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다음은 배현진? 숙청 칼날에 맞불 대응

 당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전국을 무대로 토크콘서트를 시작하자, 국민의힘 내부가 본격적인 내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세력화를 경계하는 당 지도부와 이에 결집하는 친한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즉각 폄하하고 나섰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토크콘서트의 인파를 김어준 씨의 팬덤에 비유하며 "성찰과 거리가 먼 연예인병에 걸린 모습"이라고 맹비난했다. 신동욱 최고위원 역시 한 전 대표가 자신의 제명 과정을 '김옥균 프로젝트'라 칭한 것을 두고, 검사 시절의 버릇이 나온 "실체 없는 프레임 작업"이라며 음모론으로 일축했다.

 


반면 친한계는 토크콘서트의 흥행을 부각하며 반격에 나섰다. 최근 당에서 제명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모여드는 현상이야말로 "기존 정치 문화에 대한 반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당심이 아닌 민심이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지도부를 향한 공세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양측의 여론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중앙윤리위원회를 앞세워 '친한계 솎아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도부 비판을 이유로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보고를 통해 제명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한 전 대표를 따르는 이들에게 보내는 명백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숙청의 칼날은 친한계 핵심인 배현진 의원에게로 향하며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윤리위가 배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배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시당은 즉각 친윤 성향 유튜버에 대한 징계 논의로 맞불을 놨다. 중앙당의 징계에 대한 조직적인 반발이자, 향후 전면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친한계는 장동혁 지도부가 지방선거 승리가 아닌 권력 유지를 위한 정적 제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윤리위를 '비윤리적 도구'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유용원 의원 등은 중앙당의 징계 절차에 일관성과 공정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며 당의 화합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화포털

권순철 화가의 붓 끝에서 되살아난 한국의 비극적 역사

 한 예술가의 60년 화업은 전쟁의 기억 한가운데서 시작됐다. 7살의 나이에 겪은 6.25 전쟁과 보도연맹 사건으로 아버지와 삼촌을 동시에 잃은 권순철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개인적 트라우마를 넘어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일이 되었다. 그의 캔버스는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과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내는 기록의 장이 되었다.그가 천착해 온 주제는 '얼굴'이다. 하지만 그의 붓이 그리는 얼굴은 통념상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깊게 팬 주름, 햇볕에 그을린 피부, 고된 삶의 흔적이 역력한 투박한 얼굴이야말로 그가 찾던 '한국인의 진짜 얼굴'이다. 젊은 시절 병원 대기실에서 마주한 시골 노인들의 모습에서 정직하게 역사를 살아낸 이들의 강인함과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이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얼굴' 연작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또 다른 축은 '넋' 연작이다. 이는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곡과 같다. 하얀 혼들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모습, 창살처럼 얽힌 억압된 정신, 고통이 응축되어 괴물처럼 뒤엉킨 덩어리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집단 학살과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을 기린다. 그의 문제의식은 한국사를 넘어 홀로코스트, 아프간 전쟁 등 인류 보편의 비극으로 확장된다.이러한 주제 의식은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 두터운 질감(마티에르)과 거친 붓질, 의도적으로 뭉개고 뒤틀어버린 형상을 통해 극대화된다. 그는 대상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대신,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와 고통, 살아남은 자의 감정을 덩어리째 캔버스에 토해내듯 표현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쾌감을 넘어 묵직한 감정적 울림을 느끼게 한다.작가는 특히 낙원동이나 종묘 등지에서 마주치는 노인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그에게 노인의 얼굴은 일제강점기부터 수많은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살아남아 역사를 이끌어온 힘의 원천이다. 고속터미널에 무심히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에서조차 좌중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발견하며, 그들의 얼굴에 한국인의 정신과 혼이 담겨있다고 믿는다.현재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대전 '응시, 형상 너머'는 전쟁의 상실감에서 출발해 한국인의 얼굴과 정신을 탐구해 온 권순철 화가의 60년 여정을 집대성한다. 그의 서명 '철'처럼, 그의 예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의 삶과 역사라는 뿌리 위에 굳건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