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원금, 진보·개혁신당에도 밀린 '참사'

 지난해 정치자금 모금 성적표가 정당들의 희비를 극명하게 갈랐다. 더불어민주당의 후원금은 두 배 이상 급증하며 선두를 질주한 반면, 국민의힘은 소수정당에도 밀리는 부진을 보이며 지지층의 싸늘한 외면을 확인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실패와 계속되는 당내 갈등이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 중앙당 후원회 모금 내역에 따르면, 민주당은 약 13억 4,700만 원을 모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놀라운 점은 국민의힘의 순위다. 국민의힘은 7억 1,900만 원을 모금하는 데 그쳐 민주당은 물론, 진보당(9억 7,100만 원), 정의당(9억 900만 원), 개혁신당(8억 3,600만 원)보다도 적은 금액으로 5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경향은 1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민주당의 후원금은 2024년 대비 150% 이상 폭증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보여줬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의힘 후원금은 약 28.7%나 감소하며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당을 향한 민심은 소속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액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1인당 평균 모금액은 2024년보다 크게 늘어난 2억 2,832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평균 모금액은 오히려 2,400만 원가량 줄어든 1억 7,302만 원에 그치며, 보수 성향의 개혁신당(1억 9,576만 원)보다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개인별 순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석 국무총리가 약 3억 2,953만 원을 모금해 전체 1위에 올랐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박선원·차지호 민주당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그 뒤를 이으며 3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았다.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국회의원의 후원금 모금 한도는 3억 원이었다. 이 한도를 채운 의원은 총 39명이었는데, 이중 31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던 반면 국민의힘 소속은 단 7명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양당의 현재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가 됐다.

 

문화포털

베네치아 비엔날레 파업, 예술은 학살의 면죄부인가

 세계 현대미술의 심장부인 베네치아가 전쟁과 학살에 반대하는 미술인들의 거대한 저항지로 변모했다. 지난 8일 아르세날레 운하 인근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예술가들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국가관 참여에 항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예술이 전쟁의 참상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20여 개 국가관이 전시를 일시 중단하는 '전시 파업'에 동참하면서 지정학적 갈등이 예술 축제를 압도하는 전례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이번 갈등의 도화선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측근인 부타푸오코 재단 이사장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출품을 전격 수용하면서 당겨졌다. 재단 측은 배제 없는 예술 공간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곧바로 국제적인 공분을 샀다. 유럽연합은 지원금 중단을 경고했고, 심사위원단은 전범 국가가 이끄는 나라에는 상을 줄 수 없다며 전원 사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시상식은 폐막일로 연기되었으며, 황금사자상 대신 관객 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는 임시방편이 도입되는 등 비엔날레의 권위는 크게 실추되었다.전시장 내부의 풍경 역시 세계의 지정학적 지형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러시아관 앞은 시위에도 불구하고 요란한 음악을 틀며 전시를 강행했으나, 주변 국가관들은 이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배치하며 응수했다. 노르딕관은 러시아관을 쏘아보는 날카로운 시선의 조각상을 설치했고, 우크라이나 작가들은 전쟁터의 잔해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러시아관 방향으로 세워 무언의 항의를 표시했다. 국가관 제도가 체제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 속에, 전시장 곳곳에는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선언하는 포스터가 붙어 정치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이러한 소란 속에서도 올해 비엔날레는 내면의 울림과 성찰을 강조한 수작들이 대거 등장해 묘한 대비를 이뤘다. 지난해 별세한 코요 쿠오 감독의 구상을 이어받은 기획자들은 '단조'와 같은 섬세한 감각의 작품들을 조명했다. 바티칸관은 수도원 정원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 명상적인 전시를 선보였고, 일본관은 아기 인형을 통해 양육과 생명을 성찰하게 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정치적 소음이 가득한 외부와 달리 전시장 내부는 인류 공통의 가치와 아픔을 보듬는 예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개별 작가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레바논 출신의 칼레드 사브사비는 이슬람 수피즘의 영성을 담은 멀티미디어 아트로 올해의 대표 작가로 떠올랐으며, 한국의 요이 작가는 제주 해녀의 숨비소리를 오케스트라 작법으로 풀어낸 영상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가브리엘 골리앗은 국가관 전시가 취소되는 역경 속에서도 여성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예술적 저항의 의미를 더했다. 이들의 작업은 비엔날레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도 예술이 세상을 향해 던질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증명해 보였다.베네치아 시내 곳곳에서는 바젤리츠와 아브라모비치 등 거장들의 특별전이 열려 축제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히 별세 직전까지 병마와 싸우며 완성한 바젤리츠의 마지막 작품들은 인간 실존의 비장미를 전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하지만 화려한 전시 이면에는 국가관 제도의 존폐와 예술의 정치적 도구화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여전히 소용돌이치고 있다. 참여 주체인 작가들이 주최 측을 향해 직접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이번 사태는, 향후 비엔날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가장 뼈아픈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