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14% 급등, 섬유·의류株의 반전 시작되나

 오랜 기간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섬유·의류 업종이 마침내 긴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다. 지난해 증시 활황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던 이들 종목은 최근 한 달 사이 14% 넘게 오르며 반등의 청신호를 켰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오랜 침체를 고려하면 의미 있는 회복세라는 평가다.

 

이러한 주가 반전의 일등 공신은 주요 패션 기업들이 내놓은 '깜짝 실적'이다. 한섬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0% 급증했다고 밝혔고, F&F 역시 같은 기간 10% 이상 늘어난 영업이익을 공시했다. 호실적 발표 이후 한섬의 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은 즉각적인 기대감으로 화답했다.

 


국내외 소비 심리 회복도 긍정적인 신호다. 국내에서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여성복 등 패션 부문 매출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의류 소매 판매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풀리면서 업황 전반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의류 재고가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재고 확보를 위한 신규 주문이 곧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OEM 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시장이 회복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주문량이 견조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국내 OEM 업체들 중에서도 고가 브랜드를 주요 고객사로 둔 기업들에 상대적으로 더 큰 수혜가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재의 소비 회복세가 코로나19 이후 왜곡된 소비의 정상화 과정, 기저효과, 환율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업종 전반의 훈풍 속에서도 실제 펀더멘털 개선이 뚜렷한 기업을 선별하는 종목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문화포털

서예희 작가, '피해자다움'이란 편견에 맞서다

 아동 성폭력 피해 생존자인 서예희 작가가 가명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막을 내린 그녀의 두 번째 개인전 '헐거운 의지'는 단순한 작품 전시를 넘어, 한 개인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온전히 드러내는 용기 있는 선언이었다.그녀의 캔버스는 그동안 겪어온 고통의 기록이었다. 가해자의 거짓 진술, 친척의 비수 같은 말, 온라인에서의 2차 가해 등 지울 수 없는 상처들이 작품의 주된 소재가 되어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피해의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에 맞서 싸워온 자신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며 새로운 서사를 펼쳐냈다.서 작가는 '피해자는 수동적일 것'이라는 사회의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고자 했다. 피해 이후에도 웃고, 사람을 만나고, 심지어 가해자와 대화를 나누는 일상적인 행동조차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재단하는 시선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피해자 역시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저항하는 주체임을 보여주고자 했다.자신의 아픔을 예술로 표현하는 과정은 금기를 깨는 듯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전시를 통해 쏟아진 낯선 이들의 공감과 인정은 그 모든 부담감을 치유하는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과거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이 안아주는 작품 '2184일'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그녀의 용기는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전시장은 다른 생존자들이 남긴 응원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서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 등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를 지적하며 아동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가해자 중심의 사회적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전시는 끝났지만 서예희 작가의 시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작가 서예희로서 더욱 다채롭고 활기찬 미래를 그려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그녀의 붓은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