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된 '피의 목욕'..생드니 TKO 승리

옥타곤이 그야말로 선혈이 낭자한 전쟁터로 변했다. 프랑스의 신성 베누아 생드니가 자신의 호언장담대로 경기장을 피바다로 만들며 베테랑 댄 후커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강력한 압박과 쉴 새 없이 터지는 파운딩, 그리고 날카로운 엘보우 공격은 라이트급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현지시간 1일 호주 시드니 쿠도스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UFC 325의 코메인 이벤트는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볼카노프스키와 로페스의 재대결만큼이나 기대를 모았던 이번 라이트급 매치에서 생드니는 후커를 상대로 2라운드 TKO 승리를 거두며 연승 행진의 정점을 찍었다.

 

생드니의 최근 기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지난해부터 카일 프리폴렉, 마우리시오 루피, 그리고 상위 랭커인 베네일 다리우쉬까지 모두 피니시로 잠재우며 파죽의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이번 경기 전에도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될 것이라며 피의 목욕을 시작하자고 상대를 도발했다. 이에 맞선 댄 후커 역시 제대로 된 전쟁을 치르게 해주겠다며 응수했으나, 결과는 생드니의 일방적인 화력 쇼로 마무리됐다.

 

1라운드 초반만 해도 경기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흘러갔다. 생드니가 거센 압박과 함께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며 기선을 제압하려 했으나, 노련한 후커는 이를 역이용해 넥 초크를 시도하며 반격했다. 자칫 생드니가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었던 위기 상황이었다. 이후 후커는 특유의 타격 능력을 앞세워 니킥을 적중시키는 등 유효타를 쌓아가며 침착하게 경기를 주도하는 듯했다.

 


하지만 생드니는 위기 뒤에 더 강해지는 타입이었다. 그는 후커의 타격 공세를 견뎌낸 뒤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상위 포지션을 확보한 생드니는 곧바로 기무라 서브미션을 시도하며 후커를 압박했다. 후커가 간신히 기술에서 빠져나오며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지만, 생드니는 틈을 주지 않고 다시 몸을 붙여 묵직한 파운딩을 퍼붓기 시작했다.

 

진정한 지옥은 2라운드에서 펼쳐졌다. 생드니는 1라운드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테이크다운으로 후커를 캔버스에 눕힌 생드니는 무방비 상태가 된 후커의 안면에 날카로운 엘보우를 연달아 꽂아 넣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엘보우 공격에 후커의 안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경기장은 생드니가 예고했던 대로 피의 목욕탕이 되어갔다.

 

생드니는 타격에 그치지 않고 암 트라이앵글 초크까지 시도하며 후커의 숨통을 조였다. 베테랑의 자존심으로 끝까지 저항하던 후커였지만, 계속되는 충격과 출혈로 인해 더 이상 방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생드니의 멈추지 않는 파운딩 세례를 지켜보던 심판은 결국 경기를 중단시키며 생드니의 TKO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승리로 생드니는 UFC 라이트급에서 가장 위험한 경쟁자 중 한 명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특히 단순한 승리가 아닌 압도적인 피니시 능력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 최근 상승세를 타며 다시 정상권을 노리던 댄 후커는 신흥 강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승 흐름이 끊기는 아픔을 겪게 됐다.

 

격투기 커뮤니티에서는 생드니의 무자비한 경기 운영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배경답게 실전 전술을 방불케 하는 압박 능력이 라이트급 상위 랭커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생드니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도 다음 타겟을 상위권 선수로 지목하며 챔피언 벨트를 향한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UFC 325의 코메인 이벤트를 장식한 이 화끈한 경기는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SNS상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후커의 안면에서 터져 나온 혈흔이 생드니의 몸에 튀는 장면은 이번 경기가 얼마나 처절한 혈투였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잔혹하지만 매혹적인 생드니의 파이팅 스타일에 전 세계 격투기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문화포털

AI 시대, 결국 '사람' 이야기…이상윤의 '튜링머신'

 무대 위 배우 이상윤이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고 도발적이다.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되고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음을 증명한 시대, 불가능이라 여겼던 상상이 현실이 되면서 기계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이상윤은 "AI가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다"며, 대사가 품은 무게를 실감한다고 고백한다.이상윤이 출연 중인 연극 '튜링머신'은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한다. 극의 주인공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앨런 튜링이다. 그는 이미 당시 AI의 개념을 제시했고, 2차 세계대전 중 기계를 이용해 독일 나치의 암호를 해독하며 연합군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기소되고 사회적 탄압을 받은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컴퓨터 과학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그가 사망 현장에 남긴 반쯤 먹던 사과가 애플 로고의 영감이 되었다는 설은 유명하다.이상윤은 복잡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결국 사람에 대한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수학과 과학은 겉을 감싸는 이야기일 뿐, 그 안에는 한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이상윤은 튜링을 '시대를 너무 앞서가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해석한다. "역사를 보면 앞서간 선구자들은 돌을 맞기 마련이다. 지능적으로도 보통 사람들과 달랐고, 자신의 성 정체성마저 범죄로 취급되던 시대를 살았다"며, "누구보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그래서 매우 고독한 인물이었을 것 같다"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튜링이 기계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또한 사람과의 소통에 대한 열망에서 찾는다. 튜링은 어린 시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천재라 불렸던 크리스토퍼 모컴과 깊은 우정을 나눴으나, 모컴의 요절은 튜링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상윤은 "유일하게 진정으로 소통했던 존재가 모컴이었고, 그 친구에 대한 기억이 결국 기계에 대한 사유로까지 뻗어갔다고 생각한다"며, "기계를 통해서라도 누군가와 교류하고, 계속 연결되고 싶었던 마음이 튜링에게 투영돼 있다"고 해석한다.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은 이상윤은 2020년 '라스트 세션'을 시작으로 '클로저', '세일즈맨의 죽음',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며 경험을 쌓고 있다. 그는 TV와 영화 등 매체 연기와는 다른 연극 연기를 통해 "(배우로서) 제 민낯을 더 보게 된다"고 말한다.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을 하면서 배우로서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고 있다. 이렇게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방송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놀랍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연극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며, 무대가 그에게 주는 성장과 깨달음을 솔직하게 전했다. '튜링머신'은 AI 시대에 인간의 본질과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한 천재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