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데이' 후폭풍…5·18 조롱 콘텐츠 기승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에서 시작된 논란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며 심각한 역사 왜곡 및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특정 커피 브랜드의 텀블러를 들고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듯한 가상 영상이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해당 영상은 기술을 악용해 고인을 희화화하는 것은 물론,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발언을 담고 있어 유권자와 시민들의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진행한 프로모션이었다. 당시 사용된 '탱크 데이'나 '책상에 탁' 같은 문구들이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의 탄압과 고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역이용해 극우 성향의 콘텐츠를 제작·배포하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일부 정치권 관계자들까지 이에 동조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정치권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비인도적 행태로 규정하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공언했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메시지가 나오자 기업 측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번 사태에 격노하며 스타벅스코리아 경영진을 경질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본사 역시 광주 시민을 향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차갑게 식은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기업 경영진이 직접 광주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피해 단체들의 완강한 거부로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현장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파손하거나 불매를 인증하는 영상을 공유하며 집단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감정적 대응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사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며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금융시장 역시 이번 논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논란 발생 직후 이마트를 비롯한 관련 그룹주의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으며,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신뢰 상실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공익적 가치와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의 전형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현재 온라인 공간은 각 진영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비난과 옹호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상태다. 생성형 AI가 만든 정교한 가공물들이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2차 가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기술의 발전이 역사적 상처를 후벼 파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 속에,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 마련과 함께 기업들의 철저한 역사 의식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글로벌 본사와 이마트의 합작 법인으로서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문화포털

야스히토 가와사키 전시, 서울·부산서 만나는 현대적 우화

 푸른 빛을 띤 곰 캐릭터가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하지만, 이번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본질은 단순한 시각적 귀여움에 머물지 않는다. 리나갤러리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야스히토 가와사키의 개인전 'Blue Blue Bear and Green, Blue Blue Bear and Sea'는 블루 베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의 소유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숨 쉬는 초록의 숲과 푸른 바다가 과연 누구의 것인지에 대해 성찰할 것을 권유한다.그동안 우리 사회는 야생 곰이 인간의 거주지에 나타나는 사건을 '침범'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며 경계해 왔다. 하지만 야스히토 가와사키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러한 익숙한 서사의 방향을 완전히 뒤바꾼다. 곰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끝없는 욕망으로 자연의 경계를 먼저 밀어내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되묻는 방식이다. 작품 속 블루 베어의 무표정한 얼굴은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을 조용히 응시하는 듯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전시 공간은 회화와 세라믹 작품들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현대적 우화를 읽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과와 새, 소년과 소녀, 그리고 호랑이 같은 요소들은 특정한 의미에 고정되지 않은 채 관람객 개개인의 감각과 기억을 자극하는 다층적인 상징물로 기능한다. 관람객들은 정교하게 빚어진 세라믹의 질감과 회화의 색채 사이를 거닐며 작가가 구축한 독특한 예술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작가의 페르소나이기도 한 블루 베어는 관람객이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는 일종의 빈자리와 같다. 이 푸른 곰은 때로는 관찰자로, 때로는 피해자로 모습을 바꾸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선을 탐색한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매력에 이끌려 작품 앞에 섰던 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블루 베어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인간이 자연에 가한 유무형의 폭력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독특한 감상 경험을 하게 된다.야스히토 가와사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갤러리 내부에 배치된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자연은 결코 인간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한다. 작가는 예술이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권리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음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다.서울 논현로에 위치한 리나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1일까지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푸른 곰의 이야기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자연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환경 보호라는 거창한 구호 대신 예술적 감성을 통해 전달되는 작가의 조용한 외침은 전시장을 나서는 이들의 마음속에 묵직한 여운으로 남으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