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작심 발언 예고, 축구협회 '초긴장'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미국으로 떠났던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회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일 출국 당시 거취와 관련해 함구했던 홍 전 감독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월드컵 실패 원인과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어 축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 전 감독은 지난달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준비된 입장문만 읽고 자리를 떠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묘한 여운을 남긴 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대표팀 내부에서는 고참급 선수들과 후배들 사이의 인터뷰 보이콧을 둘러싼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고, 홍명보호의 리더십 부재가 월드컵 참패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홍 전 감독의 청문회 출석은 이러한 내부 사정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의 사후 대응 역시 팬들의 분노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협회는 탈락 확정 닷새 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쇄신안이나 책임 소재 파악 없이 원론적인 내용에 그쳐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일본 매체인 닛칸스포츠는 한국 팬들의 반응을 인용하며 해당 사과문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라이벌 국가에서조차 한국 축구 행정의 난맥상을 조롱거리로 삼는 상황에 이르자 협회 지도부를 향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몽규 전 회장을 포함한 협회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은 이제 국회와 수사기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것과 별개로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사태를 엄중히 보고 청문회 개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축구 팬들은 협회가 그동안 폐쇄적인 운영으로 일관하며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고 비판하며, 이번 기회에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전 감독의 출석 의사는 이러한 외부 압박에 직면한 협회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 전 감독이 청문회장에 설 경우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선수단 관리 실패와 협회의 지원 체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기간 중 불거진 선수들 간의 의견 차이가 실제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감독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에 대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협회가 감독 선임과 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행정적 결함에 대해서도 홍 전 감독이 작심 발언을 쏟아낼지 관심사다. 그가 남긴 "할 이야기는 있다"는 말이 협회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선수단을 향한 것인지에 따라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결국 홍명보 전 감독의 귀국과 청문회 출석 여부는 한국 축구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한 명의 지도자를 질타하는 자리를 넘어, KFA의 고질적인 병폐를 도려내고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홍 전 감독이 국회의 부름에 응해 월드컵 현장에서 겪은 실상을 낱낱이 공개할 경우, 정몽규 체제 이후 지속된 축구협회의 거버넌스 위기는 최대 고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문화포털

굿즈 사러 줄 서는 미술관 오픈런 大유행

 예술을 감상하는 공간이었던 미술관과 박물관이 이제는 가장 세련된 쇼핑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주요 전시장 앞에는 새벽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의 목적은 작품 관람이 아닌, 특정 작가와 협업한 한정판 상품을 손에 넣는 것이다.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나 K-팝 스타의 브랜드와 손잡고 출시된 굿즈들은 공개와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예술 소비의 중심축이 '관람'에서 '소유'로 이동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이러한 변화의 선두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자체 브랜드 '뮷즈(MU:DS)'가 있다. 과거 기념품 수준에 머물렀던 박물관 상품은 현대적 감각을 입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5년 역대 최대 매출인 400억 원 시대를 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신기록 경신을 예고했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소장해 화제가 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나 술을 부으면 색이 변하는 취객선비 잔 세트는 전통 유물을 힙한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킨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미술관 굿즈 역시 예술성과 희소성을 무기로 애호가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데이미언 허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마그넷과 도록 등이 판매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아트 오브제나 소형 조각들도 원작을 직접 소유하기 어려운 컬렉터들에게 '멀티플 아트'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인기를 끈다. 이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가치를 일상으로 끌어들이려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사립 미술관들의 행보도 거세다.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유명 작가와의 협업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윤신, 이불 등 거장들의 감성이 담긴 파우치나 키링은 나오기가 무섭게 품절되며 높은 객단가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의 자개 텀블러처럼 지역적 특색과 전통 공예를 접목한 상품들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구매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K-컬처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굿즈 열풍의 주역은 단연 2040 세대다. 이들에게 굿즈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예술적 취향과 경험을 인증하는 수단이다. 한정된 장소와 시간에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자부심은 SNS를 통해 공유되며 타인의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미닝아웃' 문화가 예술계와 만나면서, 박물관 굿즈는 이제 가장 트렌디한 자기표현의 도구가 되었다.일부에서는 문화예술의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굿즈는 높은 문턱으로 느껴졌던 예술을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거장의 작품을 내 방 책상 위에 올려두고 즐기는 '스몰 럭셔리' 심리는 리셀 시장의 활성화와 맞물려 문화 상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중이다. 전시의 여운을 간직하려는 관람객들의 욕망이 굿즈라는 실체를 통해 분출되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제적 자립도와 대중적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