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vs 이준석, 아이돌 '노' 자 하나에 정치권 격돌

 경상도 방언의 일상적 사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연예계를 넘어 정치권 전체로 번지고 있다. 신인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사용한 "무섭노"라는 표현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의 비하 용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발단이 됐다. 해당 발언은 본래 경남 거제 출신인 원이가 자연스럽게 내뱉은 혼잣말이었으나, 일부 창작자와 정치인이 이를 부적절한 용어 사용으로 규정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언어의 맥락보다 특정 어미의 형태에 집중된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검열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은 즉각 이 사안을 공론화하며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사투리 사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낙인을 찍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긴급 여론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특정 지역의 고유한 언어 습관을 사상 검증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지 묻겠다며 500명 규모의 샘플 조사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아이돌 보호 차원을 넘어 언어의 자유와 지역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를 지키겠다는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반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해당 용어가 지닌 역사적 맥락과 오용 사례를 들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 전 대표는 특정 커뮤니티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어미를 붙여 사용하는 행태를 지적하며, 영남 지역의 실제 어법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표준어 문장 뒤에 무분별하게 붙는 '노'와 실제 방언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시각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이번 논란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일상적인 방언 사용을 기계적으로 특정 성향의 표현으로 몰아세우는 현상에 대해 깊은 환멸을 느낀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공당의 지도자가 사투리 한 마디에 사상 검증의 잣대를 대는 것은 대중을 편 가르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조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지역구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인 만큼 보수 진영은 이번 논란이 지역 차별이나 문화적 억압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언어학계에서는 동남 방언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경상도 사투리에서 '노'는 의문문뿐만 아니라 감탄이나 독백 등 다양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어미라고 설명한다. 원이의 경우처럼 공포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혼잣말로 내뱉는 표현은 전형적인 방언의 용례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는 단어의 형태만을 보고 공격하는 '낙인찍기'가 멈추지 않고 있어, 언어의 본질적인 기능보다 정치적 상징성이 우선시되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센느의 소속사와 팬들은 이번 논란이 멤버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이가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에 고향 말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극우 성향이라는 오명을 쓰는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개혁신당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이번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사투리 사용의 정당성을 묻는 이번 조사는 향후 대중문화 예술인의 언어 사용 가이드라인과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경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문화포털

조선 기록의 정수, 부산서 무료 공개

 조선 왕실이 전란과 재난으로부터 역사의 기록을 지키기 위해 전국 각지의 험준한 사고에 나누어 보관했던 실록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한곳에 집결한다. 국립고궁박물관과 부산박물관은 오는 7일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조선의 기록과 문화, 만세에 전하노니'를 공동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한 국보 및 보물급 유물 190여 점이 대거 공개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이번 전시의 핵심은 단연 조선왕조실록이다. 1997년 훈민정음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실록은 임진왜란 당시 전주사고본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소실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후 전주사고본을 바탕으로 재인쇄되어 정족산, 오대산, 적상산, 태백산 등 4대 사고에 분산 배치되었으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다시 한번 흩어지는 수난을 당했다. 서울대 규장각과 국가기록원 등 여러 기관에 나뉘어 소장되어 온 각 사고본 실록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조선 개국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전시 현장에서는 각 사고본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조선 전기 인쇄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주사고본 태조실록부터, 교정의 흔적이 붉은 글씨로 생생하게 남아 있는 오대산 사고본까지 기록의 엄밀함을 증명하는 유물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실록 외에도 왕실의 주요 행사를 정교한 그림과 글로 남긴 조선왕조 의궤,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보와 어책 등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기록유산들이 함께 전시되어 조선 왕실 기록 문화의 정수를 선보인다.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피란수도였던 부산의 아픈 역사와 연결된 어진들도 다시 부산을 찾았다.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옮겨졌다가 화재로 일부 훼손된 영조 어진과 철종 어진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화마를 입었으나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 초상화들은 조선 국왕의 위엄과 당시 화원들의 뛰어난 묘사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철종 어진은 군복을 입은 국왕의 서른한 살 시절 모습을 담고 있어 복식사 연구 측면에서도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왕실의 화려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복식과 공예품도 대거 나들이에 나섰다. 영친왕비가 입었던 붉은 원삼과 화려한 봉황 장식 머리꽂이는 물론, 영조의 딸 화유옹주 묘에서 출토된 청화백자 화장용기 등이 전시되어 왕실 여성들의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국보로 지정된 '동궐도'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경을 3,000여 그루의 나무까지 세밀하게 묘사해 당시 궁궐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조선 후기 백자 기술의 정점인 청화백자 항아리도 그 위용을 뽐낸다.전시는 8월 30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세계유산위원회 참석자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다채로운 연계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 일대의 대일 외교 역사를 보여주는 '초량왜관도'와 조선통신사 행렬도 등 지역적 특색을 담은 유물들도 함께 전시되어, 기록 유산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만세에 전해질 살아있는 역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