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vs 벤투, 차기 국대 사령탑 누구?

 카타르 월드컵 16강 신화의 주역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다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축구계에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벤투 감독은 최근 협회 측 지인을 통해 현재 공석인 한국 사령탑 자리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월드컵 종료 후 한국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대표팀을 이끌었던 그는 올해 초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현재 무직 상태다.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수장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자,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아시안컵을 앞둔 팬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벤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특성과 전술적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후보다. 특히 현재 대표팀의 핵심인 황인범을 성인 무대에 발탁해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성장시킨 장본인인 만큼, 기존 전술 체계를 빠르게 복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과거 그를 보좌했던 이른바 '벤투 사단'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당시 수석코치였던 세르지우 코스타는 현재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활동 중이며, 다른 코치진 역시 유럽 각지에서 독자적인 경력을 쌓고 있어 과거와 같은 정예 코치진 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협회 홍보실은 아직 공식적인 감독 선임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으며, 전력강화위원회 차원에서 특정 후보군이 논의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원서를 접수하는 단계가 아닌 만큼 벤투 감독을 공식 후보로 분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시안컵이 불과 반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한국 축구를 가장 잘 아는 외국인 지도자의 자발적인 복귀 의사는 협회로서도 쉽게 외면하기 힘든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K리그를 대표하는 국내파 지도자들도 대표팀 사령탑을 향한 야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재 FC서울을 리그 선두권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기동 감독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전술적 유연함과 선수 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김 감독의 발언은 국내파 감독 선임을 지지하는 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국인 감독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국 실정에 밝은 유능한 국내 지도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윤정환 감독 역시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꿈을 언급하며 경쟁의 열기를 더했다. 윤 감독은 스스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몸을 낮췄지만, 대표팀 사령탑은 지도자로서 항상 품고 있는 최종적인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K리그 현장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감독들이 잇따라 도전 의사를 내비치면서, 차기 감독 선임은 벤투로 대변되는 '검증된 외인'과 김기동·윤정환으로 대표되는 '준비된 국내파' 간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조만간 전력강화위원회를 소집해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당면 과제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장기적인 안목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벤투 감독의 복귀 의사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는 극적인 드라마로 이어질지는 협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능한 지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만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최적의 적임자를 찾기 위한 협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문화포털

북항 바다 품은 카르멘, 붉은 열정의 무대

 부산 북항의 탁 트인 바닷가에 비제의 정열적인 음악이 흐르고, 도시의 마천루가 오페라의 거대한 배경이 되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 '카르멘'은 기존 실내 극장의 폐쇄적인 프레임을 과감히 깨뜨리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무대의 설계를 맡은 김현정 디자이너는 바다와 바람, 하늘이라는 실제 공간의 요소들을 무대 세트의 일부로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인위적인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기보다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인 조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해방감 넘치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취지다.무대 제작 과정에서 마주한 북항의 거친 환경은 오히려 창의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김현정 디자이너는 들쑥날쑥한 빌딩 숲과 강한 바닷바람, 진흙더미 같은 현장의 난점들을 역으로 이용해 무대 구조물인 트러스를 숨기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오브제로 전면에 내세웠다. 거친 철제 구조물이 무대를 지탱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도시미를 상징하는 장치로 변모한 셈이다. 이는 야외 공연이 가질 수 있는 현장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북항이라는 장소적 특수성을 오페라의 서사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영리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이번 공연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엄숙정 연출가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두 사람은 고정된 양식에 얽매이지 않고 각 작품이 처한 상황에 맞는 최선의 해법을 찾는다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김현정 디자이너는 무대만 돋보이는 공연보다는 음악과 인물, 조명과 의상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조화로운 무대를 지향한다. 관객이 공연을 마친 뒤 무대의 화려함보다 작품 전체의 감동을 먼저 떠올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신념은 이번 '카르멘' 무대 곳곳에 투영되어 있다.무대를 관통하는 핵심 시각 언어는 단연 '붉은색'이다. 김현정 디자이너는 카르멘의 본능적인 사랑과 파멸로 치닫는 정열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전체를 강렬한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여기서 붉은색은 투우사의 피이자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복선으로 작용하며, 도덕적 규범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반항을 상징한다. 무대 위를 자유롭게 휘날리는 붉은 천과 미로처럼 얽힌 붉은 길은 관객들을 카르멘의 치명적인 매력 속으로 안내하는 시각적 통로가 될 전망이다.제한적인 야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압축적인 무대 활용도 돋보인다. 계단식 무대의 일부를 분리하고 회전시키는 방식을 통해 담배공장과 광장, 산속과 투우장 등 극 중 다양한 장소들을 효과적으로 구현해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흩어져 있던 계단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온전한 투우장의 모습을 갖추는 연출은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치가 된다. 제작진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붉은 천' 구조물은 바람의 흐름에 따라 매 순간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며 야외 무대만의 생동감을 더할 예정이다.고향인 부산에서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김현정 디자이너에게 이번 작업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이번 공연이 문화적 불모지로 불리기도 했던 부산의 공연 예술 생태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북항의 밤하늘 아래 펼쳐질 붉은 빛의 향연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부산이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로 나아가는 여정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한 자연과 치밀한 예술이 만난 이번 무대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여름밤의 감동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