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외래진료 18회, 세계 최고 수준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병원 외래 진료를 받는 횟수가 평균 18회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4년 만에 아주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의료 이용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9회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의 6.0회에 불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접근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성별과 연령에 따라 의료 이용량의 편차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이 연간 21.8회로 남성(17.3회)보다 병원을 더 자주 찾았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진료 횟수는 급격히 증가해 20대 초반에는 8.7회에 그쳤지만, 75세에서 79세 사이 연령대에서는 연간 40.8회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인이 병원을 가장 빈번하게 방문한 원인은 관절염이나 골다공증 등 근골격계 질환이었다. 이 질환으로 진료받은 횟수만 국민 1인당 연간 3.8회에 달했다. 전체 외래진료의 약 70%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동네 의원에서 이뤄져, 대부분의 의료 이용이 경증 질환에 집중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었다. 서울과 대구 시민이 연간 22.7회로 가장 병원을 자주 찾았고, 부산(22.3회), 대전(21.8회)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대도시 지역에 의료 인프라가 집중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통계에서는 중환자실 운영 현황도 공개됐다. 성인 중환자실 병상 수는 2018년 대비 20% 이상 늘었지만, 실제 병상이 사용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가동률은 오히려 66.1%에서 55.3%로 하락했다. 반면 소아 및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수는 증가세가 미미해 필수의료 인프라 불균형 문제도 드러났다.

 

문화포털

이용객 불안 vs 생존권, 공항 노숙인 딜레마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록적인 폭염을 피해 공항 터미널 내부로 모여든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강제 퇴거 절차에 착수하며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 측은 최근 공항 시설 내 노숙 행위를 금지하는 안내문과 함께 법적 처벌 가능성을 명시한 퇴거명령서를 상주 노숙인들의 소지품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공항이라는 특수 시설의 안전과 이용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권단체들은 생존의 기로에 선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가혹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퇴거명령서에는 공항시설법 위반 시 벌금이나 구류 등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담겼다. 이에 대해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행정 절차상 필요한 최소한의 이행 기간조차 지키지 않은 졸속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살인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공시설이 지녀야 할 최후의 보루 역할을 포기한 채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약자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중단을 촉구했다.공항공사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끊이지 않는 민원이 자리 잡고 있다. 교통센터와 여객터미널 인근에 노숙인이 상주하면서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용객들의 불만이 올해 들어서만 수십 건 넘게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노숙인과의 마찰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단순한 계도를 넘어선 실효성 있는 격리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인권단체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이 노숙인 보호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지자체에도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시가 오랫동안 거리 노숙인을 위한 공적 지원 시스템 마련을 방치해온 결과, 폭염을 피할 곳 없는 이들이 공항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공항공사 역시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여 시설 입소나 임시 거처 마련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퇴거라는 극단적인 수단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현재 인천공항 내에는 약 16명의 노숙인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공사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시설 입소를 권유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강제 집행에 따른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일단은 계도 차원의 명령서 부착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론의 향방에 따라 향후 조치의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지자체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오는 12일 인천공항 현장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고 퇴거 조치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다. 폭염이라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이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공항 이용객의 권리와 노숙인의 생존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와 공항공사가 내놓을 최종적인 타협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