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60억 파운드 확약…표류하던 3국 전투기 사업 본궤도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가 손잡고 추진 중인 차세대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 영국의 파격적인 예산 지원에 힘입어 다시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약 6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1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는 단기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사업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향후 3국 간의 다년도 산업 계약 체결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22년 3국이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의기투합하며 시작되었다. 영국의 '템페스트'와 일본의 'F-X' 계획을 통합한 GCAP는 기존 주력 기종인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F-2를 대체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BAE시스템스와 미쓰비시중공업, 레오나르도 등 각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들이 참여해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된 전투기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초기 장밋빛 전망과 달리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예산 확보 문제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변수였다.

 


특히 영국의 정권 교체 이후 출범한 노동당 정부가 재정적 확약을 미루면서 사업은 한때 표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합작 법인 설립과 설계 계약이 지연되자 일본 측은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영국을 압박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단순히 무기 개발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입지와 양국 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왔다. 이러한 외교적 긴장감 속에서 나온 영국의 이번 결정은 사업 무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일본이 이토록 속도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J-36과 J-50 등 차세대 첨단 전투기의 시험 비행을 이어가며 공군력을 과시하고 있다. 2035년이라는 인도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동북아시아의 하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본을 움직이게 했다. 아울러 3국은 이번 공동 개발을 통해 미국산 F-35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항공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계산도 깔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GCAP 전투기는 현존하는 기종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목표로 한다. 유로파이터 타이푼보다 빠른 속도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화형 조종석과 기존보다 만 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레이더가 장착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무인 드론과의 협업 시스템은 6세대 전투기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BAE시스템스는 이 기체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상호 운용성과 연결성을 갖춘 공중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영국의 대규모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을 끈 GCAP는 이제 구체적인 설계와 제작이라는 본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2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향후 기술 공유 비중과 비용 분담을 둘러싼 세밀한 조정 과정이 남아 있다. 3국이 합의한 2035년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세계 방산 시장의 판도는 미국 중심에서 다자간 공동 개발 체제로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 거대 프로젝트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목표한 성능을 구현해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포털

스벅 논란 속 재소환된 '광주 비디오' 실제 주인공은?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파문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재점화한 가운데,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주인공이 독일인 위르겐 힌츠페터가 아닌 한국인 유영길 기자라는 사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동안 대중에게는 영화를 통해 '푸른 눈의 목격자'가 최초의 기록자로 각인되어 왔으나, 최근 발굴된 사료와 영상은 1980년 5월 19일 오전 이미 현장을 누볐던 미국 CBS 서울지국 소속 유영길 영상 기자의 행적을 뚜렷하게 증명한다.유 기자의 기록은 계엄군이 조직적으로 부인해 온 초기 강경 진압의 실체를 밝히는 결정적 증거다. 5월 18일 저녁 광주에 잠입한 그는 이튿날 오전 10시경부터 금남로와 광주상공회의소 옥상을 오가며 공수부대원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 동구청 상황일지에는 유 기자를 포함한 CBS 취재진의 움직임이 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에 도착하기 하루 전 이미 한국인 기자가 사선을 넘나들며 진실을 포착했음을 보여준다.그가 남긴 6분 30초 분량의 원본 영상에는 도로 위에서 대검을 장착한 채 시민들을 추격하는 계엄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는 훗날 청문회에서 "착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던 군 지휘관들의 거짓 증언을 무너뜨리는 사료적 근거가 되었다. 유 기자는 최첨단 컬러 ENG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의 전자 신호를 즉각 기록했고, 이 영상은 도쿄를 거쳐 미국 본사로 급송되어 현지 시각 5월 19일 저녁 뉴스에 전 세계 최초로 보도되는 기록을 세웠다.독일인 힌츠페터 기자의 영상이 주로 진압 이후의 참상과 시민들의 결속에 집중했다면, 유영길의 영상은 사건의 발단이 된 초동 진압 과정을 정밀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힌츠페터가 16mm 필름 현상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느라 보도가 며칠 늦어진 반면, 유 기자의 영상은 사건 발생 직후 타전되어 국제 사회에 즉각적인 충격을 던졌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비밀리에 유통되던 '광주 비디오'의 핵심 장면들 역시 상당 부분 유 기자의 렌즈를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다.유영길 기자는 생전 5월 21일 도청 앞 집단 발포의 순간을 현장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안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문제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진 비극에 대해 그는 훗날 영화 촬영 감독으로서 당시의 참상을 스크린에 재현하며 회한을 달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헌신은 사후 41년이 지난 2021년, 제1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오월광주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비로소 역사의 전면에 공식적으로 복원되었다.이재명 대통령이 역사 왜곡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선포한 현시점에서 유영길이라는 이름의 복원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인 기자가 누구보다 먼저 동포의 비극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우리 민주주의가 외부의 시선뿐만 아니라 내부의 용기 있는 기록 투쟁 위에 세워졌음을 상기시킨다. 힌츠페터와 함께 기억되어야 할 그의 카메라는 덮으려 해도 덮을 수 없는 역사의 정의를 증명하는 영원한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