'비틀쥰스' 강림

 뮤지컬 '비틀쥬스'는 세상을 파괴하는 대신 개인의 일상을 교란하며 존재감을 갈구하는 악동 유령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100억 년간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혀 지낸 주인공 비틀쥬스는 자신의 이름이 세 번 불려야만 비로소 세상에 나타날 수 있는 존재다. 그는 잔혹함 대신 유쾌함과 농담으로 자신을 포장하지만, 타인의 평온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자신의 깊은 애정 결핍을 보상받으려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위험한 존재로 그려진다. 팀 버튼 감독의 1988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2019년 브로드웨이 초연을 거쳐 국내에서는 2021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은 한층 더 기괴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관객을 맞이한다.이 작품의 핵심은 공포나 잔혹함이 아닌 '외로움'이라는 정서에 맞닿아 있다. 비틀쥬스는 뿌리 깊은 결핍을 타인에게 전가하며 존재를 확인받으려는 몸부림을 친다. 그의 파트너가 되는 인물 역시 엄마를 잃은 슬픔 속에서 아빠에게조차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고 믿는 소녀 리디아다.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투명한 존재인 비틀쥬스와, 살아있지만 세상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고 느끼는 리디아는 서로의 외로움을 한눈에 알아본다.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두 '괴짜'의 만남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소외된 이들을 조명해 온 팀 버튼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비틀쥬스는 리디아와의 만남조차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지만, 이 기묘한 관계는 결국 두 인물이 가진 고독의 깊이를 드러내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이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창조해 온 '외부자' 캐릭터의 계보를 잇는다. 사회로부터 버려진 '배트맨'의 조커와 펭귄, 공동체에 융화되지 못한 '가위손'의 에드워드처럼, 비틀쥬스 역시 사회 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랑받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는 악해서 고립된 것이 아니라, 고립된 끝에 위험해진 인물이다. 다만 슬픔을 안으로 삼키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소음과 농담, 과잉된 행동으로 외로움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러한 캐릭터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강점을 지닌 배우 김준수를 만나 '비틀쥰스'라는 애칭과 함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 김준수는 특유의 음색과 쉼 없는 에너지로, 이름이 불려야만 존재할 수 있는 유령의 초조함과 인정 욕구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첫 코미디 연기 도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무대를 장악한다.작품 자체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알렉스 팀버스 연출은 대형 퍼펫과 화려한 시각효과, 빠른 전개를 통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코미디언 이창호가 윤색에 참여한 한국어 가사는 원작의 위트를 살리면서도 직설적인 재미를 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40년 된 캐릭터가 던지는 현대적 함의다. 타인의 호명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비틀쥬스의 절박한 몸부림은, 타인의 '좋아요'와 관심을 얻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방식을 택하는 오늘날 소셜미디어(SNS) 시대의 풍경과 겹쳐지며 씁쓸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결국 '비틀쥬스'는 기괴한 판타지의 외피 속에서 인정과 소통을 갈구하는 외로운 존재들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