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또 터진 돈선거 악재…민주당 단속 비상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호남 지역 경선을 둘러싼 잇단 금권·부정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민주당은 순천시장 후보로 확정된 손훈모 후보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 자격 박탈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호남에서 불거진 각종 경선 잡음이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악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손훈모 후보 캠프 관계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있다. KBC광주방송은 지난 26일 손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이 지역 사업가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 새벽 손 후보와 사업가 A씨, 선대위원장 B씨가 함께한 자리에서 손 후보가 먼저 일어선 뒤, A씨가 B씨에게 “지금까지 많이 썼죠. 10개 이상 들어갔소? 그거 5개밖에 안 돼”라고 말했고, B씨는 “아껴가면서 잘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녹취에 등장한 ‘5개’ 등 숫자가 불법 정치자금을 가리키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손 후보는 해당 의혹에 대해 “뉴스를 통해 처음 알았고 매우 놀랐다”며 자신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호남 지역에서 경선 부정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성현 전 민주당 광양시장 예비후보는 이달 초 불법 경선 전화방을 운영한 혐의로 선관위에 적발됐다. 현장에서는 광양시민 5만4000여 명의 전화번호 명단과 운동원 수당 781만 원이 담긴 봉투 등이 압수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관위가 고발한 첫 불법 전화방 사례다. 박 전 후보는 이후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전북 임실과 전남 화순 군수 경선에서도 돈 봉투 살포와 대리투표 의혹이 불거져 경선이 중단됐고, 전북지사 경선에서도 돈 봉투와 식사비 대납 의혹이 이어졌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로 이어지는 구조가 선거 부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경선에서 금권 선거 유혹이 반복되고, 승리한 후보를 상대로 문제 제기가 쉽지 않은 폐쇄적 분위기도 문제로 꼽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를 최소화한 방식이 오히려 부정 경쟁을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는 윤리감찰단과 암행어사단 운영을 확대하며 내부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호남발 부패 논란이 수도권과 부산·경남 등 접전지 민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 석권을 노리는 민주당으로선 호남 경선의 도덕성 논란이 선거 전략 전반에 부담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문화포털

진주, 비엔날레급 전시로 '현대미술 분관' 정조준

 경남 진주시가 과거의 역사적 이미지를 벗고 동시대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대담한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15일 막을 올린 기획전 '이미지의 미래들-서사하는 기억, 채색화를 넘어'는 그간 진주가 쌓아온 채색화 열풍을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야심 찬 시도다. 이번 전시는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을 비롯해 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국립진주박물관 등 시내 곳곳의 문화 거점을 하나로 연결하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김기라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거장부터 신진 작가까지 35명의 작품 148점이 집결해 기초자치단체로서는 보기 드문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주라는 도시가 가진 장소성을 예술적 서사로 치환했다는 점에 있다. 특히 근대산업유산인 옛 진주역 차량정비고를 활용한 '광장의 기억' 섹션은 노동의 흔적이 남은 붉은 벽돌 건물과 현대미술이 만나 묘한 긴장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정현 작가의 조각이 야외에서 세월의 흐름을 대변하고, 내부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담아낸 신학철의 사실주의 회화가 관객을 압도한다. 거친 선으로 인간의 실존을 묻는 서용선의 작업과 동시대 청년들의 연대를 그린 이우성의 대형 회화가 나란히 배치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광장의 풍경을 완성한다.진주시가 이토록 공을 들여 비엔날레급 전시를 꾸린 배경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라는 전략적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시는 현재 진주성 내에 위치한 국립진주박물관이 철도문화공원 부지로 이전하면,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기존 박물관 건물을 국립현대미술관 진주관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진주가 분관을 운영할 충분한 역량과 문화적 토양을 갖추었음을 대내외에 증명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원도심의 유휴 공간을 예술 무대로 재배치함으로써 도시 재생과 문화 향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전시 구성은 이강소, 김윤신, 심문섭 등 한국 미술의 토대를 닦은 원로 작가들의 깊이 있는 통찰에서 시작해 권오상, 정연두 등 중견 작가들의 실험적인 시도로 이어진다. 여기에 장종완 등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감각이 더해지며 세대 간의 예술적 대화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첨단 기술이나 자극적인 주제를 내세우기보다 작품들이 놓인 공간의 역사적 맥락과 서로 호응하도록 배치한 연출 방식은 관람객들이 지역의 장소성을 단서 삼아 작품을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대도시 대형 전시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철도문화공원 정비고 안팎에 설치된 작품들은 산업화 시대의 유산과 동시대 예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학철의 '비상탈출' 속 인물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낡은 목조 트러스 구조와 어우러져 한국 현대사의 역동성을 극대화한다. 그 시선은 전시장 중앙에 걸린 이우성의 작품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로 이어지며, 과거의 비극을 딛고 함께 만들어갈 공동체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장소의 기억을 예술로 꿰어내는 서사 구조는 진주라는 도시가 지닌 문화적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는 결정적인 대목이다.진주의 이번 도전은 지역 문화 예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유명 작가의 작품을 빌려오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공간을 현대미술의 언어로 재해석해낸 기획력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를 향한 진주시의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전시는 8월 말까지 이어지며 진주성 주변의 원도심과 미술관을 잇는 예술의 벨트를 형성할 예정이다.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도시 진주가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