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샤오쥔의 마지막 춤, 결국 '노메달'로 끝났다

 중국 국가대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선언했던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단 하나의 메달도 없이 막을 내렸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야심 차게 도전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었지만, 개인전과 단체전 모든 종목에서 시상대 위에 오르지 못하며 씁쓸하게 퇴장했다.

 

한때 그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영웅이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않았다. 2019년, 국가대표 훈련 중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고, 이어진 법정 공방 속에서 돌연 중국 귀화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그의 목표는 오직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었지만, 국적 변경 후 3년이 지나야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는 절치부심하며 4년 뒤 밀라노를 정조준했다. 재기를 향한 집념은 치열했다. 국제 대회에 복귀하고, 어깨 수술을 받은 지 3개월 만에 월드컵 은메달을 따내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파란만장한 세월을 거쳐 마침내 밟은 8년 만의 올림픽 무대. 린샤오쥔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주 종목인 1500m와 1000m에서 연이어 준준결승에서 탈락했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500m마저 결승 무대를 밟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기대를 걸었던 계주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혼성 계주에서는 결승에 올랐으나 4위에 그쳤고,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아예 결승 진출 자체가 좌절됐다. 한때 세계 정상이던 그의 기량은 올림픽의 높은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시상대 아래에서 좌절하는 동안, 과거 태극마크를 달고 함께 뛰었던 동료들은 값진 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그와 악연이 깊은 황대헌이 남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국 여자 대표팀은 8년 만에 3000m 계주 금메달을 탈환하며 쇼트트랙 강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문화포털

女 계주, 8년 만에 金... 다시 증명한 '빙판 최강'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8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은 '태극 낭자'들의 질주는 밀라노의 빙판을 뜨겁게 녹이며 금빛 드라마를 완성했다.최민정(성남시청), 김길리(성남시청), 심석희(서울시청), 노도희(화성시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는 개최국 이탈리아, 3위는 캐나다가 차지했다.이로써 한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여자 계주 패권을 되찾았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의 은메달 아쉬움을 털어내고, 역대 올림픽 여자 계주 통산 7번째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쇼트트랙 최강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입증했다.이날 경기는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결승에는 한국을 비롯해 홈 이점을 등에 업은 이탈리아, 전통의 강호 캐나다, 그리고 최근 무서운 상승세의 네덜란드가 포진해 치열한 접전을 예고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선두권 싸움을 피하지 않는 과감한 전략을 택했으나, 중반 이후 캐나다와 네덜란드에 밀려 3위로 처지며 고전했다.최대 승부처는 결승선을 17바퀴 남긴 시점이었다. 2위를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코너를 돌다 미끄러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뒤를 따르던 한국 선수들이 휘말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으나, 침착하게 충돌을 피하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두권과의 격차가 벌어지며 금메달 전망이 어두워지는 듯했다.그러나 한국 쇼트트랙의 저력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맹추격을 시작한 한국은 '베테랑' 심석희가 해결사로 나섰다. 5바퀴를 남기고 심석희가 전광석화 같은 인코스 파고들기로 2위 자리를 탈환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마지막 방점은 '에이스' 김길리가 찍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길리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선두를 맹추격했고, 결승선을 앞두고 극적인 역전 레이스를 펼치며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경기장은 한국 응원단의 함성으로 뒤덮였고,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이번 우승은 신구 조화가 빚어낸 완벽한 승리였다. 올림픽 경험이 풍부한 최민정과 심석희가 중심을 잡고, 김길리와 노도희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더하며 최상의 시너지를 냈다. 특히 심석희는 결정적인 추월로 흐름을 바꿨고, 노도희는 레이스 중간 완벽한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상대 팀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와 월드 투어 랭킹 1위 코트니 사로(캐나다), 2관왕 산드라 벨제부르(네덜란드)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출동했지만, 한국의 조직력과 막판 집중력을 당해내지 못했다.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1994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4연패, 그리고 2014 소치와 2018 평창 대회 2연패 등 계주 종목에서 독보적인 강세를 보여왔다. 이번 밀라노에서의 금메달 탈환은 한국 쇼트트랙이 세대교체의 진통을 끝내고 다시금 '절대 1강'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8년 만에 되찾은 금메달, 그리고 빙판 위에서 보여준 투혼은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밀라노의 밤은 태극기 물결로 아름답게 수놓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