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개당 100원' 생리대 내놓는다

"생리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재다. 가격 거품을 걷어내라."

 

이재명 대통령이 쏘아 올린 '생리대 가격 인하' 주문이 유통가에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고물가 시대, 가계 부담의 주범으로 꼽히던 여성용품 시장에 '개당 1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가격 경쟁의 신호탄이 올랐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는 24일, 위생용품 전문기업 깨끗한나라와 협업해 '10매 1000원(개당 100원)' 생리대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다이소에서 판매되던 최저가 제품(개당 200~250원)보다도 최대 60%나 저렴한 가격이다.

 

이번 초저가 제품 출시는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작심 발언이 결정적인 트리거(Trigger)가 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값싼 생리대는 왜 생산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필요하다면 위탁 생산을 통해 저소득층에 무상 공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던 주요 제조사들은 즉각 반응했다. 그중에서도 깨끗한나라는 '국민가게' 다이소와 손잡고 유통 마진을 최소화한 기획 상품을 내놓으며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다이소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고객들의 생필품 부담을 덜기 위해 '천원 정신'을 발휘했다"며 "100% 국내 생산 제품으로 품질과 가격을 모두 잡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제품은 오는 5월부터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생리대 가격 파괴' 바람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 중이다. 이커머스 강자 쿠팡은 이달 1일, 자체 브랜드(PB) '루나미'를 통해 개당 99원꼴인 파격적인 생리대를 선보였다. 중형 72개입, 대형 64개입 묶음 상품이 각각 7000원대, 6000원대에 판매되자 이틀 만에 품절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 업계도 할인 프로모션으로 맞불을 놨다. GS25는 3월 한 달간 생리대 97종에 대해 1+1, 2+1 행사를 진행하며 사실상 가격 인하 효과를 노린다. CU 역시 탐폰 일부를 제외한 생리대 전 품목에 대해 1+1 행사를 열고, 간편결제 이용 시 추가 20% 할인 혜택까지 더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 또한 25일까지 50여 종의 생리대를 5000원 균일가에 판매하며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동참했다.

 

그동안 여성용품은 남성용품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이른바 '핑크택스(Pink Tax)'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유통 채널의 기획력이 맞물리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생리대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재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가격 결정권이 공급자에게 있었다"며 "이번 다이소와 쿠팡의 초저가 공세는 기존 제조사들의 고가 정책에 균열을 내고, 소비자 중심의 합리적 가격 구조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다이소 매대에 깔릴 '100원 생리대'가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생활의 봄'을 가져다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포털

아시아 최초 사후 회고전, 마틴 파가 찍은 남과 북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마틴 파의 대규모 회고전이 16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작고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행사로, 1970년대 초기 흑백사진부터 말년의 원색적인 컬러 작업까지 500여 점의 사진과 90권의 사진책을 전관에 걸쳐 선보인다. 마틴 파는 생전 한국의 변화된 모습을 다시 카메라에 담고 싶어 했으나 건강 악화로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남긴 질문과 작품들은 이제 서울의 관객들과 마주하며 현대 사회의 소비와 욕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전시는 마틴 파의 초기 작업을 통해 그가 처음부터 화려한 색채의 조롱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 그는 영국의 농촌 공동체와 비 내리는 거리의 풍경을 흑백 필름에 담으며 사라져가는 것들을 붙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컬러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얻으며 그의 작품 세계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컬러 필름과 플래시를 들고 해변으로 나간 그는 휴가의 낭만 뒤에 숨겨진 지친 노동계급의 여가를 적나라하게 포착했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사진계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가난을 구경거리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시대의 진실을 꿰뚫었다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마틴 파의 카메라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거대 담론 대신 슈퍼마켓, 파티, 음식 등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향한다. 그는 사람들이 사진가를 의식하지 않는 틈을 타 가장 대단하지 않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음식을 씹는 입 모양이나 명소를 등진 채 셀카를 찍는 관광객의 모습은 그의 렌즈를 통해 현대 인류학의 도감이 된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수백 장의 사진이 떼로 몰려올 때 발생하는 시각적 압도감이다. 반복되는 이미지들은 우리가 무엇을 사고 어디에 갔는지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 소비 사회의 습관을 날카롭게 풍자한다.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촬영된 남북한 연작이다. 1997년 평양에서 국가가 연출한 배경 앞에 선 사람들을 찍었던 그는, 이듬해 서울로 건너와 시장이 만들어낸 과자 봉지와 장난감 숲에 둘러싸인 사람들을 기록했다. 체제는 달랐지만 두 공간 속의 인간들은 모두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 앞에 서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장바구니 속에 앉아 물건들에 포위된 아이의 모습은 2004년 한국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묘한 기시감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이번 전시의 제목인 'We Are Martin Parr'는 사진 속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시사한다. 마틴 파는 관찰자로서 대상을 비웃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도 관광객이자 소비자로서 그 시스템 안에 존재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진책을 단순한 보관함이 아닌 시대를 편집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여겼으며, 방대한 양의 사진책 수집을 통해 이미지의 힘을 탐구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사진이 단순한 조롱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비판이 섞인 복합적인 시선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된다.마틴 파가 다시 서울을 찾았다면 아마도 스마트폰 화면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풍경을 담았을 것이다. 전시장 밖에서는 그가 예견했던 소비와 전시의 문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18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회고전은 관람객들에게 다음 웃음거리를 찾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시대의 풍경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되묻게 한다. 거장이 남긴 질문은 전시장 벽면을 넘어 오늘날 서울의 거리 곳곳에서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