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삼겹살 원조는 백종원?” 법원 판단은 달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대패삼겹살 원조’라고 알려진 데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대패삼겹살이 백 대표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4일 채널A 보도 등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더본코리아 가맹점주가 언론인 출신 유튜버 김재환 PD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논란은 김 PD가 유튜브 영상에서 대패삼겹살의 기원을 문제 삼으면서 불거졌다. 그는 백 대표가 대패삼겹살을 처음 만든 인물이라는 기존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더본코리아 가맹점주 측은 해당 영상이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실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며 소송을 냈다.

 

백 대표는 그동안 여러 방송에서 대패삼겹살 개발 과정을 설명해 왔다. 냉동 삼겹살을 햄 절단기에 넣었다가 고기가 얇게 말려 나오는 것을 보고 메뉴화했다는 내용이다. 더본코리아 홈페이지에도 과거 백 대표가 1993년 대패삼겹살을 개발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게시돼 있었고, 백 대표는 1998년 ‘대패삼겹살’ 상표를 등록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는 대패삼겹살이 이보다 앞서 부산 지역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었다는 정황이 다뤄졌다. 김 PD는 부산 상인들의 증언을 근거로, 1980년대 후반부터 얇게 썬 냉동 삼겹살이 지역에서 유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 식당에서는 고기를 접시가 아닌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아 손님에게 제공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이 상당한 근거를 가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패삼겹살이 1980년대부터 부산에서 유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대패삼겹살은 별도의 독창적인 제조 방식이 필요한 음식이 아니라, 육절기로 냉동 삼겹살을 얇게 썰면 자연스럽게 둥글게 말리는 형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PD의 영상 때문에 가맹점 매출이 줄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다른 논란들이 함께 제기된 상황을 고려하면, 해당 영상만으로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가맹점주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대패삼겹살의 ‘원조’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특히 상표 등록이나 유명인의 발언이 음식의 최초 개발 사실을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본코리아는 이번 소송이 악의적인 유튜브 콘텐츠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가맹점주가 개별적으로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가맹점주들이 비슷한 피해를 겪지 않도록 대응책과 보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식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음식의 유래와 브랜드 마케팅의 경계가 다시 논의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중에게 익숙한 ‘원조’ 표현이라도 역사적 사실과 다를 경우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프랜차이즈 업계의 홍보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화포털

서도호부터 솔 르윗까지, 가을 미술계 '빅뱅'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국내 미술계는 이미 뜨거운 가을 축제 준비를 마쳤다. 올해 상반기가 거장들의 회고전으로 활기를 띠었다면, 하반기에는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온 국내외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와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맞물리며 거대한 예술의 장이 펼쳐진다. 특히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와 키아프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의 비엔날레가 연쇄적으로 개막하며 한국은 그야말로 '미술의 계절'에 접어들 전망이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30년 예술 세계를 집대성한 개인전을 통해 하반기 전시의 포문을 연다. 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반투명 천 소재의 실물 크기 집들이 전시장 내부를 가득 채우며 공간과 기억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가의 드로잉 작업들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들이 대거 소개되어, 이주와 정체성을 탐구해온 서도호의 철학적 사유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리움미술관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주요 사립 미술관들도 이에 질세라 굵직한 기획전을 선보인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이름을 알린 구정아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감각적인 설치 작품으로 구현해 관객들을 맞이한다.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솔 르윗의 대규모 개인전 역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작품의 형상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아이디어와 규칙을 중시했던 거장의 월 드로잉과 입체 조각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해외 거장들의 타계 후 첫 전시나 원로 작가들의 회고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부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추모 전시는 그의 6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거꾸로 된 인물화로 기존의 회화 질서를 파괴했던 그의 거친 붓질을 회화와 조각 등 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한 미국 모던아트의 거장 조지아 오키프의 전시와 미디어아트의 개척자 린 허쉬만 리슨의 작업들도 하반기 미술관 리스트를 풍성하게 채운다.미술시장의 열기는 9월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모여든 120여 개의 정상급 갤러리들이 참여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들을 쏟아낸다. 해외 유수의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대거 입국하는 시기에 맞춰 국내 화랑들도 자존심을 건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아트페어가 단순한 판매의 장을 넘어 전 세계 미술계가 교류하는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서울의 열기는 광주와 부산 등 지역 비엔날레로 이어지며 전국적인 예술 축제로 확장된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강렬한 주제를 내건 광주비엔날레와 '불협하는 합창'을 통해 차이와 공존을 탐구하는 부산비엔날레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제주와 경기도, 창원에서도 각기 다른 장르의 비엔날레가 잇따라 막을 올리며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색을 담아낸다. 2026년 하반기 한국 미술계는 국경과 지역을 넘어선 예술적 소통의 장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