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 500만 '군체' 위협하는 무서운 뒷심

 압도적인 스케일을 앞세운 블록버스터 '군체'가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이 실관람객들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말 개봉한 '군체'는 벌써 5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며 흥행 순위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관객 평점만큼은 나중에 개봉한 '와일드 씽'이 앞서고 있다. 8점대 중반의 높은 평점과 골든에그지수 90%대를 기록 중인 '와일드 씽'은 대작 위주의 시장에서 웃음과 감동이라는 확실한 차별화 전략으로 입소문 흥행의 정석을 보여주는 중이다.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왕년의 인기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이 해체 20년 만에 다시 뭉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생계형 방송인으로 전락한 리더와 재벌가 며느리가 된 멤버, 빚더미에 앉은 래퍼 등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마지막 무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전 세대의 공감을 자아낸다.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젊은 층에게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재도전의 서사를 선사하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출연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강동원과 엄태구, 박지현이 보여주는 의외의 코믹 호흡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라이벌 캐릭터를 맡은 오정세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며 진정한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악역마저 사랑스럽게 표현해낸 그의 연기에 관람객들은 "오정세의 재발견"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배우들의 완벽한 합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됐다.

 

영화의 인기는 스크린 밖 음원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극 중 오정세가 가창한 '니가 좋아'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영상은 합산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에스파 윈터와 규현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챌린지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영화를 보지 않은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까지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재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복잡한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인물들이 벌이는 무모한 도전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선에 집중한 것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비결로 꼽힌다. 시각적인 역동성과 정교한 연출이 결합되어 코미디 장르 특유의 리듬감을 살려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극장에서 다 함께 웃고 즐기기를 원했던 관객들의 니즈와 정확히 맞물렸다.

 

현재 '와일드 씽'은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러 있지만, 장기 흥행의 척도인 재관람 의향과 화제성 지수에서는 1위 못지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형 블록버스터가 주는 긴장감에 지친 관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코미디로 발길을 돌리면서, 개봉 초기 성적을 뛰어넘는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음원 신드롬과 챌린지 열풍이 영화의 장기 상영으로 이어질지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포털

서도호부터 솔 르윗까지, 가을 미술계 '빅뱅'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국내 미술계는 이미 뜨거운 가을 축제 준비를 마쳤다. 올해 상반기가 거장들의 회고전으로 활기를 띠었다면, 하반기에는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국내외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와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맞물리며 거대한 예술의 장이 펼쳐진다. 특히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와 키아프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의 비엔날레가 연쇄적으로 개막하며 한국은 그야말로 '미술의 계절'에 접어들 전망이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30년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개인전을 통해 하반기 전시의 포문을 연다. 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반투명 천 소재의 실물 크기 집들이 전시장 내부를 가득 채우며 공간과 기억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가의 드로잉 작업들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들이 대거 소개되어, 이주와 정체성을 탐구해온 서도호의 철학적 사유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리움미술관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주요 사립 미술관들도 이에 질세라 굵직한 기획전을 선보인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이름을 알린 구정아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감각적인 설치 작품으로 구현해 관객들을 맞이한다.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솔 르윗의 대규모 개인전 역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작품의 형상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아이디어와 규칙을 중시했던 거장의 월 드로잉과 입체 조각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해외 거장들의 타계 후 첫 전시나 원로 작가들의 회고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부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추모 전시는 그의 6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거꾸로 된 인물화로 기존의 회화 질서를 파괴했던 그의 거친 붓질을 회화와 조각 등 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한 미국 모던아트의 거장 조지아 오키프의 전시와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린 허쉬만 리슨의 작업들도 하반기 미술관 리스트를 풍성하게 채운다.미술시장의 열기는 9월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모여든 120여 개의 정상급 갤러리들이 참여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들을 쏟아낸다. 해외 유수의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대거 입국하는 시기에 맞춰 국내 화랑들도 자존심을 건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아트페어가 단순한 판매의 장을 넘어 전 세계 미술계가 교류하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서울의 열기는 광주와 부산 등 지역 비엔날레로 이어지며 전국적인 예술 축제로 확장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강렬한 주제를 내건 광주비엔날레와 '불협하는 합창'을 통해 차이와 공존을 탐구하는 부산비엔날레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제주와 경기도, 창원에서도 각기 다른 장르의 비엔날레가 잇따라 막을 올리며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담아낸다. 2026년 하반기 한국 미술계는 국경과 지역을 넘어선 예술적 소통의 장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