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하면 대학 못 간다? 수시 결과 열어보니 ‘경악’

 학교폭력 가해 이력이 있는 수험생에 대한 대학들의 '무관용 원칙'이 2026학년도 수시모집 결과에서 수치로 명확히 드러났다. 전국 4년제 대학에 지원한 학폭 가해 학생 4명 중 3명이 불합격의 쓴맛을 본 것으로 나타나, '학폭 꼬리표'가 대입에 치명적인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음이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수시 전형에서 학폭 가해 사실로 감점을 받은 수험생은 총 3,273명에 달했다. 이들 중 75%에 해당하는 2,460명이 최종적으로 대학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올해 대입부터 교육부 방침에 따라 모든 수시 전형에서 학폭 이력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조치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폭 가해자에 대한 평가는 더욱 엄격했다. 서울 주요 11개 대학에서는 학폭으로 감점받은 지원자 151명 중 단 1명을 제외한 150명(99%)이 탈락했다. 사실상 학폭 가해자의 '인서울' 주요 대학 진학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대학별 현황을 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다수 대학은 학폭으로 감점된 지원자를 전원 불합격 처리했다. 경희대학교만이 62명의 감점 대상자 중 1명을 합격시켰을 뿐이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이번 수시에 학폭 가해 전력이 있는 지원자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입시부터 대학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뿐만 아니라 논술, 실기/실적 위주 전형에서도 학폭 조치 사항을 평가에 반영했다. 고교 학생부에 기록된 1호(서면사과)부터 9호(퇴학)까지의 처분 수위가 높을수록 감점 폭도 커지는 방식이다. 1~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학폭 이력은 사실상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홍글씨'가 된 것이다.

 

현재 2026학년도 정시 전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폭 가해자의 불합격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시 역시 수시와 마찬가지로 학폭 가해 전력이 감점 요인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문화포털

정명훈의 첫 지휘, KBS교향악단이 다시 태어났다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는 장중했다. 정명훈이라는 거장이 KBS교향악단의 새로운 선장으로 첫 항해를 시작하는 역사적인 순간, 롯데콘서트홀의 객석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무대에 오른 마에스트로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는 첫 곡,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전주만으로도 이날 연주가 단순한 협주가 아님을 증명했다.오케스트라의 반주는 더 이상 독주자를 위한 배경이 아니었다. 정명훈의 지휘 아래, 악단은 독주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깊고 풍부한 서사를 쌓아 올리는 대화의 파트너로 거듭났다. 이에 화답하듯 카바코스의 바이올린은 서두름 없이, 그러나 묵직한 존재감으로 선율을 쌓아나갔다.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악구에서조차 흔들림 없는 안정감은,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물결과 하나 되어 장쾌한 음향의 파도를 만들어냈다.카바코스의 연주는 뜨거운 열정과 인간적인 고뇌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폭발적인 기교가 요구되는 카덴차에서는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한 음 한 음 금빛 가루를 뿌리는 듯한 집중력을 보여주었으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미세한 흔들림은 오히려 그의 해석에 설득력을 더했다. 2악장의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3악장의 질주하는 쾌감 사이를 오가며, 그와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호흡했다.2부의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정명훈이 KBS교향악단에 불어넣고자 하는 새로운 철학의 집약체였다. 그는 거대한 음량으로 압도하기보다, 극도로 절제된 피아니시모(여리게)를 통해 소리의 공간을 무한히 확장하는 마법을 선보였다. 모든 성부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정교한 해석 속에서 각 악기는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며 조화롭게 섞여 들었다.장송행진곡의 비통함은 결코 무겁게 가라앉지 않았고, 유유하면서도 도도한 흐름 속에서 깊이를 더했다. 3악장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밝게 빛나는 호른의 연주를 거쳐, 4악장에서 마침내 모든 소리의 빛이 한데 모여 숭고한 건축물을 쌓아 올렸다. 이는 독일적인 견고함과는 다른, 품위와 우아함으로 가득 찬 새로운 베토벤의 탄생이었다.이날의 연주는 단순히 한 편의 성공적인 공연을 넘어, 노련한 마에스트로가 이끌 'KBS호'의 미래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힘 있는 취임 일성이었다. 약음 하나까지 세심하게 빚어 장대한 서사를 만들어내는 그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는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청중에게 각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