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아닌 미국이 원조? 우생학의 충격적인 진실

 인류를 유전적으로 '개량'할 수 있다는 위험한 사상인 우생학은 흔히 나치 독일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그 뿌리는 사실 미국에 더 깊고 어둡게 자리 잡고 있었다. 최근 출간된 책들은 과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된 미국의 추악한 차별의 역사를 고발하며, 그 망령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경고한다.

 

우생학이 미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이민 정책이었다. 1912년 심리학자 헨리 고더드는 뉴욕 엘리스섬에 도착한 이민자들을 상대로 편향된 IQ 검사를 실시했다. 그는 삼등 선실 승객만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뒤, 유대인, 이탈리아인 등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 대다수가 '정신박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는 과학적 객관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것이었으나, 1924년 인종차별적인 이민 제한법을 도입하는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다.

 


우생학의 칼날은 비단 이민자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는 가난한 여성이나 장애인에게 강제적인 단종 수술이 시행됐고, 동성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유전적 '결함'으로 치환하려는 시도였다. 이처럼 우생학은 과학의 외피를 쓴 채, 기존의 사회 계층과 기득권의 차별적 시선을 정당화하는 편리한 도구로 기능했다.

 

유사과학으로 판명된 지 오래지만, 우생학적 사고는 오늘날 미국 사회 지도층의 언어 속에서 심심치 않게 부활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주장했으며,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펼친다. 이는 100년 전의 낡은 논리가 현대 사회에 얼마나 쉽게 다시 소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파헤치는 학술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신간 '미국의 우생학'과 '인종으로 읽는 미국의 역사'는 각각 미국과 한국 학자들의 시선으로 미국사 깊숙이 뿌리내린 인종주의의 실체를 분석한다. 저자들은 "미국의 역사는 곧 인종의 역사"라고 규정하며, 과거의 문제가 어떻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를 면밀히 추적한다.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미국의 모습에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저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들은 역사의 퇴행에 맞서는 시민 사회의 저항과 다수 대중의 건강한 자정 능력을 신뢰하며, 결국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문화포털

25년 된 대구 상인고가도로 운명은?

 대구 서남부권의 핵심 교통 시설인 '상인고가도로'를 둘러싼 철거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99년 개통 이후 25년 넘게 상인네거리의 교통 분산을 책임져온 이 구조물은 최근 도시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보행권 강화 흐름 속에서 존폐 기로에 섰다. 과거 가스 폭발 사고의 아픔을 딛고 주변 정비를 위해 세워진 상징적 건축물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주민 불편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공간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철거를 주장하는 측은 고가도로가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소음과 분진 등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가도로 아래 왕복 2차선 도로는 주변 상권 확장과 대형 시설 입점으로 인해 만성적인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김장관 달서구의원은 고가도로 위는 한산한 반면 아래쪽 도로는 구급차조차 통과하기 힘들 정도로 막히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행 환경 개선과 안전한 도시 조성을 위해 노후화된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평면 교차로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다.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인 '고가도로 퇴출'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서울의 청계고가도로와 아현고가도로는 이미 철거되어 중앙버스전용차로나 보행로로 변모했으며, 서울역 고가는 '서울로7017'이라는 공원으로 재생되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부산 역시 동서고가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판단 아래 철거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구에서도 과거의 차량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도시 재생 관점에서 상인고가도로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반면 대구시와 일부 운전자들은 여전히 고가도로의 교통 처리 능력이 상당하다며 보존론을 펼치고 있다. 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인네거리를 통과하는 차량의 약 76%가 고가도로를 이용하고 있어, 이를 철거할 경우 평면 교차로에 가해질 교통 부하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상인네거리의 일일 교통량은 대구 시내 주요 교차로 중 상위권에 속하며, 고가도로가 사라질 경우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고가도로가 신호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핵심 통로라고 입을 모은다. 철거를 논의하기에 앞서 고가도로 이용 차량을 흡수할 수 있는 우회 도로 건설이나 입체적인 교통 분산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안 없는 철거는 오히려 주변 이면도로의 마비를 초래하고 지역 전체의 교통 흐름을 악화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대구시는 현재 고가도로의 통행 효율성과 도시 재생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상인네거리 일대의 인구 밀도가 여전히 높고 상권이 활발한 만큼, 고가도로 철거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와 교통 대란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권 보장과 원활한 물류 흐름이라는 상충하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상인고가도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책적 판단에 지역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