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미인도', 한국 춤으로 환생

 조선 시대 풍속화의 거장 혜원 신윤복의 그림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춤사위로 재탄생한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16일과 17일 양일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무용단 기획공연 '춤, 화찬(畫讚)'을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정지된 그림 속에 박제되어 있던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화폭 이면에 숨겨진 시간과 감정의 궤적을 한국 전통 무용으로 풀어내는 시도다. 회화와 춤, 국악, 그리고 현대적인 무대 영상이 결합하여 조선 풍속화의 정취를 입체적으로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의 제목인 '화찬'은 옛 그림의 여백에 적어 넣던 감상이나 찬사를 뜻하는 말로, 이번 무대가 신윤복의 예술 세계에 보내는 헌사임을 시사한다. 작품은 신윤복의 불후의 명작 '미인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려졌을지에 대한 예술적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화공 혜원과 기녀 보배라는 두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축으로 삼아, '청금상련', '월하정인', '쌍검대무' 등 우리에게 익숙한 신윤복의 대표작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 구조 안에 녹여냈다.

 


극의 흐름은 장터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깊은 연정으로 발전하지만, 엄격한 신분 질서와 시대적 한계 앞에 좌절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권력가인 강대감의 잔치라는 화려한 배경 속에서 주인공 보배가 마주하는 비극적 운명은 관객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결국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절절한 사랑은 혜원의 붓끝을 통해 한 폭의 '미인도'로 승화되며 대미를 장식한다. 이는 그림 한 장에 담긴 찰나의 순간을 영원한 예술적 서사로 확장하려는 연출적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신윤복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군상을 한국 춤의 다채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점이다. 부채입춤과 한량무를 비롯해 역동적인 쌍검대무, 애절한 살풀이춤과 수건입춤 등이 극의 상황에 맞춰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 무용수들의 몸짓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그림 속 인물들이 느꼈을 기쁨과 슬픔, 고뇌를 섬세하게 대변한다. 특히 무용수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소극장 '풍류사랑방'의 특성을 살려 인물 간의 미묘한 관계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충한 전 예술감독은 신윤복의 화풍이 지닌 독특한 시선에 주목했다. 인물을 정면에서 포착하기보다 비스듬히 곁에서 바라보는 듯한 혜원의 구도가 오히려 관찰자로 하여금 더 많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러한 미학적 관점은 무대 위 영상 기술과 결합하여 화폭의 평면적인 공간을 입체적인 무대 언어로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관객들은 마치 거대한 신윤복의 화첩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듯한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된다.

 

전통 회화와 무용의 만남은 단순히 장르 간의 결합을 넘어 우리 문화유산이 가진 현대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박물관 유리벽 너머에 있던 고전 회화를 동시대의 감각으로 호흡하는 살아있는 예술로 탈바꿈시켰다. 16일 오후 7시 30분과 17일 오후 5시에 진행되는 이번 무대는 조선의 풍류와 현대적 감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 춤의 정수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문화포털

명청 갈등에 흔들리는 진보, 핵심 지지층 균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이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견고한 지지세를 유지해 온 것과 달리,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6회 연속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앞서는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이 오차범위 내에서 2회 연속 관측되며 국정 동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정부 출범 초기 60%를 상회하던 지지율이 40%대 중반까지 밀려난 것은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지역별 민심의 이반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의 지지세가 강했던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조차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영남권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역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50%를 상회하며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인 지역은 호남권이 유일하며, 충청과 강원 등 캐스팅보트 지역에서도 부정 평가가 박빙의 우세를 점하고 있다.세대별 지지 성향의 양극화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대와 30대 젊은 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60%를 훌쩍 넘기며 현 정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반면, 40대부터 60대까지는 여전히 과반 이상의 지지를 보내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던 70세 이상 고령층에서조차 지지율 50% 선이 무너진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는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그에 따른 선거 관리 불신, 그리고 공정성 논란이 고령층을 포함한 전 세대의 민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정당 지지도 측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5주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성공하며 국민의힘을 다시 추월했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 대비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원내 제1당의 위상을 회복했으나, 국민의힘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선두 자리를 내줬다. 특히 중도층에서의 향배가 승부를 갈랐다. 중도층 내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하락하며 양당 간 격차가 두 자릿수로 다시 벌어졌다. 이는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야당으로 결집했음을 시사하지만, 정작 야당의 지지율 상승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더욱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한 자릿수에 불과할 정도로 견고했으나,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진보층 내에서도 국정 긍정 평가가 처음으로 80% 아래로 떨어지고 부정 평가가 20%를 넘어서는 등 핵심 지지층의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이러한 변화는 오는 8월 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제기되는 계파 간 갈등설과 이른바 ‘명청 갈등’으로 불리는 지도부 내 불협화음이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80% 이상이 국정 운영에 대해 강한 부정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중도층은 긍정과 부정 평가가 팽팽하게 맞서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무당층의 비율이 여전히 10%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점은 거대 양당 모두가 국민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선거 관리 부실 논란으로 촉발된 행정 신뢰도 하락과 집권 여당 내부의 권력 투쟁 양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전당대회 결과와 정부의 후속 조치 여부에 따라 여론의 향방은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