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4시간 통학 끝에…77세 할머니의 빛나는 졸업장

 희끗한 머리 위로 학사모가 씌워지고, 교복 대신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졸업생들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23일, 어린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만학도들을 위한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239명의 학생이 나이를 잊은 열정의 결실을 보았다.

 

올해 졸업생의 연령 분포는 이들의 삶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전체 졸업생 중 82%가 60대와 70대였으며, 80대 졸업생도 27명에 달했다. 가정 형편, 혹은 성차별과 같은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이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돌아 다시 책을 편 것이다.

 


그중에서도 77세의 나이로 서강대학교 심리학과에 합격한 최효순 씨의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3남 5녀의 맏딸로 태어나 동생들을 위해 학업을 포기했던 그는, 배움에 대한 오랜 갈증을 안고 살아왔다. 2022년, 70대 중반의 나이에 용기를 내 입학한 후 화성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의 통학 거리를 마다치 않고 4년간 개근하며 꿈을 키웠다.

 

이들의 도전 뒤에는 든든한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다. 아내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도맡았다는 80대 남편, 어머니가 배움을 통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자녀 등 가족들은 가장 열렬한 응원군이었다. 졸업식장은 졸업생들의 눈물과 가족들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일성여고의 저력은 놀라운 진학률로도 증명된다. 올해를 포함해 20년 연속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합격하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생업을 병행하거나 아픈 몸을 이끌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학생들의 뜨거운 열의와 학교의 체계적인 지원이 만들어낸 결과다.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배움을 멈추는 순간 늙는다’는 학교의 가르침처럼, 졸업생들은 저마다의 꿈을 안고 대학 캠퍼스로, 그리고 또 다른 배움의 장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우리 사회에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문화포털

승자 없는 4년 전쟁, 양국에 남겨진 처참한 성적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우크라이나의 하늘에는 여전히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개전 초기 격렬했던 전선은 기나긴 소모전으로 변질되었고,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만을 떠안은 채 출구 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의 중재로 시작된 평화 협상은 동부 영토 문제와 안보 보장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우크라이나에게 지난 4년은 국가의 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 시간이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세계은행은 재건 비용을 약 770조 원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국가의 미래를 담보해야 할 천문학적인 액수다. 수백만 명의 국민이 난민과 이주민이 되어 가정이 해체되었고, 공동체는 무너져 내렸다.무엇보다 참혹한 것은 인명의 손실이다. 공식적인 민간인 사망자만 1만 5천 명을 넘어섰고, 군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를 최대 14만 명, 총사상자는 6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가 소멸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징집을 피해 숨거나 국외로 탈출하는 비극을 낳고 있다.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마저 집어삼켰다. 계엄령 아래 모든 선거가 중단되면서 2024년 5월 임기가 끝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헌정 중단 상태에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쟁 영웅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무는 모순적인 상황은 전쟁이 빚어낸 기형적인 정치 현실을 보여준다.침략국 러시아의 사정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5%를 점령하는 대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단일 국가로는 유례없는 규모의 군 인명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CSIS는 러시아군 사망자를 최대 32만 5천 명, 총사상자는 1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손실이다.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이미지 추락은 러시아의 미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방의 제재와 전쟁 비용 지출, 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4년간의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회복 불가능한 상처와 폐허만을 남긴 채, 승자 없는 비극으로 귀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