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히토 가와사키 전시, 서울·부산서 만나는 현대적 우화

 푸른 빛을 띤 곰 캐릭터가 전시장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하지만, 이번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본질은 단순한 시각적 귀여움에 머물지 않는다. 리나갤러리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야스히토 가와사키의 개인전 'Blue Blue Bear and Green, Blue Blue Bear and Sea'는 블루 베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의 소유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숨 쉬는 초록의 숲과 푸른 바다가 과연 누구의 것인지에 대해 성찰할 것을 권유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야생 곰이 인간의 거주지에 나타나는 사건을 '침범'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며 경계해 왔다. 하지만 야스히토 가와사키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러한 익숙한 서사의 방향을 완전히 뒤바꾼다. 곰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끝없는 욕망으로 자연의 경계를 먼저 밀어내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되묻는 방식이다. 작품 속 블루 베어의 무표정한 얼굴은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을 조용히 응시하는 듯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전시 공간은 회화와 세라믹 작품들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현대적 우화를 읽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과와 새, 소년과 소녀, 그리고 호랑이 같은 요소들은 특정한 의미에 고정되지 않은 채 관람객 개개인의 감각과 기억을 자극하는 다층적인 상징물로 기능한다. 관람객들은 정교하게 빚어진 세라믹의 질감과 회화의 색채 사이를 거닐며 작가가 구축한 독특한 예술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작가의 페르소나이기도 한 블루 베어는 관람객이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는 일종의 빈자리와 같다. 이 푸른 곰은 때로는 관찰자로, 때로는 피해자로 모습을 바꾸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선을 탐색한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매력에 이끌려 작품 앞에 섰던 이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블루 베어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인간이 자연에 가한 유무형의 폭력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독특한 감상 경험을 하게 된다.

 


야스히토 가와사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갤러리 내부에 배치된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자연은 결코 인간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한다. 작가는 예술이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권리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음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다.

 

서울 논현로에 위치한 리나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1일까지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푸른 곰의 이야기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자연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환경 보호라는 거창한 구호 대신 예술적 감성을 통해 전달되는 작가의 조용한 외침은 전시장을 나서는 이들의 마음속에 묵직한 여운으로 남으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문화포털

'일잘러' vs '경륜'…정원오·오세훈, 서울시장 2파전 격돌

 6·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며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초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세론'을 형성했던 정 후보였지만, 최근 불거진 각종 개인 신상 논란이 발목을 잡으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1일을 기점으로 양측의 사활을 건 총력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정 후보는 성동구청장 3선이라는 행정 경험을 무기로 '일 잘하는 신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민주당 경선에서 중진 의원들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후보라는 상징성과 성수동의 변화를 이끌어낸 성과가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오 후보가 그동안 정치적 경륜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의 기세에 눌려 고전했던 이유 역시 이러한 '새 인물론'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았다.그러나 치열한 당내 검증 과정을 거치며 정 후보의 강력한 무기였던 '신선함'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는 모양새다. 칸쿤 출장 의혹과 과거 주폭 관련 구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행정가로서의 능력 이전에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특히 정책 대결보다는 과거 행적에 대한 해명에 캠프 역량이 집중되면서, 서울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정치 전문가들은 정 후보의 위기가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경선 당시 경쟁자들의 날 선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수세에 몰렸던 모습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었다는 지적이다. '일잘러'라는 수식어와 대비되는 미숙한 위기 관리 능력은 정 후보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으로 꼽힌다. 여기에 당 차원의 특검 추진 논란이 '자만 프레임'으로 번지며 여권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반면 추격자인 오세훈 후보 역시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곧바로 오 후보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보수 진영 내부의 분열 때문이다. 당 지도부와의 갈등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성 보수층과 중도 보수층 사이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 후보를 지지할 경우 자칫 당내 강성 세력의 입지만 키워줄 수 있다는 온건 보수층의 우려가 표심 결집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서울시장 선거는 정 후보의 수성과 오 후보의 역전 가능성이 팽팽하게 맞붙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정 후보의 행정 성과를 다시 부각하며 지지층 단속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정권 초반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보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양측 모두 내부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한 채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게 되면서, 부동층의 향배가 이번 선거의 최종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