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통합법 좌초 위기, 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가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에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을 '매향노(고향을 파는 노예)'라 칭하며 총공세에 나섰고, 해당 단체장들은 '알맹이 빠진 법안'이라며 강하게 맞서면서 충청권의 미래 비전을 건 논의가 정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3일, 시청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들은 두 단체장이 과거 행정통합을 먼저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특히 광주·전남 통합법안과의 비교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시도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의 공세는 두 단체장이 충청의 역사적 과업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강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박범계 의원 등은 이 시장이 법안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빈껍데기'라고 비판하고 있다며, 선거용으로 통합 카드를 활용하고 시도민을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들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통합의 실질적인 이익을 담보하지 못하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대전의 발전과 시민의 이익을 보장할 수 없는 법안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단체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 대신, 국회 특별위원회와 범정부 차원의 지원 기구를 구성해 내실 있는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순히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제대로 된 설계도 없이 집을 지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2월 임시국회가 성과 없이 끝나면서 6월 지방선거 전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를 마지막 기회로 보고 막판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통합의 주체인 두 단체장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여야 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충청권의 미래를 위한 거대 담론이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 표류하고 있다.

 

문화포털

수묵으로 그린 서양화? 50년 외길 장인의 놀라운 작품

한국 화단에 수묵화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오용길(79) 화백이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그의 캔버스는 전통적인 동양화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서양화의 구도와 색감을 담아내는 독창적인 세계를 펼쳐낸다. 스스로 "서양 향신료를 가미한 맛있는 한정식"이라 비유하는 그의 작품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오 화백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 산수화의 상징인 '여백의 미'를 과감히 버렸다는 점이다. 그는 화면 가득 풍경을 채워 넣는 서양화의 구성을 차용, 먹의 농담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실제 눈앞에 펼쳐진 듯한 생생한 풍경을 화폭에 옮긴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수묵의 까다로움 속에서 실경을 구현해내는 그의 기술은 오랜 연륜과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그의 50년 화업은 뚝심 그 자체였다. 한국 미술계가 추상화, 특히 단색화 열풍에 휩싸였을 때도 그는 묵묵히 수묵 실경산수라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기보다 스스로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지금의 '오용길 화풍'을 만들었다.이러한 뚝심과 예술적 성취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출이라는 영예로 이어졌다. 예술원은 30년 이상 예술계에 몸담으며 큰 족적을 남긴 예술가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단 100명 정원의 권위 있는 조직이다. 그의 합류는 한국 화단이 그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인정한 상징적인 사건이다.이번 전시는 그의 화업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경남 거창의 고즈넉한 누각에 핀 벚꽃부터 서울 삼청동의 가을 거리까지, 그의 붓끝에서 재탄생한 풍경들은 보는 이에게 복잡한 해석 대신 직관적인 감동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냥 봐도 좋고, 자세히 봐도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계속된다. 평생 한 길을 걸어온 거장이 먹과 붓으로 그려낸 봄과 가을의 서정적인 풍경을 직접 마주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