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성폭행범" 진서연이 삭제한 '그 대사'

 성범죄 가해자의 서사를 다루는 예술 작품은 언제나 날 선 비판과 마주하기 마련이다. 국립극단 무대에 다시 오른 연극 ‘그의 어머니’는 17살 아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싱글맘 브렌다의 고통을 통해 우리 사회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초연 당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특정 대사가 이번 시즌에서 과감히 삭제된 배경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을 동일 선상에 놓는 듯한 뉘앙스가 자칫 또 다른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작품의 중심축인 브렌다 역의 배우 진서연은 가해자의 감정을 헤아리고 싶지 않은 인간적 거부감과 어머니로서의 숙명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무대에 오른다. 연출가는 초연 당시 논란이 되었던 '아들의 일부를 잃었다'는 대사를 삭제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려 노력했다. 이는 가해자 가족이 겪는 사회적 낙인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자가 겪는 근원적인 상실감을 침해하지 않으려는 예술적 절제이자 윤리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원작자인 에번 플레이시는 실제 지인의 사례를 모티프로 삼아 이 비극적인 가족사를 집필했다. 그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대중의 시선이 피해자 가족에게만 머무는 사이, 가해자 가족이 겪는 정서적 붕괴와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 소멸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탐구하고자 했다. 뉴스 속의 사건이 아닌 내 가족의 일이 되었을 때 인간이 마주하게 될 미숙함과 혼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날것의 힘이다.

 

이번 재공연에서 류주연 연출가는 가족 내부의 역동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지난해가 브렌다 개인의 심리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가해자인 매튜의 성격과 목적성을 구체화하여 그가 자신의 죄를 직시하고 책임지기 위해 나아가는 경계의 과정을 그렸다. 특히 가해자의 동생이 겪어야 할 '암묵적 처형'과 사회적 비난은 가해자 한 명의 범죄가 주변인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출연 배우들은 매회 고열에 시달리는 듯한 극한의 감정 소모를 경험하면서도, 무대 위에서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역설적인 치유를 경험한다고 입을 모은다. 완벽하고 현명한 어머니가 아닌, 자식의 범죄 앞에서 멘탈이 무너지고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반복하는 브렌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나라면 과연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이는 예술이 단순히 도덕적 올바름을 전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확장하는 영역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는 범죄 가해자와 그 가족을 향해 즉각적이고 가혹한 비난을 퍼붓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창작진은 괴물 같은 악인에게도 가족이 존재하며, 그들을 무조건적인 손가락질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사고의 영역을 넓히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이 연극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선사하며, 비난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 본성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 채 막을 내린다.

 

문화포털

트럼프 '경제적 분노' 지시, 중국 은행 세컨더리 제재 경고

 미국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마주 앉을 베이징 정상회담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5월 12일부터 나흘간 베이징에서 만나 지난해 부산 회담 이후 켜켜이 쌓인 난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베이징 현지 미대사관 인근의 주요 숙박 시설은 일반 예약을 중단하고 국빈 맞이 준비에 돌입했으며, 양국 외교 채널은 의제 조율을 위해 밤낮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번 만남은 이란 문제부터 대만, 인공지능, 핵심 광물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 '지뢰밭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회담의 전초전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시작되었다. 미 재무부는 최근 이란산 원유를 대규모로 사들인 중국 다롄의 정유업체를 제재 명단에 올리며 중국의 숨통을 조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하며, 중국 금융권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는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중국이 협조할 것을 강요하는 강력한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가 이번 회담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대만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중국은 최근 10년 만에 국공회담을 성사시키며 대만 내 대화 여론을 부각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베이징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만 독립 반대'라는 확답을 받아내 미국의 무기 판매를 저지하려 하지만, 대만 측은 자국의 운명이 강대국의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대만 지지 수위와 중국의 핵심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양국 정상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충돌이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장비 선적 중단을 명령하고 하원에서 기술 통제 법안을 통과시키자, 중국은 즉각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을 불허하며 맞불을 놓았다. 특히 중국은 공급망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미국의 수출 통제에 협조하는 기업에 보복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배수진을 쳤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해결이 어려운 난제로 꼽힌다.중국은 자원 무기화라는 강력한 반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중국 당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17개 핵심 광물의 세계 1위 생산량을 강조하며 미국의 산업 기반을 위협하고 나섰다. 미국 GDP의 상당 부분이 희토류 관련 산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정조준한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통제할 경우 미국 내 첨단 산업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며, 시진핑 주석은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기술 제재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회담 이후의 연쇄적인 정상 외교 일정은 동북아 정세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예정되어 있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과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접촉이 빈번했던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외교적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제안된 천단 참관 등 화려한 의전 뒤에는 이처럼 차가운 국제 정치의 계산과 전략적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