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원칙', 체육복 논란이 부른 학교 전쟁

 개교 40주년을 맞이한 신도시의 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면서 평온하던 교정은 순식간에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박현숙 배우가 연기하는 신임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교복을 입은 채 운동장에서 농구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엄격한 교칙 준수를 강조한다. 이에 대해 오용 배우가 맡은 교감은 쉬는 시간 10분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근거로 원칙보다는 학생 보호와 관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설득하지만, 원칙주의자인 교장의 벽은 높기만 하다. 체육복 착용이라는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된 이들의 대립은 학교 운영 전반에 걸친 가치관의 충돌로 번져나간다.

 

갈등의 이면에는 대학 진학률 하락과 학업 성취도 저하라는 학교 재단의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재단이 교사 자격증조차 없는 교육행정 전문가를 교장으로 임명한 것은 자유로운 학풍보다는 효율적인 성과를 우선시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에 반발한 교사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맞서고, 김혜령 배우가 분한 학생회장 라엘을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수업 거부와 플래카드 시위를 벌이며 전면전에 나선다. 학교라는 공간은 이제 교육의 장이 아닌, 서로 다른 원칙이 부딪히는 거대한 전쟁터로 변모한다.

 


작품은 학교 뒷산으로 연습 러닝을 갔던 마라톤부 학생의 사고를 기점으로 갈등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꼬아놓는다. 민원이 두려워 체험학습이나 소풍조차 기피하는 우리 교육 현장의 서글픈 자화상이 무대 위에 적나라하게 투영된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애쓰는 학생신문부장 양준의 시선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 갈등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법과 원칙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이 급변하는 시대와 사람 사이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이어진다.

 

무대는 단 두 개의 의자만이 놓인 극도로 단순한 직선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타협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인물들의 가치관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배우들의 자연 발성은 배드민턴 랠리처럼 오가는 대사에 강력한 타격감을 부여하며 극의 밀도를 높인다. 사소한 교칙 위반에서 시작해 국가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장되는 대사들은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특히 "어른들처럼 쪽팔리게 살기 싫다"는 학생회장의 외침은 기성세대 관객들에게 묵직한 부끄러움을 안긴다.

 


홍콩 작가 궈융캉의 원작을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한 이번 공연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잔잔한 유머와 재치 있는 대사로 풀어냈다. 백상예술대상 수상 경력의 연출진과 전문 번역가가 협업하여 빚어낸 이야기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교육 문제와 세대 갈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느냐"는 해묵은 질문에 "주지 스님을 바꾸면 안 되느냐"고 되묻는 학생 주임의 대사는 관객들에게 통쾌함과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연극 '원칙'은 관객에게 일방적인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극의 막바지에 진행되는 학부모 간담회 장면에서 관객들은 직접 손을 들어 학교의 운명을 결정하는 투표에 참여하게 된다. 매회 공연마다 투표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합의점이 얼마나 가변적이고 모호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사소한 체육복 논란에서 시작해 시대의 정의를 묻는 이 연극은 오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며 우리 시대의 진정한 원칙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문화포털

소년심판 콤비 재회, 이정은·김무열 '할매' 확정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배우 이정은과 김무열을 앞세운 파격적인 누아르 액션 시리즈 '할매'의 제작을 공식화했다. 이번 작품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하며, 하나뿐인 손자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총을 든 70대 여성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평범한 식당 주인으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거대 범죄 조직인 청화그룹에 맞서 숨겨왔던 사냥 본능을 깨우는 과정이 극의 핵심이다.주인공 정숙자 역을 맡은 이정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전례 없는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극 중 정숙자는 홀로 손자를 키우며 소박한 삶을 이어가던 중, 손자가 의문의 습격으로 사경을 헤매게 되자 수십 년간 묻어두었던 총기 기술을 다시 꺼내 드는 인물이다. 그간 푸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이정은이 보여줄 고난도 액션과 냉혹한 복수극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복수의 조력자이자 판을 짜는 기획자 서연우 역에는 배우 김무열이 낙점됐다. 서연우는 정숙자의 잠재된 전투 능력을 이끌어내며 청화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캐릭터다. 특히 이정은과 김무열은 지난 2022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소년심판' 이후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법정에서 대립했던 두 배우가 이번에는 복수를 위해 손을 잡는 파트너로 재회한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복수의 대상인 청화그룹의 수장 장광철 역에는 중도감 있는 연기력의 허준호가 출연을 확정 지었다. 장광철은 정숙자와 대척점에 서서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절대 악의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최성은, 배나라, 서현우, 문종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하며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가 돋보이는 캐스팅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디즈니+의 히트작 '킬러들의 쇼핑몰' 시리즈를 통해 감각적인 액션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영상미와 김희수 작가의 밀도 높은 극본이 만나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형 누아르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7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기존 장르물의 문법을 파괴하는 신선한 시도가 예상된다.현재 '할매'는 본격적인 촬영 준비에 돌입했으며, 구체적인 공개 일정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K-액션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평범한 할머니의 위대한 복수극이라는 설정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은의 총구와 김무열의 두뇌가 만들어낼 시너지는 벌써부터 예비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