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 그룹, 10일부터 '존재의 구조' 탐구전

 지역 예술계의 주목받는 창작 집단인 가자미(美) 그룹이 오는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대구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네 번째 정기 전시인 '존재, 관계 그 구조에 대하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유지연, 이정원, 이희령, 홍영주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 속에서 형성되는 '존재'의 의미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유동적인 '관계'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관람객들은 회화와 조각, 설치 미술을 넘나드는 풍성한 작품군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유지연 작가는 '숲'이라는 대상을 통해 자연의 내밀한 질서와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명의 원리를 시각화한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히 숲의 풍경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한지와 짚, 옻과 같은 한국적인 전통 재료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재료의 중첩이 만들어낸 깊이 있는 질감은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조형미, 그리고 전통과 현대라는 서로 다른 가치들을 하나의 화면 위에서 조화롭게 연결하며 관람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정원 작가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솟대' 형식을 통해 존재의 확장성과 관계의 축적을 탐구한다. 원기둥 모양의 모듈을 반복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낸 구조물은 개별적인 존재들이 서로 얽히며 맺어가는 사회적 관계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작품 상단에 배치된 새 형상은 보호와 기다림,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한 비상의 의지를 담아내며 하늘과 땅, 즉 이상과 현실을 잇는 매개체로서 존재의 의미를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이희령 작가는 눈에 보이는 형상 너머에 존재하는 내면의 생명력과 관계의 역동성에 집중한다. 그녀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근원적인 성찰부터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복잡한 구조적 문제들까지 폭넓은 주제를 드로잉 기법으로 섬세하게 묘사한다.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통해 생명 에너지가 어떻게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지를 탐구하는 그녀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가시적인 세계 이면의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철학적 경험을 제공한다.

 


홍영주 작가는 꽃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자연의 생명성과 감각적인 경험을 화폭에 담아낸다. 그녀의 작품 속 꽃은 단순한 정물의 재현을 넘어 생명의 유한함과 그 속에 깃든 영속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붓질로 완성된 꽃의 형상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생명의 경이로움과 존재의 빛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관계적 존재'라는 하나의 주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가자미 그룹은 이번 무대를 통해 존재를 단절된 개체가 아닌 상호작용의 결과물로 정의하며,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회화적 깊이와 설치 미술의 공간감이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발자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포털

'이란 손흥민' 아즈문 퇴출, 정치적 숙청인가?

 이란 축구의 상징이자 '이란의 손흥민'으로 불리던 사르다르 아즈문이 결국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이란 축구협회는 1일 메흐디 타레미를 필두로 한 26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으나, 그 어디에도 아즈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기량 저하나 부상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소속팀 연고지인 UAE의 통치자와 찍은 사진이 이란 당국의 역린을 건드린 결과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도부를 잃은 이란 정부 입장에서 적대국의 우방인 UAE 측 인물과 접촉한 아즈문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반역 행위로 간주되었다.아즈문은 논란 직후 사진을 삭제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이란 내부에서는 그가 비자 인터뷰를 거부하고 협회의 연락을 피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과거 마흐사 아미니 시위 당시 그가 보여준 반정부적 행보와 겹쳐지며 퇴출의 명분이 되었다. 국가를 위해 91경기에서 57골을 몰아넣은 영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 앞에서는 그간의 공로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부통령까지 나서서 그의 복귀를 지지하며 구명 활동을 펼쳤으나 경색된 정국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이번 사태는 이란 대표팀의 월드컵 준비 과정 전반에 걸쳐 거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미국 본토에서 치러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 뉴질랜드, 벨기에, 이집트와 차례로 맞붙는 일정 속에서 팀의 핵심 화력을 잃은 것은 치명적인 전력 손실이다. 더욱이 당초 미국 애리조나에 차리려던 베이스캠프를 멕시코 티후아나로 급작스럽게 변경한 점은 이란 대표팀이 미국 내에서의 활동에 극심한 정치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아즈문의 빈자리는 이제 메흐디 타레미가 홀로 짊어지게 됐다. 유럽 무대에서 검증된 실력을 갖춘 타레미지만, 아즈문과의 시너지 효과가 사라진 이란의 공격진은 이전보다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다. 타레미는 이제 단순한 득점원을 넘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란 축구 전문가들은 아즈문의 이탈이 팀의 전술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선수단 내부의 사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국제 축구계는 이번 사건을 스포츠에 개입한 과도한 정치적 탄압의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FIFA는 이란의 베이스캠프 이전을 승인하며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선수 개인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상황에 의해 억압받는 현실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즈문이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은 것이 자발적 거부인지, 아니면 신변의 위협을 느낀 피신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이란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능 중 한 명이 시대의 비극 속에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지워졌다는 사실이다.결국 이란 대표팀은 아즈문이라는 거대한 축을 잃은 채 멕시코와 미국을 오가는 험난한 월드컵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경기장 안에서의 승부보다 경기장 밖의 정치적 논란이 더 큰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이란 선수들이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즈문의 탈락이 이란 축구의 몰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남은 선수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지는 다가올 6월 15일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