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앤 하이드 작곡가의 선율, 보니 앤 클라이드의 주옥같은 넘버

 대공황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던 1930년대 미국 남서부, 가난과 절망이 가득했던 거리를 공포와 환호로 몰아넣었던 연인이 있었다.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는 단순한 범죄자를 넘어 당대 대중에게 기묘한 해방감을 선사했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비극적인 최후를 담아낸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가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그 시절 텍사스의 거친 공기로 안내하고 있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스포트라이트를 꿈꿨던 두 청춘의 무모한 질주는 무대 위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작품은 웨이트리스로 살아가며 자유를 갈망하던 보니와 악명 높은 명성을 얻어 가난을 탈출하고 싶어 했던 클라이드의 첫 만남부터 조명한다. 서로의 결핍을 단번에 알아본 두 사람은 자석처럼 이끌리며 범죄의 길로 들어선다. 고급 승용차를 훔치고 상점을 털며 공권력을 비웃는 이들의 행보는 당시 사회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있던 서민들에게 묘한 대리 만족을 선사했다. 범죄 행위가 반항적 영웅주의로 미화되고, 그들의 위태로운 사랑이 낭만적인 서사로 소비되던 시대적 아이러니가 극 전반에 촘촘하게 깔려 있다.

 


음악은 1930년대 미국의 정취를 고스란히 재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프랭크 와일드혼은 재즈와 블루스, 컨트리 음악을 절묘하게 배합해 텍사스의 황량함과 인물들의 뜨거운 감정을 선율에 담아냈다. 서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넘버들은 보니와 클라이드가 느끼는 화려한 공허함과 서로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두 주인공의 연쇄 범죄 행각을 한 편의 감각적인 로드무비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클라이드 역을 맡은 배우 배나라의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실력을 쌓아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거칠고 날 선 매력을 발산한다. 배나라는 단순히 악행을 저지르는 강도의 모습에 그치지 않고, 보니를 향한 지독한 순애보와 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무모함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그의 연기는 자칫 평면적일 수 있는 범죄자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관객들이 극에 깊이 이입하게 만든다.

 


작품은 보니와 클라이드가 느끼는 심리적 갈등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단순한 범죄 미화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큰돈을 손에 넣고 명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보니의 불안과, 그런 그녀를 붙잡기 위해 더욱 폭주하는 클라이드의 모습은 이들의 끝이 파멸일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도주 과정에서 겪는 불협화음과 화려함 뒤에 숨겨진 쓸쓸한 단면들은 이들의 사랑이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인간다운 면모는 관객들이 범죄자라는 신분을 잠시 잊고 두 사람의 인연에 마음을 두게 하는 장치가 된다.

 

결국 이들의 짧고 굵었던 생애는 100발이 넘는 총탄 세례와 함께 마침표를 찍는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총성은 세상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자, 죽음으로써 완성된 그들만의 미친 사랑을 상징한다. 배나라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감각적인 넘버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오는 3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대공황기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로맨틱한 선율로 풀어낸 이 무법자들의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막을 내린다.

 

문화포털

35홈런 치고도 쫓겨난 타자, 그의 현재 상황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3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KIA 타이거즈의 중심 타선을 이끌었던 패트릭 위즈덤이 이제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위해 험난한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압도적인 파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한국 무대를 떠나야 했던 그는 현재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빅리그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위즈덤은 지난 시즌 장타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극심한 기복과 낮은 정확성이었다. 최종 타율은 0.236에 불과했고, 119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출루율은 0.321에 그쳤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모습은 재계약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결국 KBO리그와의 동행을 마감한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의 경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고, 시애틀이 그에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제안했다. 주축 타자였던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의 이적으로 생긴 장타력 공백을 메울 보험용 카드로 위즈덤을 선택한 것이다.하지만 마이너리그 초청선수 신분인 그가 빅리그의 높은 벽을 넘어서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아직 그의 방망이는 차갑게 식어있다. 26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와의 시범경기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2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이날 경기까지 시범경기 3게임에서 그의 성적은 8타수 1안타, 타율 0.125에 불과하다. 장타는커녕 볼넷 하나도 얻어내지 못하며 자신의 장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경기에서는 자신과 포지션 경쟁을 벌이는 코너 조가 교체 출전해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물론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시애틀의 내야진 구성상 위즈덤에게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시간이 남아있다. 결국 그의 빅리그 복귀 여부는 남은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인 장타력을 증명하느냐에 달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