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시장' 15억 원, 호크니와 경합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던 데이비드 호크니가 지난 11일 영국 런던에서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 미술계가 거장의 타계를 애도하는 가운데, 국내 경매 시장에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디지털 드로잉 작품이 출품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옥션은 오는 23일 서울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경매에 호크니의 2009년 작 '아틀리에 2009년 3월 17일'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는 호크니 사후 국내에서 그의 작품이 거래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컬렉터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아틀리에 2009년 3월 17일'은 가로 109cm, 세로 74cm 크기로, 호크니가 노년에 천착했던 매체 확장 노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한 컴퓨터 드로잉과 사진 콜라주 기법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화면 전면의 아틀리에 내부 공간은 디지털 드로잉으로 정교하게 묘사했으며, 창밖 배경으로 보이는 전원의 풍경은 사진 콜라주로 구성해 시각적 층위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회화와 사진, 그리고 디지털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매체가 한 화면에 공존하며 호크니 특유의 실험 정신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작품 하단에는 호크니의 친필 사인이 선명하게 적혀 있으며, 총 30개의 에디션 중 27번째 작품으로 확인되었다. 서울옥션 측은 이 작품의 추정가를 최대 8,000만 원으로 책정했다.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호크니가 아이패드와 컴퓨터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시각 예술의 지평을 넓힌 선구자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거장의 타계 직후 열리는 경매인 만큼, 그의 예술적 유산을 소장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낙찰가가 추정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번 경매는 호크니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 미술의 자존심인 천경자 화백의 귀한 대작이 함께 나와 열기를 더하고 있다. 1964년에 제작된 천경자의 '시장'은 추정가 8억 원에서 15억 원 사이에 출품되었다. 이 작품은 천 화백이 1960년대 전반에 보여주었던 화풍의 변화와 조형적 실험을 상징하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당시 시장의 활기찬 풍경과 인물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독특한 색채와 필치로 담아내어 미술사적 가치와 소장 가치를 동시에 인정받는 수작이다.

 


서울옥션이 이번 경매에 내놓은 작품은 총 127점이며, 전체 규모는 약 110억 원에 달한다. 호크니의 디지털 실험작과 천경자의 전통적 필력이 돋보이는 대작이 동시에 경매대에 오르면서, 2026년 상반기 국내 미술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매 주최 측은 거장의 타계 소식 이후 호크니 작품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며, 이번 경매가 현대미술의 거장이 남긴 발자취를 되새기고 한국 미술의 정수를 함께 감상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낙찰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외 미술 시장에서 호크니 작품의 가격 추이가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디지털 아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점과 맞물려 호크니의 컴퓨터 드로잉이 거둘 성적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천경자의 '시장' 역시 최근 한국 여성 작가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국내 경매 시장의 건재함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옥션은 경매에 앞서 출품작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프리뷰 전시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경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포털

공공기관 '28도 규정' 현실과 괴리에 '불만 폭발'

 한반도 전역에 때이른 가마솥더위가 찾아오면서 전국 공공기관 청사 내 냉방 관리를 둘러싼 진통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예년 같으면 초여름에 해당할 시기지만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나드는 등 사실상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절약 지침은 이러한 기후 변화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어 현장의 비판이 거세다.현재 전국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냉방 지침은 실내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해 마련된 이 기준은 중앙집중식 냉방 장치를 가동하더라도 하한선이 26도에 묶여 있어 유연한 대처가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대규모 전산 장비와 사무기기가 밀집한 사무실의 경우, 지침상의 온도보다 실제 체감 온도가 훨씬 높게 형성되면서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현장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사무실보다 오히려 환기가 잘 되는 복도가 시원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좁은 공간에 밀집해 근무하는 환경 특성상 28도 설정은 사실상 냉방기 가동을 멈춘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개인용 냉방 용품을 동원해 사투를 벌이고 있으나, 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다시 실내 온도를 높이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실정이다.이러한 불편은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민원 상담이나 서류 발급을 위해 관공서를 찾은 시민들은 실외와 큰 차이가 없는 실내 온도에 당혹감을 표하며 불만을 터뜨린다. 쾌적한 환경에서 행정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경직된 에너지 정책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대민 접점에서의 마찰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인해 폭염의 시기와 강도가 변한 만큼, 에너지 관리 규정 역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의 통계에 기반한 일률적인 온도 제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업무 성격과 지역별 기상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 운영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절약보다는 적정 온도를 유지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행정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기상 당국은 당분간 전국적인 고온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하며 건강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계절의 경계가 무너진 기후 재난 시대에 공공기관의 냉방 지침이 단순한 절약을 넘어 구성원의 인권과 행정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현장의 비명을 외면한 채 기존 지침만을 고수할 경우, 공공 부문의 업무 마비와 시민 불편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