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민맥주’ 후계자 해임…동생 “친형에게 성폭행당했다”

태국 굴지의 재벌가에서 불거진 성폭력 폭로가 사회적 파장을 키우고 있다. 태국 대표 맥주 브랜드 ‘싱하’ 생산 기업과 관련된 비롬박디 가문의 4세가 어린 시절 친형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회사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AFP통신과 태국 현지 매체 네이션, 카오솟 등에 따르면 비롬박디 가문 4세인 환경운동가 시라누드 스콧은 최근 SNS 영상을 통해 친형 수닛 스콧으로부터 과거 여러 차례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시라누드는 영상에서 가족들이 자신이 녹음한 형의 고백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행동하지 않았다”며 “나를 존중하지 않고 공감하지 않는 가족과 더는 함께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9세부터 13세 사이였을 때, 기숙학교에 다니던 형이 방학 때마다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시라누드는 약 3년 전 가족들에게 피해 사실을 처음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가족 측으로부터 침묵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어머니가 재산 분쟁과 관련해 자신을 고소하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폭로가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니라, 오랫동안 묵살돼 온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수닛은 형제 사이에 ‘거친 놀이’가 있었던 점은 인정했지만, 성폭력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싱하 맥주 생산업체인 분라웃은 수닛을 회사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다. 분라웃은 태국에서 ‘국민 맥주’로 불리는 싱하를 생산하는 핵심 기업으로, 비롬박디 가문의 대표 사업체다.

 

회사는 공식 입장을 내고 “시라누드 스콧이 겪은 일에 대해 깊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관련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비롬박디 가문은 식품, 호텔, 전력,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태국의 대표 재벌가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이 가문의 순자산을 약 17억5000만 달러, 우리 돈 약 2조63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번 폭로 이후 태국 사회에서는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인플루언서 테일러 스리랏은 19세 때 50대 직장 상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고, 한 유명 골프장 후계자도 어린 시절 운전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고백했다.

 


온라인에서는 시라누드의 별명을 딴 ‘#PsiScott’ 해시태그가 확산하며 응원과 연대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미투 운동 당시 비교적 조용했던 태국에서 이번 사건이 성폭력 피해 고백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해자 비난 문화로 인해 침묵했던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문화포털

광주 여고생 피습 사건 유족, 피해자 신상 공개 결단

 광주 도심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여고생의 신원이 유가족의 간절한 바람에 따라 대중에게 공개됐다. 숨진 이채원 양의 부모는 자신의 딸이 익명의 피해자로 남기보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실존했던 인물로 남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은 딸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함으로써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이 양의 부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해자인 장윤기가 다시는 사회의 빛을 보지 못하도록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응급실에서 마주했던 딸의 마지막 모습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고통으로 남아있다는 아버지는 가해자의 출소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 어머니 또한 딸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세상이 그녀를 잊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며 눈물 섞인 결단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꿈 많던 열일곱 소녀의 방에는 주인을 잃은 교복과 함께 응급구조사를 꿈꾸며 준비했던 유니폼이 그대로 남겨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장례를 마친 유족은 딸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사건이 발생했던 현장을 다시 찾아 시민들에게 딸의 이름을 기억해달라고 울부짖었다. 이들은 가해자가 저지른 죄에 합당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만이 억울하게 떠난 딸의 넋을 조금이나마 기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사건의 전말은 지난달 초 광주 광산구의 한 거리에서 시작됐다. 가해자 장윤기는 길을 가던 이 양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으며, 현장에서 비명을 듣고 구조하려 달려온 다른 남학생에게도 중상을 입히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범행 전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교제를 거절당하자 성범죄와 스토킹을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이 신변 보호를 받으며 피신하자, 장 씨는 분풀이 대상을 찾아 배회하다 무고한 이 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수사 당국은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달 중순 장윤기의 신상 정보를 일반에 공개했다. 장 씨는 범행 전부터 계획적으로 흉기를 준비하고 피해자를 물색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특히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의 보호를 받는 사이 제3자인 이 양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가의 범죄 예방 시스템이 가해자의 보복성 폭력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유족의 신상 공개 결정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이 양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은 응급구조사가 되어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싶어 했던 소녀의 꿈이 무참히 짓밟힌 사실에 분노하며 사법부의 단호한 결단을 촉구했다. 검찰은 장윤기를 살인 및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으며, 조만간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