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아킬레스건, 이란 소모전에 무기 바닥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손잡고 단행한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의 무기 체계가 심각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중동 전역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교전 중에 미군이 쏟아부은 방대한 양의 요격 미사일이 오히려 미국의 군사적 아킬레스건을 노출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공 방어의 핵심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단기간에 1,200발 이상 소모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 대비 낮은 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미 정계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목격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가격 차이가 극명한 무기들 사이의 비대칭적 충돌이다. 한 발당 약 60억 원에 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란이 대량 생산한 5,300만 원 상당의 샤헤드 드론을 격추하는 데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 한 대를 막기 위해 그보다 100배 이상 비싼 미사일을 사용하는 소모전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군수 물자 비축량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금 문제를 넘어 무기 제조에 걸리는 긴 시간과 복잡한 공정으로 인해 즉각적인 보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미국의 이러한 위기는 과거 국방 수뇌부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고성능에만 집착하는 무기 개발 관행을 비판하며, 적당한 성능을 갖추되 저렴하고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무기 체계로의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미 군수산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고비용 정밀 무기 생산에만 몰두해 왔고, 결국 이번 실전에서 저가형 무기를 앞세운 이란의 물량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쟁의 양상이 소모전으로 흐르자 미 국방부는 뒤늦게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에 착수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인 2조 2,600조 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며 군수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기존 대형 방산업체들이 독점하던 구조를 깨고 민간 공급망을 대폭 확대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탄약 생산량을 단기간에 4배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다년 계약 체결 등 긴급 처방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예산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고질적인 무기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무기 설계 단계부터 제작 방식, 그리고 경직된 계약 문화에 이르기까지 군 내부의 근본적인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예산도 결국 낭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연구소 등 주요 안보 싱크탱크들은 이번 전쟁을 한 세대 만에 찾아온 군사 현대화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국방부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도전은 이란과의 물리적 충돌을 넘어선 군사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의 고성능 무기들이 저렴한 비대칭 전력에 의해 무력화되는 현실은 향후 글로벌 군사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이번 무기 조달 위기가 미국의 군사적 리더십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장기적인 쇠락의 신호탄이 될지는 이번 개혁의 성패에 달려 있다.

 

문화포털

이종구 화백, '농민' 대신 '부처' 그렸다

 누런 양곡 포대 위에 흙먼지 묻은 농민의 얼굴을 새겨 넣으며 시대의 아픔을 증언해온 화가 이종구가 이번에는 고요한 성찰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사유’는 평생을 현장에서 투쟁하듯 그림을 그려온 노작가가 마주한 삶의 전환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과 개인적인 투병 생활, 그리고 정년퇴임이라는 신변의 변화를 겪으며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로, 농촌의 현실 대신 반가사유상과 좌불상이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두 개의 캔버스를 하나로 결합한 독특한 구조의 연작들을 대거 선보였다. 이는 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서로 다른 두 화면이 만나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한쪽에는 자비로운 미소의 불상을 배치하고 다른 쪽에는 흐르는 물이나 타오르는 불꽃, 혹은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넣는 방식이다. 이는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며 순환하는 관계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캔버스를 붙이는 행위 자체가 둘이면서 하나인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전시작 중 ‘사유_생로병사2’는 작가가 겪은 고통의 시간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면 속에는 환자복을 입고 수액 거치대에 의지한 작가와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휴대전화를 든 작가가 나란히 서 있다. 살기 위해 링거 줄을 붙잡았던 병실에서의 사투와 퇴원 후 생계를 위해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는 일상의 모습은 결국 같은 무게의 삶이라는 깨달음을 전한다. 투병이라는 극한의 상황을 통과하며 작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생로병사의 굴레를 담담한 시선으로 긍정하게 된 것이다.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고목을 그린 나무 연작 역시 인류 보편의 생로병사를 관조하는 작가의 시선이 닿아 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는 갓난아이부터 휠체어에 앉은 노인까지 인생의 각 단계를 지나가는 인물들이 배치되어 한 폭의 풍경을 이룬다. 이는 개별적인 삶의 고통 너머에 존재하는 거대한 생명의 흐름을 조명하는 작업이다. 또한 진돗개와 불상을 한 화면에 담아 모든 존재에 불성이 있는지를 묻는 등 선종의 화두를 현대적 회화로 풀어낸 시도들도 눈에 띈다.이종구는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투사였다. 스스로를 그림으로 싸우는 사람이라 정의했던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평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상이 극단적인 갈등과 전쟁으로 치닫는 이유가 내면의 성찰 부재에 있다고 본 작가는, 모든 인간이 스스로의 마음속에 깃든 부처를 발견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거친 포대 위에서 피어난 그의 예술혼이 이제는 정교한 사실주의 기법을 통해 영성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있다.중앙대학교 교수와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행정가로서의 삶도 살았던 그는 이제 다시 오롯이 화가로서 노동의 가치를 실천한다. 사진보다 더 정밀한 극사실주의 기법을 고수하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숭고한 수행이자 노동이라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고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릴 만큼 화업을 인정받았음에도, 그는 여전히 캔버스 앞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 삶의 고통을 사유의 기쁨으로 승화시킨 이번 전시는 다음 달 2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