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자기 그림을 찢어 다시 그린 화가의 정체는?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여성 작가 이명미(76)가 자신의 50년 화업을 관통하는 독특한 방식의 신작들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지난해 제26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얼마나 많은 이명미가 필요한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제목으로 내걸고 서울과 대구의 우손갤러리에서 동시에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공존'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한 그릇에 담긴 모습에 비유한다.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지는 상태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이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시간을 거치며 축적된 다양한 자아가 모여 지금의 '이명미'를 이룬다는 작가의 오랜 사유를 반영한다.

 


이러한 철학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은 대표작 '랜드스케이프(landscape)'다. 작가는 1990년대에 그렸던 자신의 옛 작품을 과감히 찢어 캔버스에 붙인 뒤, 그 위에 2026년의 그림을 덧입혔다. 30여 년의 시차를 둔 두 개의 자아가 물리적으로 결합하고 충돌하며 완전히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과거를 단순히 회상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일부로 끌어안아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독창적인 시도다.

 

작품의 형식은 아이의 그림처럼 천진하고 자유롭다. 강렬한 원색과 단순화된 형태는 경쾌함마저 느끼게 하지만, 그 속에는 동양화의 필력을 연상시키는 힘 있고 섬세한 붓질이 숨어있다. 특히 '나는 사람이다',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등의 문구를 그림에 직접 써넣는 방식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람객에게 보다 친절하게 말을 걸며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이명미는 단색화가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화단에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과감한 원색의 회화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선구자다. 여든을 앞둔 나이에도 "앞으로 20년은 더 그림을 그려야 지금보다 더 대단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식지 않는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짐까지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서울과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오는 5월 9일까지 이어진다.

 

문화포털

KB국민은행, 금요일엔 1시간 더 빨리..주말을 길게

국내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이 매주 금요일 근무 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직원들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수적인 은행권의 근로 문화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본점 및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를 공식 시행한다. 이는 지난달 27일 자율 시행을 거쳐 정식으로 제도화된 것으로, 앞서 지난 1월부터 수요일과 금요일 근무를 1시간씩 단축한 IBK기업은행의 행보를 잇는 결정이다.이번 제도의 핵심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다. 정부의 실노동시간 단축 기조에 발맞추는 한편,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의 조기 퇴근은 직원들에게 심리적 여유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조직 전반의 유연성과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가장 큰 관심사였던 '고객 불편'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 퇴근제가 시행되더라도 대고객 영업 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의 특성상 오후 4시에 셔터가 내려간 뒤에도 직원들은 내부 마감 업무와 서류 정리를 위해 상당 시간 근무를 이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 제도는 바로 이 '마감 후 업무 시간'을 효율화하여 퇴근을 앞당기는 방식이다.또한, 직장인 고객을 위해 저녁 6시까지 문을 여는 'KB 9To6 Bank(나인투식스 뱅크)'와 인천국제공항지점 등 특수 영업점은 이번 조기 퇴근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별도의 근무 스케줄을 적용받아, 고객 서비스 공백을 원천 차단했다.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며 얻은 활력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KB국민은행의 결정으로 은행권 전반에 '근로시간 단축'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금요일 1시간 단축 근무 도입에 합의한 상태다.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은행원이라 하면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야근 문화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은행의 업무 방식이 효율화되면서, 직원 복지와 생산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업계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금요일 오후, 한 시간 더 빨리 시작되는 주말이 은행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금융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